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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새 체신소

차미애씨가 친구에게

방송일 : 2019-10-04  |  진행 : 김정현  |  시간 :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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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새 체신소 >인사말
북조선 청취자 여러분안녕하세요?
제가 대한민국에서 살기 시작한 지도 몇 년 잘 되었지만 아직도 익숙하지 않는 것들이 참, 많습니다.
지도자들의 생일, 정치와 연관된 명절만 있던 북한에서 살아와서 그런지 부처님오신 날, 어버이 날, 개천절, 한글 날... 이런 날들이 명절들이고 국가 공휴일이라는 것이 어쩐지 익숙해지지가 않습니다.
대한민국으로 오지 않았더라면 세상에, 이런 날, 이 있다는 것도 아직 모르고 살았을 것이고 이 날들을 명절로 기념하고 있다는 사실은 더군다나 더 몰랐겠죠?
어쨌거나 공휴일이 많은 나라에 산다는 건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늘저녁 우리 파랑새체신소를 찾으신 차미애씨는 북한에 둘도 없는 친구 분을 두고 오셨다고 합니다. 차미애씨는 친구 분에게 어떤 사연을 전하고 싶으셨을까요?  그럼 오늘은 그 사연을 함께 들어보시겠습니다.
<파랑새 체신소 >편지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제가 대한민국으로 온 것은 제 인생에서 가장 잘 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무리 살아보려고 해도 하나도 나아지지 않는 생활고 때문에 매일처럼 이리 저리 뛰어다니던 생각을 하면 지금도 기가 막히고 왜 그렇게 바보처럼 살았을까, 하는 생각만 듭니다.
그렇게 어렵게 살면서도 저는 그 때엔 그 게 저에게 차례진 운명인 줄만 알았고 굶어 죽어도 북한을 떠나면 안 되는 줄만 알았습니다.
고된 인생살이였고 말로 다 할 수 없는 어려움 속에 살았지만 그래도 정말로 친한 친구 하나가 있어 위로도 되고 힘을 얻기도 했습니다.
철따라 정든 고장을 떠나고 다시 오는 저 하늘의 철새들이 왜 이리 부러운지... 저는 사랑하는 친구가 너무 그리워 이렇게 펜을 들었습니다.
둘도 없는 딱 친구 선애 에게 이 편지가 정말로 가 닿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습니다.
친구 선애 에게 몇 자 전한다
보고 싶은 내 친구 선애야, 그 동안 잘 있었니?
혹시 헤어 진지 너무 오래 되어 내 목소리를 잊어버리진 않았는지,
나, 너의 둘도 없던 딱 친구 미애야.
선애야, 너네 온 집안 식구들 다 잘 지내고 있는지?
마냥 어리기만 하던 너의 자식들, 경일이, 금주도 이제는 다 자라 어른이 되었겠구나.
아니다, 시집, 장가를 가서 가정 살림을 하는 한 가정의 아빠, 엄마가 되었겠다. 호...
보고 싶은 내 친구 선애야, 우리가 늙어가는 생각은 전혀 안 하고 아이들 큰 걸 쳐다보면 나도 깜짝 깜짝 놀랄 때가 있어.
그러고 보니 하긴 그럴 만도 하네.
너와 내가 헤어진지도 20년이라는 긴 세월이 흘렀잖아. 강산이 두 번 변하고도 넘는 긴 세월이 흘렀으니 말이야.
보고 싶은 내 친구 선애야, 너도 이제는 할머니 소리를 듣고 있겠지?
요즘 북한 소식을 들어보면 예전보다 장사는 많아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아직 굶어죽는 사람도 있다고 들었어.
선애야, 너희는 어떻게 살고 있니?
없는 살림살이에 살아보려고 오늘도 시장으로 동분서주 할 네 모습이 눈에 선 하다. 이제 너도 많이 늙었겠지.
선애야, 내가 북한을 떠나기 전 너에게 하던 말 기억하고 있어?
나는 여기서 더 이상 이렇게 살 수가 없다고, 그래서 여기를 떠나 어디로든 가겠다고 내가 너에게만 말 했잖아.
그러면서 내가 그 날 밤, 내가 쓰던 물건 중에서 쓸 만한 것들을 너에게 가져다주지 않았니. 뭐 별로 좋은 것은 아니었어도 이왕 남을 줄 거면 너에게 주어야겠다고 생각하고 그랬던 거지.
