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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새 체신소]김연희씨가 사랑하는 아들에게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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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새 체신소 >인사말

 

 

북조선 청취자 여러분안녕하세요?
해마다 11월이면 김장을 담그느라 춥고 힘들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북한에 살 때에는 해마다 몇 개씩이나 되는 김장독을 무엇으로 다 채울까가 큰 걱정이었습니다. 


그 큰 독들을 채우다, 채우다 못 채우면 가을 하고난 채소밭으로 이삭주이 하려도 다녔고요. 세상에나, 곡식밭에 이삭주이 하러 다닌다는 말은 들었어도 가을하고 난 채소밭에, 그 것도 아침저녁으로 서리가 오면 하얗게 서리가 앉은 언 배춧잎을 주우려 다닌다는 이야기는 북한 말고 다른 나라에서는 전혀 들어보지도 못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대한민국에는 땅속에 묻은 것보다 더 훌륭한 기능을 가진 현대적 김치냉장고가 집집마다  있어 사시절 구분이 다로 없이 사 철 신선하고 맛있는 김치를 먹고 있습니다.
언젠가 파랑새체신소를 찾아오신 여성 한 분이 아침마다 김치 냉장고를 열 때마다 김치를 그렇게도 좋아하던 아들 생각이 나 목이 멘다던 이야기가 더 오릅니다.


행복해도 너무나 행복한 이 일상을 북한의 혈육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날이 과연 언제일지 깊어가는 가을과 함께 저의 고민도 깊어갑니다.


오늘저녁 우리 파랑새체신소를 찾으신 김연희씨는 북한에 두고 온 사랑하는 아들 생각이 정말 간절해 편지를 쓰셨다고 합니다. 어떤 사연인지 그럼 그 사연을 함께 들어 보시겠습니다.

 

 

<파랑새 체신소 >편지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제가 아홉 살 어린 아들과 헤어져 중국을 거쳐 한국으로 온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17년 세월이 흘렀습니다.


저는 멀고 먼 훗날보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몇 알의 사탕이나 밥이 더 소중했던 철부지 어린 아들과 지킬 수 없는 약속을 하고 헤어졌습니다.


당장 살길이 캄캄했던 저로서는 자식과의 생이별이 앞으로 얼마나 가슴 아플지, 그 것 때문에 얼마나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살게 될지를 전혀 알 수 없었습니다.
저는 사랑하는 남편과 비둘기 같은 자식들을 두고 돈을 벌어 가지고 돌아 와 더 잘 살아보겠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떨어지지 않는 걸음으로 북한을 떠났습니다.


그런데 다시 북한으로 갈 수 없는 형편이 되어 저는 한국으로 오게 되었고 사랑하는 아들과 언제다시 만날지 이제는 기약조차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생사기로에 갈림길에서 제가 선택을 잘못했던 것인지, 아니면 우리가정이 이렇게 갈라져 살게 만든 북한정권의 잘못인지, 저는 지금도 그 답을 찾을 수 없습니다. 저는 제가 쓴 이 간절한 편지가 우리 아들에게 꼭 전달되기를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합니다.

 

 

꿈에도 보고 싶고 안아주고 싶은 사랑하는 아들 광명이 에게

사랑하는 아들 광명아, 너와의 전화를 통해 믿음직하고 름름한 네 목소리를 들은 지도 1년이 되었구나.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네 목소리를 들으며 내일이면 만날까, 다음 달이면 만날까, 손꼽아 기다리는 사이 야속한 세월은 도 한해도 저물어 마 가을의 단풍잎만 거리에 날리는구나.


광명아, 더군다나 올 여름은 말도 못하게 더웠는데 북한에 사는 너는 어떻게 살았는지?


엄마는 비록 얼굴을 볼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전화기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로나마 20대 중반의 어엿한 청년으로 자란 내 아들의 믿음직한 모습을 그려 보았어.
광명아, 9살의 어린 네가 마당에서 애들과 뛰어 노는 모습을 보면서 엄마가 고향을 떠나던 것이 어제 같은데 벌서 17년도 넘는 긴 세월이 흘렀구나.


그 날, 네가 떠나는 엄마를 부르며  달려와 “엄마, 언제 오나? 며칠 밤 자면 오냐?”면서 누나하고 같이 얼음과자를 사 먹게 돈 2원만 달라고 하였지.
그 때 엄마의 마음은 무엇이라 표현 할 길도 없는데 너는 누나와 얼음과자 한 개를 먹게 된 것이 너무 좋아 그렇게도 기뻐하지 않았니?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차라리 그 날 엄마가 품에 간수하였던 돈을 모조리 너에게 주고 왔으면 이렇게도 가슴이 아프지 않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랬더라면 차라리 우리 아들이 며칠 간 만이라도 배고픈 걱정 없이 살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그렇게 무정하게 떠나간 엄마를 조금이라도 덜 원망하지 않았을까, 하고 말이지.


내 아들 광명아, 너와 그렇게 쉽게 해버린 이틀간의 약속이 이렇게 장장 17년이 생이별이 될 줄을 엄마는 꿈에도 몰랐다. 엄마는 지금도 다자란 네가 아니라 9살 그 모습으로 엄마 품에 안겨 엄마얼굴을 비비는 네 모습을 꿈에 보곤 한단다.


엄마는 내 아들을 품에 안아보는 꿈을 꾼  날에는 사랑스러운 내 살붙이 우리아들 광명이가 영원히 내 품에 안기여 있기를, 그리고 그 것이 꿈이 아니고 현실이기를 얼마나 간절히 바라는지 모른다.


