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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새 체신소

정경심씨가 그리운 동생에게

방송일 : 2019-09-20  |  진행 : 김정현  |  시간 :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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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새 체신소 >인사말
북조선 청취자 여러분안녕하세요?
올 추석명절은 모두 어떻게들 보내셨나요?
늘 걱정 가득한 삶이지만 한가위 하루만이라도 배불리 드시고 즐겁게 보내셨으면 하는 게 저의 마음입니다.
이제는 하루가 다르게 산과들에 열매가 익어가고 조용히 귀 기울여보면 귀에 익은 가을 풀벌레들이 철을 만났다고 합창을 연주하고 있습니다.
풍요한 가을, 싱그러운 풀내음을 맡으며 가을 들길을 정처 없이 걷고 또 걸어 북녘 고향까지 가고 싶어지는 밤이네요.
오늘저녁 우리 파랑새체신소를 찾으신 정경심씨는 북한에 두고 오신 사랑하는 동생이 몹시 그립다시며 동생에게 편지를 쓰셨다고 합니다. 그럼 오늘은 그 사연을 함께 들어보시겠습니다.
<파랑새 체신소 >편지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들 합니다.
제가 대한민국으로 온 지도  그리고 사랑하는 동생과 헤어진지도 10년도 훨씬 넘었습니다.
옛날엔 10년이 되어야 강산이 변한다고 했지만 요즘은 1년, 아니 매 달 바뀌지 않나, 싶은 정도로 세상이 빨리 바뀌고 있습니다. 그런데 단 하나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북한이 그런 나라입니다.
잘 살아 보려는 몸부림으로 저는 결국 북한을 떠났지만 아직 북한에는 제 동생이 살고 있기에 욕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습니다.
저는 그리운 동생에게 누나가 사는 서울 이야기를 전하고 싶고 동생의 안부도 묻고 싶어 이렇게 펜을 들었습니다.
사랑하는 동생에게
그리운 내 동생아, 세월은 유슈 같이 흘러 너와 내가 헤어진지도 10년도 넘는 세월이 흘렀구나.
강산이 변했을 그 긴 시간동안 나는 고향을 떠나 대한민국에서 살게 되었고 너는 아직도 그 지긋지긋한 북한에 남아 살게 되었구나.
사랑하는 동생아, 언니가 조용히 눈감고 네 모습을 그려보려고 해도 이젠 기억마저 희미하단다.
그러다가 꿈에라도 네가 보일까, 고대하며 잠에 들어도 너는 내 꿈에조차 찾아오지 않더구나.
눈을 감아도 영 기억조차 안 나는 동생이이지만 우린 한 부모에게서 한 핏줄을 나눈 혈육이어서 죽어서도 잊을 수 없다.
나도 나이를 먹어 가는 가보다,
추석이 지나고 나니 요즘 따라 네가 너무 너무 보고 싶고 그리워진다.
보고 싶은 동생아, 집 식구들은 다 무고한지, 자식들도 아무 일 없이 잘 살고 있는지?
올 해는 당장 저러다 통일이 될 거나 아닌지 너무너무 큰 사건들이 일어난 해여서 그런지 고향으로 가고 싶은 마음도 더 간절하다.
지금처럼 남북, 미 지도자들이 미운대로 고운대로 자주 만나다 보면 무슨 대책이 나오지 않을까, 싶은데 그 것도 서로 자존심 내 세우고 서로 더 잘났다고 우기니 그 걸 바라보는 우리 백성들 마음은 뭐라고 표현 할 길이 없이 아프고 답답하구나.
그리운 동생아, 그 바람에 나도 어느 날 통일이 되면 내 동생에게 내가 무엇을 해 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네게 줄 보따리를 몇 번이나 쌌다, 풀었다 했는지 모른다.
힘들게 살 텐데 도와줄 방법도 없고 그렇다고 마음대로 찾아 갈 수도 없고 도무지 어떤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허무하기 작이 없고 생각할수록 쓸쓸하기 짝이 없다.
그래도 어느 순간에 통일이 되거나 자유롭게 오고 갈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돈도 마련해 놓고 있다만 이게 너에게 언제면 가 닿을 수 있을지, 생각하면 저절로 눈물만 흐른다.
답답하고 가슴이 아픈 날이면 너희들이 너무 그리워 혼자 슬그머니 고향의 노래를 불러본다.
봄이 왔다고 제비들도 고향에 갔으련만
고향으로 가고파도 갈수 없는 이 사연을
그 누가 알아주랴 안타까운 이 내 심정을
산을 넘고 들을 지나 부모님께 전해 다오
새봄이오면 돌아간다고 동생들과 약속했건만
그 약속을 지킬 수 없는 이 내 마음 외로워라
그 누가 들어주나 안타까운 이 내 노래를
구름 넘어 나는 새야 형제들께 전해다오
이렇게 혼자 염불처럼 중얼거리며 고향의 노래를 부르고 있노라면 동생아, 아, 이런 날에는 고향이 더 그립고 네가 더 보고 싶어 미칠 것만 같구나.
그리운 동생아, 너도 이제는 적지 않은 나이겠지.
돌아보니 어느덧 내 나이도 일흔다섯이 되었어.
그래도 나는 이 나이에 토요일이면 학교에 가서 컴퓨터도 배우고 일요일이면 늘 교회에 가서 하나님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어.
통일이 되기를 손곱아 기다리며 이렇게 열심히 사는 나를 보고 주변 사람들은 전혀 늙지도 않는다고, 아직 청춘이니 더 열심히 배우라고 고무해 준단다.
그 덕분에 나도 열심히 배우고 있어.
보고 싶은 동생아, 나는 하루라도 젊게 살고 열심히 살아야 할 목적이 있는 사람이잖아.
내가 이렇게 동생을 만날 날을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살고 있으니 동생도 힘을 내서 열심히 살아 주었으면 좋겠어.
요즘 같아서는 오고가지는 못해도 하다 못 해 나는 너와 전화라도 할 수 있고 편지라도 주고받았으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 같아.
동생아, 어렸을 때 힘들게 산 생각, 그래서 동생을 더 사랑해 주지 못한 걸 생각하면 지금도 미안하기 그지없다.
어둠이 깊어 간다는 것은 곧 날이 밝아 온다, 는 신호라고 했지.
그리운 동생아, 그러나 나는 너를 엄청 사랑하고 있다는 걸 너만은 알 거라고 본다. 그 누가 뭐래도 우리는 한 혈육이고 형제잖아.
지금은 비록 힘들고 어렵겠지만 어떻게 하나 꿋꿋하게 잘 버티고 꼭 살아 남아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란다.
그리고 많이 힘들다고 건강을 절대 소홀히 하면 안 된다는 걸 명심하기 바란다.
억만금이 있어도 건강을 잃으면 아무 소용이 없거든.
정말 오는 밤 꿈에라도 만나보고 싶은 사랑하는 동생아, 이 밤이 새도록 이렇게 너와 나란히 앉아 그동안 못 다한 이야기를 하고 싶고 지나간 시절을 회고하고 싶구나.
사람이 천년을 사는 것도 아닌데 우리는 왜 이렇게 가슴 아픈 사연을 안고 안타깝게 그리워하며 살아야 한단 말이냐.
동생아, 조카들에게도 이 이모의 소식을 전해주렴.
이모가 얼마나 조카들을 그리워하는지 잘 알려주고 그 애들도 열심히 살아주면 더 바랄게 없을 것 같아.
너희 온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빌고 도 빌며 아쉬운 오늘 편지는 여기서 마치련다.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그 때 또 소식을 전하기로 할게.
잘 있거라, 사랑하는 동생아. 서울에서 언니로부터.
 
