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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새 체신소

[파랑새 체신소] 황경옥씨가 사랑하는 동생에게

방송일 : 2017-06-02  |  진행 : 김정현  |  시간 :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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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새 체신소 >인사말

북조선 청취자 여러분안녕하세요?
우리나라 옛 말 에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 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인즉, 곁에 있을 땐 소중함을 잘 모르지만 막상 그가 없고 나면 그의 빈자리가 너무 크게 느껴진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흔히 부모나 가까운 형제들은 늘 그 자리에 언제까지나 있을 줄만 알고 대충 지내는 때가 많습니다. 그러다가 막상 그 가 우리 곁을 떠나면 평상시에 잘 해주지 못한 것에 대해 한없이 후회합니다.
그리고 어려움을 한 번씩 겪고 나서야 그래도, 피는 물보다 진하다, 그러면서 혈육과 형제를 그리워하고 고마워하죠.
저도 물론 예외는 아니어서 형제들과 멀리 떨어지고 보니 그 때 좀 더 잘해주었을 걸, 하는 후회를 안고 삽니다.
오늘저녁 우리 파랑새체신소를 찾으신 황경옥씨도 대한민국에서 살면서 두고 온 고향의 동생이 너무나 그립고 보고 싶어 편지를 쓰셨다고 합니다.
경옥씨와 동생 분 사이에 어떤 남다른 사연이 있었는지 그럼 그 사연을  함께 들어 보시겠습니다.

<파랑새 체신소 >편지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북한을 떠난 지 3년이 되어옵니다.
저는 한국에서 매일처럼 즐겁고 행복하게 살고 있지만 저 북한의 고향에 두고 온 동생 생각을 하면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태어나서 이렇게 헤어질 때까지 한 시도 떨어져 살아 본적 없이 다정한 형제였기에 더군다나 매일같이 그립고 보고 싶은 것이 동생입니다.
한국은 제가 북한에서 생각하던 그런 곳이 아니고 누구나 자유롭게 일하고 능력이 있는 만큼 잘 살고 있습니다.
특히 누구나 공부하고 자격증을 따려고 젊은이건 나이가 드신 분 들이 건 평생을 노력하는 모습을 보니 매일 일감이 없어 일을 할 수 없고 일을 해도 대가도 제대로 받을 수 없었던 북한 생각이 납니다.
그래서 저와 함께 오지 못한 동생 생각을 하면 안타깝고 동생에게 잘해주지 못한 후회만 가득해 동생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저는 저의 이 편지가 제 동생에게 꼭 가닿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사랑하는 내 동생에게

