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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새 체신소

김향 씨가 그리운 아버지께

방송일 : 2019-11-12  |  진행 : 김정현  |  시간 :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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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새 체신소 >편지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부모의 품에서 세상의 좋은 것, 아름다운 것만 보고 자라야 할 어린 나이에
저는 어머니와 함께 북한을 떠났습니다.
고향과 정든 친구들을 떠나야 한다는 생각으로 잠시 뒤를 돌아보기도 했지만
어린 나이임에도 엄마와 함께 가는 곳엔 반드시 북한보다 나은 세상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저의 한국생활은 시작되었고 이제는 북한에 대한 기억보다 대한민국에 산 기억이 더 많은 대한민국의 평범한 대학생이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북한에 남겨진 아빠 생각을 하면 너무나 보고 싶고 마음이 아파 이렇게 펜을 들게 되었습니다.
아빠에 대한 그리운 마음을 담아 쓴 저의 편지가 우리아빠에게 전해질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보고 싶은 아빠에게!
아빠, 그 동안 안녕 하셨어요?
잘 지내고 계시나요?
혹시 아빠가 라디오로 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자그마한 기대감을 가지고 이렇게 펜을 들었어요.
아빠, 무엇이든 안 되는 것이 없는 요즘 같은 현대 사회에 가족이 갈라져 소식조차 전할 수 없다는 게 사실은 말도 안 된다는 거 저 도 알아요.
보고 싶은 아빠, 아빠도 이젠 많이 늙으셨겠죠?
10대의 어린 나이에 본 아빠 모습이 마지막이라 솔직히 지금의 아빠 모습이 어떨지 상상이 잘 안 됩니다.
손에 든 빵이 어느 것이 더 크고 작은 것 밖에 모르던 너무 철없던 시절에 아빠 곁을 떠났지만 저는 아빠가 너무도 그립고 지금도 너무 보고 싶어요.
누가 뭐라고 해도 아빠는 내 아빠이고 그 건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절대로 달라질 수 없으니까요.
보고 싶은 아빠, 제가 한국에 온지도 10년이나 되었어요. 그 동안 아빠가 얼마나 힘들게 사셨을지, 어디 아픈 데는 없으신지, 얼마나 늙으셨을까, 그저 이 딸은 상상만으로 만 그려 볼 뿐입니다.
아빠, 아빠 딸 향이는 대한민국에서 초, 중, 고중을 다 졸업하고 지금은 대학에 다니고 있는데 너무 재미나게 공부를 하고 있어요.
아빠에게 대학생이 된 딸의 모습을 보여 드릴 수도 없고 소식을 전할 수도 없고 아빠의 소식을 받을 수도 없는 이 현실이 너무 안타까워요.
아빠, 만약 북한에서였다면 나 같은 사람이 대학에 갈 꿈이나 꾸어 보았을까요. 근데 아빠 딸이 지금 한국에서 대학에 다니고 있어요.
보고 싶은 아빠, 어린 시절에 아빠는 어쩌다 맛있는 거 생기면 저에게 가져다주시고 애들하고 싸워도 언제나 제 편만 들어 주셨죠?
그리고 내가 많이 아플 때에 제가 병원에서 죽을 고비를 겪은 적이 한 번 있죠. 그 때 일을 저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고 잊혀 지지 않아요.
내가 잘 걷지도 못하고 집에만 있다고 애들이 놀릴 때, 누가 저를 조금만 건드려도 아빠는 제일 먼저 달려와 제일먼저 내편을 들어주셨죠.
언제나 내 편이었던 천 상 딸 바보, 우리 아빠, 오늘 밤은 왜 이렇게 그리운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아빠, 우리 삼촌도 너무 보고 싶은데 제가 한국에 와서 전해들은 바로는 그 삼촌이 돌아가셨다고  하던데 그게 사실인지요?
그 말은 듣는데 그냥 너무 슬픈 생각이 들었어요.
보고 싶은 아빠, 맨 날 통일이 금방 될 것 같아 이제 곧 아빠를 만나 보겠구나, 하는 희망으로 들떠 있다가도 금 방 다시 본래대로 되니까 제가 아빠를 만날 날이 언제가 될지 저도 알 수가 없어요.
아빠, 제가 이렇게 아빠가 그립고 보고 싶은 것처럼 아빠도 매일 이 딸이 그립고 보고 싶으시겠죠?
아빠, 아빠 딸 향이는 늘 씩씩하잖아요. 아빠도 저를 마나실 때까지 아프지 말고 열심히 살아 주세요.
제 마음 속에는 자나 깨나 아빠 생각 뿐 이에요.
늘 딸 바보이셨던 아빠 모습을 그려보면 저도 힘이 난답니다.
보고 싶은 아빠, 이 세상에는 기적, 이라는 게 있다고 해요. 그래서 제가 그 기적을 믿어 보려고 이렇게 아빠에게 편지를 씁니다.
혹시 아빠가 제 목소리를 들으실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기적이 일어난다면 아빠 제가 한국에서 아빠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음을 꼭 알아주시기 바라요.
아빠, 이 자유로운 세상에서 아빠 손잡고 외국여행도 가보고 싶고 이제 제가 남자 친구가 생기고 결혼을 한다면 아빠의 손을 잡고 결혼식장에도 들어가는 게 제 소원이에요.
초, 중고등학교 다닐 적에는 애들 이 아빠랑 놀러 다니고 학교 체육대회에 오는 게 얼마나 부럽던지....
나에게도 아빠가 있고 분명 살아 계신데 나는 왜 아빠랑 함께 놀이공원에도 못 가고 그 흔한 학교 체육경기 한 번 함께 할 수 없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
얼마나 슬펐는지 아세요?
보고 싶은 아빠, 아빠가 너무 보고 싶어요. 너무 어려서 헤어지셨기 때문에 아빠가 지금의 저를 보시면 알아보실 수 없을 수도 있겠다, 그런 생각도 들어요. 이제는 제가 너무 커 버렸거든요.
우리 아빠는 본래 너무 성실한 분이시니까 지금도 열심히 사실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만 그래도 북한이 어떤 곳인지 제가 잘 알기에 늘 걱정이 들어요.
우리 때문에 아빠가 피해를 보시거나 안 좋은 일을 당하신 건 아닌지, 그 게 제일 큰 걱정이에요.
보고 싶은 아빠, 어렵고 힘이 좀 드셔도 지금처럼 늘 건강하시고 열심히 살아 주세요. 한국에서 아빠 딸이 아빠를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는 걸 잊으시면 절대 안 돼요.
나도 열심히 노력해서 대학을 졸업하고 이제 돈도 많이 벌 거 에요.
그래야 우리 아빠도 도와 드리고 아빠를 한국으로 모셔 올 수 있잖아요.
보고 싶은 아빠, 언제면 헤어진 우리 가족 한 집에 다모여 함께 옛날처럼 살 수 있을까요.
아빠, 우리 함께 모여 살 그 날을 위하여 절대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살아만 주시길 이 딸이 간절히 바랍니다.
북한의 아빠를 그리며.
아빠 딸 향이 올림.
 
입력 : 2019-11-11 (조회 : 83)  |  북한개혁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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