<파랑새 체신소 >마지막 인사말
북조선 청취자 여러분,
대한민국에는 하루하루가 숨 막히는 기다림의 연속인 사람들이 있습니다.
가족, 친척 혈육과 이별을 해 보지 않은 사람들은 이 게 무슨 심정인지 잘 모르실 수도 있겠지만 이런 분들이 대한민국에 예상 외로 많더라고요.
저 역시 북한 살 때 이산가족들의 상봉을 본 적이 있지만 그 당시에는 막상 제 자신이 이산가족이 되리라고 꿈에도 생각해 본적이 없었습니다.
정경심씨도 그리운 동생 분을 북한에 두고 오셨기에 몸은 비록 대한민국에 살고 계시지만 마음은 늘 동생이 사시는 북한에 가 계실 겁니다.
이산가족들의 눈에 이별의 아픈 눈물이 가실 날이 과연 언제일까요.
아, 정말 그 날이 기다려집니다.
그럼, 북한 사시는 정경심씨의 동생분이 언니를 만날 그 날까지 건강하게 사시길 바라면서 오늘저녁 파랑새 체신소 편지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다음 시간을 또, 기다려 주세요. 지금까지 파랑새 체신소의 김정현 이었습니다. 
입력 : 2019-09-20 (조회 : 187)  |  북한개혁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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