내 사랑하는 동생 은옥아, 그 동안 잘 있었니?
내가 고향을 떠난 지도 벌서 3년이나 되었구나. 그 동안 우리 고향은 어떻게 변했을지, 너랑 엄마는 어떻게 살고 있는지?
나는 한 시도 고향과 동생, 우리 어마를 잊어 본 적이 없어.
원래 이쁜 우리 동생인데 지금 더 자랐으니 아마 더 이쁘게 변했겠지?
은옥아, 함께 있을 때에는 잘 몰랐는데 고향을 떠나 이렇게 타향으로 오니 언니는 왜 그 때 함께 살 때 좀 더 잘 해주고 더 사랑해 주지 못했을까, 늘 후회뿐이야.
더군다나 맛있는 걸 먹을 때랑 엄마와 네 생일이 되면 못 견디게 그립고 괜히 미안하고 너무 죄스러운 마음이 들어.
너도 알다시피 언니가 마음은 안 그런데 괜히 남들 앞에서 표현이 서투르고 나약해보이고 싶지 않아 그랬어.
엄마와 너는 지금 어떻게 지내니? 매일 무엇을 먹고 어떻게 살고 있는지 무척 궁금하고 알고 싶어.
물어보나 마나 말 할 수 없이 어렵고 힘든 것이 북한 생활이겠지만 어려서부터 고생만 시키고 한 번도 행복하게 산 기억이 별로 없는 것이  우리 가정이었지.
너도 언니 생각이 많이 나겠지만  만날 수는 없어도 네 목소리라도 실컷 들었으면 언니는 원이 없을 것 같아.
늘 어려운 우리 집이었어도 같이 있을 때는 그래도 그것이 행복인 줄 알고 살았지만 이렇게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곳에 오고 보니 그 당시 일들이 하나하나 다 소중하고 즐거운 추억이 되어 버렸어
내 동생 은옥아, 나는 네가 내 동생으로 태어나 준 것이 너무 고맙고 감사할 뿐이야. 모든 것이 부족한 우리 집었지만 너는 언제 한 번 언니의 말을 거역 한 적이 없고 내 말이라면 다 잘 들어주었지. 아마도 그런 착한 동생을 둔 사람은 나 밖에 없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은옥아, 우리 식구를 위해 한 생 착하게 사시던 우리 아빠가 세상을 떠나셨다는 소식을 들었어. 아빠가 돌아가셨을 때 언니가 옆에 있어주지 못해 너무 미안하구나. 세상 천지에 믿을 사람도 없이 얼마나 무섭고 힘들었겠니.
네가 이제는 언니와 아빠 몫까지 합쳐 옆에서 엄마를 잘 보살펴 드려야 한다.
사실 나도 혼자다보니 많이 외롭고 힘들지만 이 담에 엄마와 너를 만나게 되면 그 동안 부끄럽지 않게 살았다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고, 당당하게 나설 수 있게 나름대로 열심히, 열심히 노력하고 있단다.
나는 가끔 눈 감고 조용히 돌이켜 보면 나를 낳아주고 키워주신 우리 아빠에게 너무 고맙고 아버지가 가시는 마지막 길을 곁에서 지켜 드리지 못한 자책감으로 너무 미안하고 가슴이 아파. 그저 한스러운 생각 뿐이야.
살아계실 때 고맙다는 말 한 마디, 사랑한다는 말 한 마디 제대로  해드리지 못 했는데 그렇게 가셨으니 이제 와서 뭐라 할 말이 없구나. 내가 아빠 얼굴을 본지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 다시 이 세상에서 아빠를 볼 수 없다는 것이 나는 정말 믿겨지지가 않는다.
내 동생 은옥아, 이제 우리에게는 엄마밖에 없지 않니. 그러니 이제 네가 해야 할 일이 많아졌어.
네가 좀 어렵더라도 아빠에게 다 해드리지 못한 이 언니의 마음까지 합쳐 엄마를 잘 도와 드리고 돌봐 드려 줘.
집에 있을 땐 언니도 하노라고 했지만 그래도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 불효했고 오히려 지금도 부모님께 근심걱정만 끼쳐드린 것 같아.
북한이 얼마나 어려운 곳인지 잘 아니까 언니도 네가 무엇을 어떻게 잘 드리고 있을지 뻔 하지만 그래도 우리 엄마는 너에게 맡기고 왔으니 잘 부탁한다.
은옥아, 아무리  살기가 어렵고 힘들어도 우리 조금만 힘내자. 아마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도 우리 형제가 잘 살기를 그리고 우리 형제가 엄마랑 꼭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라시고  우리를 늘 보살피고 계실거야.
은옥아, 언니의 한국 생활은 너무 행복하다.
나는 가끔 내가 한국으로 오지 않고 지금도 북한에서 살고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고 생각해 본단다.
아마 그랬더라면 지금도 공부를 하고 좋은 곳으로 여행을 다니고 철 따라 좋은 옷을 사 입고 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그렇게 살지 못했을 거야.
아니, 세상에 한국이 이렇게 좋은 나라인지도 영원히 몰랐을 것이고 거지만 득실거리는 가난한 나라라고만 생각하고 있었겠지.
북한에서는 우리에게 말과 글을 가르치는 첫 날부터 남조선은 사람 못살 곳이고 나쁜 나라라고만 가르쳤고 우리와 함께 살 수 없는 원수라고만 배워주지 않았니?
내 동생 은옥아, 나는 여기 한국에 와서 정말 많은 것을 알게 되었어.
우리가 그렇게 사람 못살 생지옥이라고 배운 남조선은 정말로 자유롭고 평등한 민주국가이고 이 곳에 사는 사람들은 인권을 얼마나 존중하고 소중히 여기는지 모른다.
그러나 반대로 세상에 제일이라고 배운 북한은 마음대로 말하고 마음대로 여행을 다니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는 세상에서 제일 살기 힘든 독재국가였어. 나는 인권이라는 것이 우리에게 있다는 것도 한국에 와서야 알게 되었고 정말로 자유로운 국민들은 어떻게 사는지도 보게 되었어.
너도 함께 왔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언니는 너에게 한 두 마디 말로는 설명이 안 되는 남조선에 대한 이야기를 밤새도록 해주고 싶어.
내 동생 은옥아, 우리 다시 만날 날은 멀지 않았어. 그 날은 반드시 오니까 그 때까지 어떻게 하나 꿋꿋이 버텨야 한다. 알았지?
너를 정말로 사랑하는 이 언니의 마음을 이렇게 몇 글자의 글로 다 적을 수는 없지만 언니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잘 알지?
정말로 만약에 네가 언니의 이 편지를 받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엄마, 우리 동생 너무 보고 싶고 너무나 많이많이 사랑한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빠두 말이야. 
우리 식구 다시 만날 그 날까지 건강하게 잘 살기 바라며 오늘은 이만 아쉬운 펜을 놓는다. 안녕히~
서울에서 언니가

<파랑새 체신소 >마지막 인사말

북조선 청취자 여러분,
황경옥씨의 동생에 대한 그리운 마음이 구구 절절 어려 있는  편지 사연 잘 들으셨나요?
아직은 세상사는 어려운 이야기보다 청춘의 행복한 단꿈과 미래밖에 몰라야 하는 그런 나이지만 행복한 미래보다 현재의 불행과 오늘 당장의 끼니를 걱정해야 했던 것이 황경옥씨의 북한 생활 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불행한 땅에 남겨둔 동생과 어머니 걱정에 대한민국에서 누리는 넘치는 행복이 부담스럽고 미안하기까지 하다고 합니다.
남겨진 동생에게 하나밖에 없는 어머니까지 부탁하며 다시 만날 그 날을 기다려 달라던 경옥씨의 간절한 부탁이 북에 사시는 경옥씨의 동생 은옥씨에게 꼭 전해지기를 저도 간절히 바라면서 그럼 오늘 저녁 파랑새 체신소 편지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다음 시간을 또, 기다려 주세요. 지금까지 파랑새 체신소의 김정현 이었습니다. 

입력 : 2017-06-02 (조회 : 65)  |  북한개혁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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