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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새 체신소] 한성현씨가 보고싶은 딸에게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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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새 체신소 >인사말

북조선 청취자 여러분안녕하세요?
벽에 걸린 달력이 딱 한 장남아 달랑거리는 모습이 너무 가슴에 와 닿는 저녁입니다.


무엇을 방대하게 결심했는데 어느덧 가 버린 무정한 세월 탓에 “용두사미”가 된 분들도 있을 것이고, 늘 푸른 꿈과 행복에 찬 좋은 날만 가득했던 분 들, 그리고 가슴에 지울 수 없는 아픔과 시련을 안고 아픈 한 해를 보내신 분들도 있을 겁니다,


음, 저 개인적으로는 이 해도 무척 바쁘게 살아왔고 나름 긍지가 있는 값진 날들을 보낸 것 같습니다.


아,  그 중에 제일 당연 기뻣던 일은 저희 어머니가 아프지 않고 행복하게 잘 살아 주신 것이고 아들이 회사에 직원으로 취직을 하고 지금 열심히 살고 있는 겁니다.


다른 체제에서 살던 사람들이 새로운 터전에 뿌리를 내리고 대한민국국민의 일원으로 성공적으로 정착해가는 과정은 순탄하지는 않지만 그 만큼 보람도 있고 노력한 만큼의 대가도 충분히 있거든요.


그보다 더 소중한 것은 가족이 함께, 만들어 가는 행복이 너무나 소중하다는 건데요, 함께 행복해야 할 가족들이 서로 갈라져 안타갑게 찾고 부르는 이 고통은 겪어본 사람들만이 아는 고통일겁니다.
오늘저녁 우리 파랑새 체신소를 찾으신 한성현씨는 사랑하는 딸과 함께하지 못하는 이 고통과 불행이 너무 안타까워 딸에게 편지를 쓰셨다고 합니다. 그럼 그 사연을 함께 들어 보시겠습니다.

 

<파랑새 체신소 >편지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서울에 사는 한성현입니다.

 
중국으로 가 돈을 벌어 오면 집 식구 모두가 잘 살 수 있을 거라는 부푼 꿈을 안고 제가 북한을 떠난 지도 벌서 오랜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 때는 그저 식구가 모두 굶지 않고 먹고 살 수만 있었으면 하는 것이 최고의 이상이고 꿈 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가족들의 품을 떠나는 것은 잠시 잠간이고 언제든 다시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잠깐이면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했던 길이 멀고 먼 나라를 돌고 돌아 이제는 다시 갈 수 없는 먼 길이 되어 버렸습니다.
저는 집에 두고 온 딸이 늘 그립고 그 애에게 엄마 구실을 제대로 못해 준 것이 언제나 죄 스러워 기회가 되면 꼭 미안하다는 말도 하고 엄마가 지금도 변함없이 우리 딸을 사랑한다는 말을 꼭 해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의 이 편지가 우리 딸에게 꼭 가닿기를 바랍니다.

 

 

사랑하는 딸 영순이에게

사랑하는 딸, 영순아, 그 동안 그 험한 세상에서 얼마나 고생하며 살고 있니??
보지 않아도 뻔한 북한 현실이지만 그래도 너의 삶을 생각하면 곁에서 도와주지 못하는 엄마의 안타까운 심정을 무슨 말로 다 할지 모르겠다.


엄마는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한 가지 생각으로 북한을 떠나 중국으로 갔다가 머나 먼 가시밭길을 돌아 지금은 한국에서 근심걱정이 전혀 없이 잘 살고 있단다.
그렇지만 내가 누리는 이 행복이 항상 딸 앞에서는 죄스럽고 어쩐지 떳떳하지 못한 마음이다. 


자식을 지옥 같은데 두고 엄마 혼자 천국 같은 세상에서 살고 있으니 이게 글쎄 말이나 되는 일이냐?


