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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새 체신소] 정춘심씨가 사랑하는 엄마에게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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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새 체신소 >인사말

 

북조선 청취자 여러분안녕하세요?
가을 코드가 비로써 위력을 보이는, 아침저녁은 제법 차거운 밥입니다.
얼마 전에 뉴스를 들어보니 굶주림 때문에 북한을 떠나던 20년 전에 비해 아직도 배고파 탈북을 한다는 사람들이 아직50%지만 더 나은 삶을 위해 탈북을 한다는 사람도20%를 넘었다고 합니다.


결국 사람들은 배가 불러도 자유와 더 나은 삶을 지향하게 되고 앞으로도 그런 북한 사람들의 탈북 행렬을 막을 수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폭압과 독재가 싫어서든 배고파서이든 그렇게 고향을 등지고 한국으로 온 우리는 가족의 생사가 궁금하고 혈육이 그립고 보고 싶은 또 다른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물보다 진한 것이 피, 고 그렇게 같은 피를 나눈 것이 가족인데 가고 싶어도, 보고 싶어도 참아야만 하는 고통은 날이 갈수록 더해만 갑니다.
오늘저녁 파랑새체신소를 찾으신 정춘심씨는 5년 전, 사랑하는 어머니를 북에 두고 한국으로 오신 분인데요. 날이 갈수록 그립고 보고 싶은 것이 엄마라면서 어머니에게 편지를 쓰셨다고 합니다. 그럼 그 사연을 함께 들어 보시겠습니다.

 

 

<파랑새 체신소 >편지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5년 전 한국으로 왔고 지금은 서울에서 살고 있는 정 춘심입니다.
저를 외동딸이라고 그리도 애지중지 하시면서 따듯한 사랑으로 키워주신 엄마지만 어느 날, 갑자기 저는 어머니와 아버지를 두고 한국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앞길을 기약할 수 없는 험난한 길을 떠나는 이 딸이 걱정되어 멀리까지 따라 나오시어 말없이 눈빛으로 배웅을 해 주시던 어머니입니다.
저는 어려운 걸음이지만 그래도 딸이 잘 살 수 있는 길이 이 길이라면 어서 가라고 이 딸의 등을 밀어 보내주시던 그 어머니가 너무 그립습니다.
고향의 어머니가 이 편지를 받으실 수 있는지 그 또한 기약할 수 없지만 그래도 행여나 우리어머니가 제 목소리라도 들으시면 얼마나 좋아 하실까, 하는 간절한 마음을 안고 이렇게 파랑새 체신소에 편지를 썼습니다.

 

 


보고 싶은 엄마를 생각하며 

꿈에도 보고 싶은 얼굴,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언제 한 번도 잊은 적이 없는 사랑하는 우리 엄마!
엄마, 나 춘심이예요. 이제는 집 떠난 지 5년이 넘었지만 엄마가 이 딸의 목소리야 잊지 않았겠죠? 사시절이 다섯 번을 넘게 바뀌었지만 내 눈에는 엄마의 모습이 제가 고향을 떠나던 그 모습 그 대로 남아 있어요.


사랑하는 울 엄마, 이젠 얼마나 더 늙으셨을까, 어디 아픈데는 없는지, 하루 세끼, 때는 거르지 않는지, 엄마 생각만 하면 줄줄이 걱정 뿐 입니다.
엄마, 나는 엄마 곁을 떠나 한국에 무사히 도착했고 지금은 서울에서 일을 합니다. 엄마가 바라던 대로 우리 가족은 다 잘 살고 있고 각자 자기 맡은 직업에 성실하게 살고 있어요.


엄마가 몸소 받아주고 키워주시던 손자는 어느덧 키가165Cm나 되게 컸어요. 아마 엄마가 길가에서 보면 잘 모르고 스칠 수도 있을 거예요.
엄마, 내가 떠난 후 우리 아빠가 갑자기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인편으로 듣고 제가 얼마나 놀랐는지 아세요. 제가 이렇게 놀랐는데 엄마는 얼마나 더 놀라셨겠어요.


얼마나 슬프셨을까, 그 험악한 세상에 집안의 기둥인 아빠마저 세상을 떠나셨으니 이제 우리엄마가 어떻게 사실까, 하는 생각을 하면 가슴이 미여지고 저려옵니다.


딸이 하나 뿐 이라고 늘 잘 해주시던 우리아빠였지요.
내가 북한을 떠날 때에는 “다시는 딸을 볼 수 없겠구나.”하시던 아버지.
멀고 위험한 길이기에 절대로 따라 나와 바래주면 안 된다 했는데 멀리까지 몰래 따라 나와 이 딸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저어주시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삼삼해 아빠 생각을 하면 잠들 수가 없어요.....


