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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새 체신소] 김정순씨가 그리운 오빠에게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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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새 체신소 >인사말

북조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은 왠지 북한에서 살 때 나이가 드신 분들이 하시던 말이 생각납니다.
가을 김장 무 꼬리가 길면 그 해는 유난히 춥다고요. 그게 어떤 과학적 근거가 있는 이야기인지는 몰라도 그렇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그 해는 무척 추웠던 것 같습니다.


중학교시절에는 영하 30도를 오르내리는 날에도 학교에 갔었는데 한국에 와서 그런 이야기를 하면 잘 믿겨지지 않는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그런데 사람이나 식물이나 풍토 적응이 참 잘 되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추운데서 살 때에는 따뜻한 남쪽나라에 살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건만 막상 따뜻한 남쪽으로 내려와 살고 보니 요만한 추위에도 춥다, 는 말이 저절로 나오는 걸 보면 참 신기하기도 합니다.


사람의 욕심 때문인지 자꾸만 환경이나 조건이 더 좋아지길 바라고 있는 저를 돌아보며 저는 이 밤도 불 밝은 서울의 거리를 행복한 마음으로 바라봅니다.


춥고 배고팠던 북한의 생활에 비하면 물론 더 할 나위 없이 좋은 행복한 것이 한국생활입니다.


오늘 저녁 우리 파랑새체신소를 찾으신 김정순씨는  북한에서도 제일 추운 지역에서 살다가 오신 분인데요. 그 곳에 살고 있는 오빠를 그리며 편지를 쓰셨다고 합니다. 어떤 사연인지 그럼 그 사연을 함께 들어 보시겠습니다.

 

<파랑새 체신소 >편지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서울에 사는 김정순입니다.
너무 어린나이에 세상의 고달픔과 고난을 겪으며 살아온 저는 하루를 살아도 사람답게 살고 싶은 마음으로 부모님을 따라 대한민국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철저한 계급과 신분사회인 북한, 그리고 국민들이 짐승보다도 자유롭지 못한 감옥 같은 그 땅을 떠난 것은 제 인생에서 가장 잘한 선택이었습니다.
그렇게 정착한 한국에서 저는 하고 싶은 공부도 마음껏 하고 나만 바라봐주는 마음 착한 남편과 자식까지 생겼습니다.


저는 날마다 늘어가는 살림살이와 부럼 없는 행복한 삶을 살고 있지만 북한에 사시는 우리 오빠생각을 하면 너무 가슴이 아프고 이 행복을 함께 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마음 뿐 입니다. 


한국도 이렇게 추워 오는데 고향의 우리 오빠는 어떻게 이 겨울을 나고 있을까, 날마다 걱정만 앞섭니다.
그래서 북한개혁방송의 파랑새 체신소를 찾았습니다.
오늘 밤 우리 오빠가 동생의 목소리를 듣고 우리가 어떻게 사는지  그리고 내가 오빠를 얼마나 그리워하는지 꼭 알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보고 싶은 오빠에게

오빠! 무더운 여름이 다 지나가고 겨울이 다가오니 오빠생각이 더 그리워져서 이렇게 편지를 썼어요. 난방시설이 제대로 안 돼 있는 북한에서 겨울은 정말 두려움의 계절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겨울을 날 준비는 다 하셨는지요?


사랑하는 내 조카들도 이제는 많이 컷 겠네요. 오빠하고 헤어진지도 어느덧 6년이 흘렀네요. 오빠의 소식을 직접 들을 수 없어 날마다 뉴스를 통해 북한소식을 확인하고 해요.  올해에는 홍수 때문에 어느 때 보다도 더 생활이 어렵다는 소식을 듣고 걱정되고 마음이 아프면서도 오빠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정말 안타깝네요. 


  제가 유치원 다닐 때 오빠가 군대에 나가서 오빠하고 같이 산 시간이 얼마 안 되지만 어려서부터 늘 나에게 오빠가 있다는 것이 너무 좋았어요. 그리고 모든 것이 부족하고 배불리 먹기 힘들었던 그 시절 오빠가 휴가 나오면 생선이랑 달걀 등 맛있는 음식들이 밥상에 오르는 것이 너무 좋았어요.


철없는 마음에 오빠가 계속 휴가 나왔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어요. 정말 오빠가 한 번씩 휴가 나올 때면 온 집안이 명절 분위기였죠.  그 시절에는 정말 흰 밥 한 그릇에 두부와 김치만 있어도 모두 웃고 떠들면서 행복해 했던 것 같아요. 온 가족이 다 같이 밥상에 둘러앉아 엄마가 만든 음식을 먹던 지난 일들이 이제는 다 즐거운 추억으로 만 남았네요. 


  오빠를 떠올리면 제일 자랑스럽게 생각나는 것이 엄마가 불치의 병을 만나 와병 중에 계실 때 군인신분으로 그것도 군관이 아닌 일반 사병으로 있으면서도 여러 인맥을 동원해서 엄마 병에 도움이 되는 약들과 건강식품들을 구해서 보내주었던 일이에요.


그 때 어린나이에 저는 내 오빠가 세상에서 제일 능력 있는 것 같이 느껴졌고, 아들로서 엄마의 치료에 최선을 다하는 오빠의 효도에 감동했었어요. 그리고 그런 오빠를 둔 것에 대한 긍지감도 대단했었어요. 


  오빠에게는 참 장점이 많은 것 같아요. 아버지를 위해서 비싼 성게 알을 구해서 보내는 효심이라든가, 누구의 도움도 없이 홀로 신혼생활을 시작하면서 모든 것을 자신의 힘으로 해결하는 강인함과 성실함에 대해서는 오빠가 없는 자리에서 우리 가족모두가 칭찬하군 했어요. 하지만 이렇게 멋진 오빠한테 저는 늘 아쉬운 구석이 있었어요.