사랑하는 딸아, 엄마는 지금도 늘 우리가 북한에서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살던 그 자그마한 집 생각을 해 본다. 그 때 너희 아버지가 세상에 굴뚝이 없는 나라도 있다는 말을 한 적이 있었어. 나는 그 때 세상에 굴뚝이 없는 나라가 어데 있냐? 불을 때지 않으면 무엇으로 밥을 끓여먹고 무엇으로 방을 덥히냐고 절대 그런 나라는 없다고 우겼단다.


그런데 그런 나라가 정말 있고 그 나라가 여기 대한민국이란다.
한국은 IT분야에서도 세계적으로 이름 있는 권위국가인데다 사람이 쓰고 사는 모든 전자제품은 그저 손가락 하나만 움직이면 모든 조작이 가능하고. 게다가 가스도 나지 않는 나라에서 전 국민이 가스로 밥도 하고 방도 덥히며 살고 있다니 이게 놀라운 일이 아니냐?


더군다나 교통은 내가 여태껏 다녀본 나라 중에 제일 발전한 것 같아.
특히 대한민국의 지하철은 일본보다도 더 훌륭하고 교통비도 너무나 싼데다 65세 이상 노인들은 무료로 승차를 할 수 있는 복지 혜택까지 주어 누구나 언제든지 지하철을 마음대로 이용하고 있단다.


사랑하는 딸, 영순아, 그리고 바다위로 10리 20리길이 다리로 뻗어있는데 바다위에 다리를 놓는다는 것도 대단하지만 그 넓이가 어찌 넓은지 8대의 차가 오고 갈 수 있단다. 그 뿐이냐, 해저 터널도 있어 바다 밑에서도 땅위에서처럼 모든 차들이 마음대로 오갈 수 있단다.


더 기가 막히게 좋은 것은 아이어른 할 것 없이 대한민국의 국민이면 누구나 비자 없이 여행을 마음대로 다닐 수 있다는 거야. 북한에서는 강 건너 중국으로 한 번 가려고 해도 출신성분이며, 토대를 조사하고 뢰물을 주어야 어쩌다 한 두 사람만이 외국으로 갈 수 있었는데 여기 사람들은 주말에 명절이나 휴가를 하루 이틀 받으면 누구나 옆집처럼 해외여행을 다니고 있어.
엄마도 얼마 전 2박3일로 일본 대마도라고 부산과 일본 사이에 있는 나라에 갔다 왔거든.


경치도 너무 아름답고 조선 왕실의 마지막 공주였던 덕혜옹주가 불행한 인생을 살던 곳도 돌아보았어. 엄마 친구들도 많이 갔었고 사진도 참 많이 남겼는데 너에게 보내줄 수 없는 것이 너무 안타깝구나.


사랑하는 딸, 영순아, 한국 사람들은 일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일, 지역도 자기가 살고 싶은 곳을 선택해 언제든 자유롭게 일자리도, 집도 옮길 수 있어. 그런데 북한에서는 자기 마음에 들지 않아도 당에서 하라고 하는 일을 죽을 때까지 해야 하고 직장을 옮기거나 거주지를 옮기는 일도 당이나, 정권에서 정해주는 독재라도 너무 한심한 독재국가야.


북한에서 우리는 이 나이가 되도록 셀 수도 없이 많은 동원을 다니며 일을 했지만 언제 돈 한 푼 받아 본적이 없지만 한국에서는 무슨 일을 하던 시간당으로 돈을 준단다.


북한에서 살 때 엄마는 한국에 대한 나쁜 선전만 들어왔기에 자본주의 사회가 이렇게 좋은 제도 인줄은 꿈에도 몰랐지. 엄마도 직접 한국에 살아보고야 그 진실을 알게 되었어.
북한 사람들이 한국에 대해 전혀 모르듯이 여기 한국 사람들도 북한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이해를 잘 못한단다.
그래서 엄마는 누구보다 이 나라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살고 있단다.
엄마는 북한에서 만져 보지도 못한 컴퓨터를 한국에서 배웠고 지금은 자격증도 여러 개를 땄다. 그리고 운전면허 시험을 보고 운전면허자격도 땄는데 내가 차를 사서 처음으로 차를 몰던 날, 엄마는 이 좋은 차를 우리 딸과 함께 타고 좋은 곳으로 마음대로 다녔으면 얼마나 좋을 까, 하는 생각에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사랑하는 딸, 영순아, 한국에는 차도 얼마나 많은지, 사람 숫자만큼의 차들이 넓은 고속도로로 마음껏 달리고 있단다. 엄마는 한국에서 사는 천국과도 같은 행복한 이야기를 밤이 새도록 해도 다 못할 것 같구나.