엄마, 얼떨결에 헤어질 때는 잘 몰랐는데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엄마가 보고 싶고 어떻게 하면 엄마얼굴을 한 번만이라도 볼 수 있을까, 그 생각 뿐 이예요


엄마, 정말 그리움이 뼈에 사무친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를 저는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아요.
엄마, 낳아주셔서 감사하고요, 저를 엄마 딸로 태어나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함께 살 때에는 왜 그리 흔한 말인데 한 번도 못해 드렸던지 너무 미안하고 죄송해요. 엄마, 사랑합니다.


이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사랑하는 우리 엄마, 부디 아프지 말고 험한 세상 잘 이겨내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엄마가 그러시길 한시도 잊지 않고 기도하며 살아가렵니다.
엄마, 그리고 나 때문에 우리오빠, 새언니, 조카들이 피해를 많이 보셨겠죠.  정말 미안하고 죄스러운 마음 뿐 이예요.


어마, 그래도 오빠와 새언니, 조카들이 너무 보고 싶고 그립습니다.
정말, 얼마 전에 제가 꿈에 아빠를 보았어요. 제 꿈에 별로 나타난 적이 없는 아빠인데 그렇게 꿈에라도 볼 수 있게 되어 너무 좋았어요.


이쁘게 컸다고 너무 좋아 하시고 어려운 속에서도 대학공부가지 시켜주신 우리 아빠였어요. 그리고 없이 사는 살림에 어쩌다 좋은 것이 생기면 나를 제일 먼저 찾던 아빠가 너무 그리워집니다.


엄마, 이렇게 영원히 다시 못 볼 줄 알았더라면 아버지 살아생전에 잘 해 드렸을 걸, 하는 생각이 제일 간절하고 미안하고 죄스럽기 그지없어요.
우리 아빠가 그렇게 아프시면서도 임종하실 때 이 딸이 보고 싶다면서 그렇게 찾으셨다고 들었습니다. 너무 죄스럽고 가슴이 아파 무슨 말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어요.


엄마, 이제 나중에 내가 하늘나라에 가면 아빠에게 못다 해드린 효도를 할 수 있을까요?  그럴 수 있는 기회라도 있다면 정말 좋겠어요.
엄마, 우리 애도 그렇고 우리 가족은 그리운 것 없이 정말 잘 살고 있으니까 이제 딸 걱정은 절대 하지 마세요.


한국에는 북한처럼 먹을 걱정, 입을 걱정하는 사람들은 하나도 없어요.
누구나 열심히 일을 하면 잘 살 수 있고 노력한 만큼 잘 살 수 있는 나라가  한국 이예요.
엄마 손자는 공부도 잘하고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어요. 한 가지 걱정스러운 것은 세월이 갈수록 할머니 얼굴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고 하는 겁니다.
어떨 때는 무섭기도 해요. 이러다가 손자가 할머니 얼굴을 아예 잊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하고 말이죠.


제발 그런 일은 없어야 할 거고 그 때까지 통일이 안 되면 우린 영원히 이산가족으로 남는다는 이야기인데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엄마, 여기 한국에서는 매일 매 시각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실시간으로 뉴스를 통해 알고 있어요. 그래서 북한에서 일어나는 일도 비밀이 없이 잘 알고 있거든요.


자꾸 더 조이고 힘들어진다는 북한 이야기를 들으면 걱정이 태산 같지만 엄마, 통일은 반드시 오니까 아프지 말고 오빠랑 다 잘 있어주세요.
이제 통일이 되면 엄마가 사랑하는 손자를 잘 키워 앞세우고 엄마 보러 고향에 꼭 갈 겁니다.


엄마는 그 때까지 꼭 살아 계셔주셔야 해요.
그래야 이 달이 그 동안 못 다한 효도도 하고 혈육들에게 빚진 걸 다 갚을 수 있어요. 알았죠, 엄마. 엄마를 다시 만날 그 날을 그리며

서울에서 엄마 딸  춘심 올림

 

 

<파랑새 체신소 >마지막 인사말

북조선 청취자 여러분,
춘심씨가 고향을 떠난 5년 사이 고향에 계신 아빠는 아프셔서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안 그래도 험악한 세상에 친정어머니 홀로 계신다니 춘심씨의 마음이 얼마나 아프겠습니까?
외동딸로 자라며 받은 사랑과 은덕에 보답해 드릴 기회조차 주지 않으신 아빠, 이제는 영원히 다시 볼 수 없는 아빠에게 죄인이 되어버린 춘심씨입니다.
그렇지만 엄마가 살아 계셔주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고 그 엄마를 위해 통일이 되면 꼭 고향에 가야 한다는 의무감도 생기게 되었습니다.
저는 정 춘심씨가 훌륭하게 자란 아들을 앞세우고 그리운 어머니가 계시는 고향에 반드시 가게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 날이 어서 오기를 간절히 바라며 그럼 오늘 저녁 파랑새 체신소 편지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다음 시간을 또, 기다려 주세요. 지금까지 파랑새 체신소의 김정현 이었습니다. 

입력 : 2016-11-18 (조회 : 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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