보고 싶은 내 친구 선애야,
너에게 내가 쓰던 물건들을 주고 다음날 새벽4시에 나는 애들을 데리고 탈북을 했어. 그리고 그 날 아는 사람을 하나 데리고 떠났는데 그 사람이 우리 남편하고 동창이었어.
선애야, 문제는 그 사람이 동창이라 할 수 없이 함께 가기로 했는데 글쎄 83세 되는 할머니 한분에 두 다리가 없는 아들까지 데리고 떠나는 바람에 우리 가족의 탈북 노정이 얼마나 어려웠는지 말로 다 표현 할 수가 없었어.
몸이 성한 사람도 탈북을 하는 길은 옴 몸이 떨리고 말 할 수 없이 험난한 과정인데 세상에, 혼자 걷기도 어려우신 노인에다 두 다리가 없는 청년까지 이 건 정말 죽음을 각오하지 않고선 절대로 떠날 생각도 할 수 없는 길이었어.
보고 싶은 내 친구 선애야, 어려운 사람을 도와야 하는 건 당연 한데 그러다가 너도 나도 다 죽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정말 어려운 선택을 하게 되었어.
그리고 그 사람들이 제발 살려달라고 얼마나 애원하는지 도저히 외면 할 수가 없어서 결국 도와주기로 했어.
걸으실 수 없는 할머니와 두 다리 없는 아들을 등에 한 번씩 업을 때마다  죽을힘을 다해야 했는데 지금은 돈을 주면서 그렇게 하라고 해도 절대 못 할 것 같아.
선애야, 그 때는 어디서 그런 힘이 나왔고 어디서 그런 용기가 생겼는지 모르겠어.
선애야, 그렇게 죽을힘을 다해 그들을 중국까지 데리고 넘어 갔는데 그랬으면 잘 살아야 내 기분이 좋을 텐데 그게 아니야.
그 할머니와 두 다리 없는 아들이 중국에서 천막생활을 하며 살다가 중국경찰에 체포되어 북한으로 다시 북송되어 갔다는 거야.
보고 싶은 내 친구 선애야, 그 후에 들은 바에 의하면 할머니하고 아들이 북한에서 방랑 생활을 하다가 모두 굶어죽었다고 하더라.
정말 인생이 너무 불쌍한 사람들이야.
잘 살고 싶어 남까지 고생시키면서 어렵게 중국으로 갔는데 결국 북한을 떠나지 말고 그냥 살기보다 못한 운명이 되어버린 셈이잖아.
선애야, 내가 이렇게 마음이 착해서 불쌍하다고 데리고 왔는데 중국에서도 방랑생활을 했다니, 게다가 북한으로 북송되어서 제대로 못 살고 죽었다니 너무 가슴이 아프고 안타까워.
그 할머니와 두 다리 없는 사람이 북한에 돌아가 내 말을 그렇게 하였다고 하더구나.
그 말을 전해주는 사람이 정말 선미엄마 괜찮은 사람이라고 내 이야기를 외우군 했다고 하더라.
선애야, 북한 살던 생각, 그 대 일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구나. 우리가 너와 편지라도 주고받으면 얼마나 좋을까만 그 것도 안 되는 구나.
보고 싶은 내 친구 선애야, 지난날의 이야기를 하려면 정말 끝도 없는데 이제 내 편지는 여기서 끝내야 할 것 같아. 
나는 대한민국에서 북한에서 생각하던 것 이상으로 별 걱정 없이 살고 있다.
선애야, 정말로 우리가 죽기 전에 만날 수 있을까, 나는 통일이 되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어.
그 때 그 동안 못 다한 이야기 밤 새워 하기로 하고 오늘은 이렇게 그리운 마음을 편지에만 담아 본다.
너를 비롯한 가족 모두 부디 건강하게 잘 있어.
통일의 날, 상봉의 날, 응 기다리며
서울에서 친구 미애로부터~~~~
<파랑새 체신소 >마지막 인사말
북조선 청취자 여러분,
형제자매보다 더 가까웠던 북한 사시는 친구 분에게 쓰신 차미애씨의 편지 잘 들어 보셨나요?
어렵던 북한 생활, 그래서 더 소중하고 가까웠던 친구 선애씨,
따뜻한 마음을 담아 쓰신 이 편지가 북한 사시는 친구 분에게 꼭 가 닿기를 저도 기대합니다.
그럼, 오늘저녁 파랑새 체신소 편지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다음 시간을 또, 기다려 주세요. 지금까지 파랑새 체신소의 김정현 이었습니다. 
입력 : 2019-10-04 (조회 : 42)  |  북한개혁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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