사랑하는 딸, 영순아, 우리가 북한에서 명절이나 제삿날이나 되어야 먹어 보던 흰쌀은 어디나 넘쳐나고 한국 사람들은 잡곡을 먹으면 더 좋다고 오히려 잡곡밥을 먹고 있어.
더 웃기는 것은 해마다 농민들이 쌀농사를 지어 쌀을 생산하지만 쌀 수요가 자꾸 줄어 그 많은 쌀을 국가가 돈을 들여가며 보관하느라 애를 먹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짐승들도 우리가 북한에서 먹던 것보다 더 잘 먹고 더 좋은 생활  환경에서 키운다. 그러니 무슨 말로 어떤 설명을 해도 너는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남과 북은 분명이 산과 강, 바다가 하나로 연결 된 하나의 강토인데 왜 그 땅에 사는 사람들은 이렇게 하늘과 땅 차이로 서로 다른 삶을 살아야 하는지 엄마는 세상에 대고 소리쳐 묻고 싶구나.


사랑하는 딸, 영순아, 엄마 없이 자랐어도 시집도 갔다고 하니 이제는 손자들도 있겠는데 엄마가 사위 얼굴도 모르고 손자, 손녀의 목소리도 들을 수 없다는 이 현실이 너무 가슴이 아프구나. 하지만 가난해도 서로 아끼면서 그렇게 잘 살아주기 바란다.


날이 추워오니 내 딸이 무얼 먹고 무엇을 때고 이 겨울을 날지 엄마는 늘 걱정 뿐 이다. 그저 바라는 것은 하나, 통일은 멀지 않았으니 부디 건강하게 살아 있어주기만을 간절히 바란다.


엄마 마음 같아선 당장이라도 너를 데려오고 싶지만 노상에 잘 못되면 영원히 정치범으로 죽어야 할 처지가 될 것이 두려워 그렇게도 못하겠고. 그저 하루하루 무사하게 잘 버텨주기만 바란다. 엄마가 조금씩 보내는 돈이지만 건사를 잘 하고 항상 조심스럽게 살기 바란다.


하고픈 말은 많지만 오늘은 여기서 그만 하려고 한다.
사랑하는 딸아, 부디 희망을 가지고 엄마를 만날 그 날까지 굳세게 살아라.

~안녕히~  서울에서 엄마가

 

 

<파랑새 체신소 >마지막 인사말

북조선 청취자 여러분,


어려워도 너무 어렵고 자유가 없어도 너무 없던 지옥 같은 북한 생각을 하면 한성현씨가 사시는 대한민국은 천국인 것만은 틀림이 없습니다.
잘 먹고 잘 입고 자유롭게 살고 싶은 것은 인간이 초보적 욕구입니다.
억대부자도 아니고 그저 세끼 밥 먹고 부모자식들이 한 집에 모여 소박하게 살고 싶었던 자그마한 소원 때문에 가정을 버리고 나라를 버릴 수 밖에 없었던 것이 한성현씨 같은 북한 엄마들의 마음입니다.


이제 그들이 세상을 보면서 저 북한이 하루빨리 변하기를, 그래서 적어도 인간의 소박한 소망이 보장될 수 있는 그런 나라가 되길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그 것은 아직 저 땅에 나의 혈육들이 살고 있고 그 곳은 내가 태어난 고향이기 때문이겠죠?
그런 세상이 하루 빨리 오기를 간절히 기도하면서 그럼 오늘 저녁 파랑새 체신소 편지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다음 시간을 또, 기다려 주세요. 지금까지 파랑새 체신소의 김정현 이었습니다. 

입력 : 2016-12-02 (조회 : 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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