그 생각을 오늘 편지를 통해서 좀 이야기 하려고 해요. 오빠는 지금도 술을 그렇게 좋아하고 화가 나면 무섭게 변하나요?
  오빠생각을 할 때면 늘 올케언니 생각도 같이 하군 하는 데 언니는 건강하게 잘 지내는지요? 나는 오빠가 결혼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늘 올케언니한테 감사한 마음이에요.


술을 좋아하고 성격이 괴팍한 오빠의 성격을 맞추느라 늘 마음고생이 많은 올케언니를 생각하면 너무 감사하고 또 같은 여자로서 마음이 아파요. 물론 오빠에게도 장점은 있지만 그래도 언니 같은 여자를 만났기에 오빠가 안정된 가정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시댁에 와서도 갑자기 화를 내는 남편의 비위를 맞추느라 쩔쩔매던 언니의 모습이 지금도 생생히 기억이 나네요. 그 때 올케언니를 보면서 같은 여자지만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정의 행복을 지키겠다고 온갖 힘든 일을 다 참고 견디느라 정작 자기 몸을 돌보지 못 하는 언니를 보면서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북에 있을 때 올케언니한테서 아플 때면 오빠가 온 힘을 다해 옆에서 간호해준다는 소리를 여러 번 들었어요. 그럴 때면 세상에 오빠 같은 남편도 없는 것 같이 생각되지만 자기감정을 조절 못 하고 언니한테 소리 지르는 모습을 보면 저런 남자하고 사는 언니도 참 마음고생이 많겠다는 생각이 들군 했었어요. 일 년 365일 중에 300일을 화내고 소리 지르면서 60일을 잘 해준다면 그 잘 해주는 시간들이 과연 의미가 있을 까요?


  여기 한국에 오니 이런 말 이 있더라고요. 여자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 하려고 하지 말고 여자가 싫어하는 일을 안 하는 게 더 좋은 남편이라고......
저는 그 말이 참 마음에 와 닿았어요. 저도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고 살지만 남편이 날 위해 아주 가끔 해주는 좋은 일보다는 평소에 사소한 것 하나라도 아내를 배려해주는 행동에서 감동을 더 받게 되더라고요.


예전에 오빠가 부부싸움이 나면 왜 친 오빠 편을 안 들고 올케 편을 드냐고 하던 일이 기억나네요. 전 그 때도 그렇고 지금도 마찬가지에요. 자기가족이라고 무조건 편을 드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객관적으로 봐서 평가를 했을 때 오빠의 행동이 너무 지나치다는 것을 아는 데 무작정 오빠 편을 들 면 안 되는 거잖아요? 같은 여자 입장에서 생각하면 난 도저히 오빠 편을 들 수 없었어요. 그리고 예전에 올케언니가 가끔 부부싸움 얘기를 시누이들한테 하면 시누이들이 자기편을 들어주어서 너무 고맙다고 하면서 시댁 사람들이 좋아서 남편하고 이혼 할 생각을 못 하겠다고 하던 생각이 나요. 이제는 옆에서 편 들어줄 사람도 없어서 혼자 더 고생이 많을 것 같아 늘 걱정이에요. 


  오랜 만에 편지를 쓰면서 오빠를 지적하는 말 만 늘어놓은 것 같아 정말 죄송해요. 그리고 남자들은 늦게 철든다고 하니까 아마 저랑 헤어진 시간동안 오빠도 중년의 나이가 되면서 성격도 예전이랑 많이 달라졌으리라 믿어요.


남자들은 나이가 들수록 더 여자의 손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오빠도 당연히 알고 있으리라고 생각해요. 오늘 나의 편지가 올케언니의 존재가 오빠한테 얼마나 소중한 가를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어요. 그리고 과음은 오빠의 건강도 해치고 가정의 행복도 파탄시키는 요인이니 술은 반드시 조금씩 드시길 권해드려요.


오빠! 오빠도 우리도 건강해야 만 다시 만나는 날을 기대할 수 있으니 건강을 잘 유지하시고 가정의 행복도 잘 지키시길 바래요.


담에 내가 살고 있는 한국에 대한 이야기, 우리 가정 이야기 더 많이 전해 드릴게요.
 오빠가정의 행복을 빌면서 오늘은 그만 펜을 놓을 게요. 추운 겨울 잘 이겨내시고 다시 만날 그날까지 안녕히 계셔요!


        서울에서  막내 동생 정순이가

 

 

<파랑새 체신소 >마지막 인사말

북조선 청취자 여러분,
정순씨의 오빠 분도 우리 아빠처럼 술을 엄청 좋아 하셨나 봐요.
모든 것이 귀하고 즐거운 일이 별로 없는 북한여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북한의 남자들이 술을 엄청 좋아하고 담배도 많이 피웠던 생각이 납니다.


그래도 정순씨의 오빠 되시는 분은 오늘 저녁 동생의 편지를 들으시고 앞으로 꼭 술을 절제하고 아내와 가정을 위해 더 노력해 주셨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런 이야기는 정말로 사랑하는 가족이 아니면 해 줄 수 없는 이야기거든요. 저는 김정순씨가 다음 편지를 할 때쯤이면 오빠의 달라진 생활에 대한 반가운 소식을 들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북한에 계시는 김정순씨의 오빠 분께서 부디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해, 그리고 동생 정순씨와 다시 만날 그 날을 위해 지금보다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시기를 간절히 바라며 그럼 오늘 저녁 파랑새 체신소 편지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다음 시간을 또, 기다려 주세요. 지금까지 파랑새 체신소의 김정현 이었습니다. 

입력 : 2016-12-09 (조회 : 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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