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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새 체신소

차근석씨가 사랑하는 아들에게

방송일 : 2019-09-24  |  진행 : 김정현  |  시간 :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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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새 체신소 >인사말
북조선 청취자 여러분안녕하세요?
제가 북한과 한국, 두 제도를 살아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부모는 자식의 몸을 낳지 뜻을 낳는 것이 아니고 들 합니다. 이 말은 아마 이 세상 어느 자식도 부모의 바람대로, 부모의 뜻대로 살아주지는 않은다, 뭐, 이런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냥 건강하게 낳아주신 것만으로도 만족하고 고마움을 느끼는 자식이 있는가 하면 더 많은 부를 물려주지 않은 부모를 원망하는 자식도 있고, 음~ 그러고 보면 부모의 입장에서도 자식의 입장에서도 100%만족한 삶은 없는 것 같기도 합니다.
더욱이 북한 같은 나라는 부모로 떳떳하게 살기도 너무 어렵고 그렇다고 자식으로 행복하게 살기도 어려운 곳임을 여러분들이 더 잘 아실 겁니다.
오늘저녁 우리 파랑새체신소를 찾으신 차근석씨는 북한에 사랑하는 아드님을 두고 오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그립고 보고 싶은 아드님에게 편지를 쓰셨다고 합니다. 그럼 오늘은 그 사연을 함께 들어보시겠습니다.
<파랑새 체신소 >편지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부모와 자식이 살아서 생이별을 한다는 말은 영화에서나 나오는 말인 줄 알았습니다.
인간이 달나라로 여행을 가고 지구상에 그 어느 곳이라도 가고 싶으면 갈 수 있는 이런 세상에 부모형제, 가족친척이 안부도 물을 수 없고 편지 한 장 전 할 수 없는 나라가 있습니다. 하나의 민족 하나의 국가였던 나라, 하지만 지금은 둘로 갈라져 남보다 못한 북한이 바로 그런 곳입니다.
저 역시 대한민국으로 오기 전까지는 저에게 이런 불행이 찾아오리라고 전혀 생각조차 못하고 살았습니다.
어쩌다 이런 곳에서 내가 태어났을까, 제가 부모를 선택하고 태어날 곳을 선택 해 태어날 수 있었다면 절대로 이런 선택은 하지 않았을 겁니다.
저는 눈감으면 떠오르는 자식 생각에 뜬 눈으로 밤을 새우다 이렇게 그리운 아들에게 편지를 쓰게 되었습니다.
보고 싶고 사랑하는 아들에게
그리운 아들정호야, 그 동안 험한 세상에서 가정을 이끌고 살아가노라 얼마나 고생이 많았겠냐.
며느리도 그 동안 고생이 많았겠구나.
내 손자도 별 탈 없이 잘 크고 있겠지?
늘 마음은 네가 사는 북한에 가 있지만 부모가 되어가지고 자식과 함께 할 수 없다는 걸 생각하면 이 가슴이 너무 비통하구나.
사랑하는 내 아들아, 요즘 네가 하는 일은 잘 되고 있는지, 무엇을 해서 어떻게 먹고 사는지, 늘 궁금하고 알고 싶은 것이 많지만 지척에 두고도 안부 한 장 전 할 길 없구나.
말을 하지 않아도 잘 알겠지만 이 아버지는 네가 하는 일, 몸은 건강한지, 손자, 며느리 잘 지내기를 바라는 마음 뿐 이다.
아들아, 무엇을 하면 먹고 살 수 있을까, 무엇을 하면 우리식구 잘 살 수 있을까, 아버지는 늘 그런 바람으로 일을 하고 열심히 살아 왔다.
남에게 나쁜 짓 한 적 없고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했지만 그 땅에서 네 어미를 잃고 난 후 나는 앞길이 더 막막했다.
그래서 북한에서 더는 못 살겠다는 마음이 들어 결국 탈북을 결심했다.
하지만 누구에게도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없었고 막상 친 아들인 너에게도 내 마음을 알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큰아버지네 집에 간다고 말 하고 길을 떠났는데 그렇게 아버지는 중국으로 들어갔다.
너도 알다시피 아빠는 청년시절부터 나의 모든 것을 다 바쳐 제철소에서 나라를 위해 한 생을 바쳤다.
그렇게 한생을 다 바쳐 일 밖에 모르고 살았지만 정년퇴직 이후 밥은 고사하고 하루 세끼 죽도 변변히 먹을 수 없어 결국 장사 길에 나설 수밖에 없었구나.
뭐가 돈이 될까, 별 생각을 다 하다가 아버지는 인연도 없는 곳으로 금, 이 돈이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금을 캐 본다고 갔지. 하지만 고향도 아닌데다 타향에서 먹고 산다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다.