광명아, 우리가 상상하던 영화 속의 상상이 현실이 된 것 같지 않니?
너무나 오랜 세월 엄마가 어려우면 내가 이렇게 어려운데 우리 아들은 얼마나 더 어려울까, 걱정이 되어 울고 내가 행복한 날이면 우리아들과 함께 행복해야 하는데 그렇게 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까워 울고 ...그렇게 늘 울면서 살았어.


너무많이, 너무 오랫동안 울고 나니 이제는 눈물도 말라버린 줄 알았는데 네 이름을 부르니 또 눈물이 난다.


아들아, 생각나니? 엄마가 장사를 갔다가 돈을 벌어오는 날이면 너무 좋아 까치걸음으로 마중을 나오다 넘어져 손바닥이 벗겨져 피가 흘러도 그래도 엄마가 왔다고 그렇게도 좋아하던 거 말이야.


엄마가 뭐 길래, 피가 나와도 좋아라 매달리던 우리 아들, 고 작은 손에 피가 날 때 엄마 가슴에서는 피눈물이 흘렀다.
고 작은 배 한 번 불려주지 못하고 고생만 시킨 엄마인데. 어마가 뭐가 좋다고 ...


하루는 네가 없어졌다고 온통 찾고 헤맸는데 잔디밭에 나가 메뚜기를 잡아 구워먹었다고 자랑을 하며 네가 입이 시커매 가지고 나타난 적이 있었지?
늘 식구들 벌어 먹인다고 나가 다니는 엄마 땜에 너는 누나가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짝꿍이 되어 함께 놀 군 했었지.


약하고 어린 네 편을 들어준다고 나섰다가 네 누나가 다른 집 애들에게 맞기도 하고 누나가 어딜 가면 항상 껌 딱지처럼 붙어 다니곤 했지?


그런데 엄마 떠난 집에서 이 세상 전부 같던 누나마저 엄마를 찾아 떠나고 나니 이제는 너와 아빠만 남아 그 험한 세상에서 너무 많은 고생을 하게 만들었구나.


어린 너를 어려운 세상을 혼자 헤쳐 나가게 한 이 엄마는 항상 너에게 죄를 지은 마음이고 아마 이 마음은 내가 죽을 때까지 변하지 않을 거야.


내 아들 광명아, 어릴 때부터 좋은 것, 행복한 것보다 고통과 불행한 것을 먼저 알게 한 이 엄마는 아들에게 너무 미안 하고 또, 미안하구나.


사랑하는 내 아들아, 어려서부터 이쁘다는 소리 듣던 우리 아들이니까 아마 다자라 어른이 된 네 모습도 당연히 멋지고 잘난 모습으로 성장했으리라 본다. 어릴 때부터 우리아들이 멋지게 변할 거라고 엄마는 장담을 했거든.
내 아들은 당연히 멋지게 성장을 했을 테지만 지금 엄마가 누리는 자유와 행복을 함께 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면 얼마나 슬픈지 모른다.


광명아, 그 때 엄마를 찾아왔던 누나도 엄마와 함께 한국으로 와 지금은 세상에 부러운 것 없이 너무나 잘 살고 있단다. 올 해 누나는 대학에 입학했어. 이제 몇 년 후에는 멋진 직업도 가지게 될 거야. 너도 함께 왔더라면 함께 대학에 들어갔을 텐데 너무 아싑구나.


이제 날씨도 추워오니 올 겨울 우리 아들이 무엇을 먹고 무엇으로 난방을 해결할지 또, 걱정이 된다.
광명아, 엄마와 한 약속을 꼭 지켜야 한다.


엄마를 만날 때까지 아프지 말고 잘 버티려면 첫째도, 둘째도 건강이니까 부디 몸 건강해라. 그래야 우리 다시 만나는 날 웃으며 얼싸안을 수 있지.
절대로 엄마걱정은 하지 말고 건강하게 잘 있어라 다음에 또, 편지 할게.
사랑한다, 엄마가 많이많이 사랑한다, 우리아들! 잘 있어라.
서울에서 엄마가.

 

 

<파랑새 체신소 >마지막 인사말

 

북조선 청취자 여러분,
지킬 수 없는 막연한 약속을 하며 9살 난 어린자식과 헤어졌는데 그 9년이 두 번이나 더 흘러갔지만 아들에게로 갈 수 없는 엄마의 안타가운 마음, 여러분들은 이해가 되십니까?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이뻐한다고 했거늘 자식과 생이별한 엄마들의 마음을 고슴도치의 새끼사랑에 비길 수 있겠습니까. 
돈 벌어 얼른 오마, 지킬 수 없는 약속을 하고 자식들과 헤어진 이들이 어찌 김연희씨 혼자 뿐 이겠습니까. 배고프지 않게 먹고 살고 싶어 고향을 떠난 김연희씨 같은 수많은 엄마들이 자식 앞에 영원한 죄인이 되어 울고 있습니다.


그들의 얼굴에서 더는 눈물이 흐르지 않게 될 날은 자식들이 더는 엄마를 원망하지 않게 될 날은 통일이 되는 길 뿐입니다. 김연희씨의 아들, 광명씨도 엄마의 이런 마음을 이해해주시고 두 분이 꼭 다시 만나시길 간절히 바라며 그럼 오늘 저녁 파랑새 체신소 편지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다음 시간을 또, 기다려 주세요. 지금까지 파랑새 체신소의 김정현 이었습니다. 

입력 : 2016-11-18 (조회 :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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