사랑하는 내 아들아, 남의 집 웃 방 을 얻어 곁방살이를 하면서 그 고되고 위험한 금 캐는 일에 매달려 보았지만 우리 살림은 나아지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황해도에 가서 무거운 쌀을 날라다 도매로 넘겨주는 북한 말로 쌀 달리기까지 하게 되었어.
그렇게 악착같이 벌어보려고 별 짓을 다 해 본 아버지이다.
그러다가 언젠가는 막노동으로 돈을 조금 벌어 보기도 했지만 그 것도 한 때 뿐이었지. 예로부터 가난구제는 임금도 하기 어렵다고 했거늘, 날마다 굶주려 죽어가는 백성들을 나라도 돌보지 않더라.
사랑하는 내 아들아, 매 해 한식과 추석이 되면 아버지 대신 네가 엄마 묘소에 찾아가리라 아버지는 믿는다.
올 해 추석에 나는 두고 온 고향과 가족, 아들과 친척들 생각을 하며 추석 달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그리운 아들아, 너의 큰 누나 네와 작은 누나 네도 다 잘 지내고 있으리라고 본다. 아무리 어려워도 서로 왔다 갔다, 도하고 형제끼리 의를 상하는 일 없이 아무쪼록 잘 지내기 바란다.
아버지는 북한을 떠난 후 중국으로 가서 거기에서 넉 달 정도 살았어.
아무런 연고도 없이 무작정 탈북을 했을 대는 앞으로 살아 갈 길이 막막했지만 다행스럽게 그 곳에서 일 할 수 있는 곳을 찾았다.
사랑하는 내 아들아, 그렇게 몇 달 일을 하는 과정에 마음씨 착한 한국 분을 만나게 되었는데 그 분의 소개로 이렇게 대한민국으로 오게 되었어.
사람이 죽으라는 법은 없는 것 같다.
중국에서 만난 고마운 분의 도움으로 아버지는 한국으로 오게 되어 지금은 이렇게 별로 큰 걱정 없이 잘 지내고 있단다.
아들아, 아버지는 그저 네가 건강하고 네 가족이 아무 일도 없이 잘 지내기만을 바라고 또 바란다.
지금은 이렇게 편지 한 장 전 할 길이 없지만 살다보면 다시 세월이 좋아질 수도 있지 않겠니. 그렇게 세월이 좋아지면 남북이 서로 오고가고 또 서로 왕래를 하게 되면 내가 제일 먼저 내 아들을 찾아 갈 생각이다.
그리고 네 어머니 묘소에도 찾아가고 딸들도 만나 보아야지. 하,... 오늘은 생각만 해도 즐거워진다.
네 어머니 묘소는 네가 알아서 잘 보살피겠지만 그래도 네 어머니는 이 아버지가 찾아오길 더 기다리고 있을 거야.
아버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고 살아가야 할 목표가 생겼다.
아들아, 그 날이 오면 네가 아버지가 사는 서울 구경도 오거라.
아버지는 그 날이 빨리 오길 손꼽아 기다린다.
사랑하는 내 아들아, 그 희망 하나 때문에 아버지는 타향에서 살지만 전혀 외롭지도 않고 이렇게 꿋꿋히 살아가고 있어.
내 아들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내 손자는 얼마나 컷을까, 얼굴 모습은 얼마나 변했을까, 될수록 즐거운 생각, 희망적인 생각만 하려고 한다.
그러니 내 아들아, 너도 절대 나약한 생각을 하지 말고 건강하게 잘 살아 주기를 바란다.
아버지는 그 날이 머지않아 올 거라고 굳게 믿고 있다.
사랑하는 내 아들아, 비록 짧은 편지이지만 아들을 그리워하는 아버지의 간절한 마음을 담았으니 부디 온 가족 건강하게 살아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오늘은 여기서 마치겠다.
잘 있거라.
가을이 오는 길목에서 아버지가.
 
<파랑새 체신소 >마지막 인사말
북조선 청취자 여러분,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세상이지만 단 하나 변하지 않는 곳 북한, 그 곳에 사랑하는 자식을 두고 온 아버지의 마음은 과연 어떨까요?
죽지 않고 살아보려고 모진 애를 써 보았지만 끝내는 그처럼 사랑하는 아들 곁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차근석씨였습니다.
그가 택한 탈북의 길이 그리운 아들과 다시는 만 날 수 없는 영원한 이별이 되지 않기를  저도 간절히 바랍니다.
그리고 북한 사시는 차근석씨의 아드님께서도 아버지의 간절한 바람대로 건강하게 잘 살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사랑하는 아드님을 만나실 그 날까지 차근석씨도 파이팅 하시기 바라면서 오늘저녁 파랑새 체신소 편지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다음 시간을 또, 기다려 주세요. 지금까지 파랑새 체신소의 김정현 이었습니다. 
입력 : 2019-09-24 (조회 : 90)  |  북한개혁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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