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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새 체신소

이선녀씨가 사랑하는 딸에게

방송일 : 2019-09-06  |  진행 : 김정현  |  시간 :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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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새 체신소 >인사말
북조선 청취자 여러분안녕하세요?
우리민족 최대의 명절, 음력설이 멀지 않았네요.
엊그제 설을 쇤 것 같은데 벌써 추석이라니 세월의 무상함에 그저 놀라운 생각만 듭니다.
북한 살던 생각을 해 보면 조상님 산소도 산소지만 한 해 중 가장 풍성하고 잘 먹어 볼 수 있는 날도 추석명절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걸을 수 있는 사람은 누구나 산으로 가던 생각, 그 모습이 마치 전쟁영화의 피난장면 같던 생각도 나고요.
올 추석은 고향으로 갈 수 있을까, 올 해는 통일에 대한 간절한 소망으로 보낸 한 해여서 그런지 추석이 오니 고향 생각이 더 간절해지는 것 같습니다.
오늘저녁 우리 파랑새체신소를 찾으신 이선녀씨는 북한에 사랑하는 따님을 두고 오셨다 시며 꿈에도 그리운 딸에게 편지를 쓰셨다고 합니다. 그럼 오늘은 그 사연을 함께 들어보시겠습니다.
<파랑새 체신소 >편지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제가 대한민국으로 와서 행복한 대한민국국민으로 살게 된지도 오래 되었습니다.
언제나 가고 싶은 것이 고향이기도 하지만 그 고향에 제 몸의 일부분인 사랑하는 딸을 두고 왔기에 자나 깨나 가고 싶은 곳도 고향입니다.
점점 커져가는 보름달, 그리고 여물어가는 풀벌레들의 울음소리, 아, 이 건 곧 가을이 왔다는 신호들입니다.
그리고 가을, 하면 어려운 살림에도 맛있는 음식을 해 가지고 늘 잊지 않고 조상님들의 묘소를 찾아가던 추석명절이 잊혀 지지 않습니다. 
올 해 추석은 어떻게 쇨까, 두고 온 내 딸이 먼저 생각나는 가을밤입니다.
저는 그리운 딸에게 엄마의 간절한 그리움과 사랑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어 파랑새 체신소를 찾았습니다.
그리고 딸을 그리는 제 목소리가 북한에 가 닿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보고 싶은 딸에게
보고 싶은 내 딸아, 그 동안 어떻게 지내고 있어?
엄마가 너와 헤어진지도 어언 17년이라는 긴 세월이 흘렀구나.
사랑하는 내 딸아, 그 긴 세월 너는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변했는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그리고 무엇을 먹고 어떤 옷을 입고 살까, 아프지는 않을까, 온갖 걱정이 앞선다.
고향에 있는 친척 모두들 어떻게 살고 있는지?
작년에는 곡식도 잘 안 되었다고 하던데 금년 보리 고개는 어떻게 넘겼는지,
아이고, 게다가 추석도 며칠 안 남았구나.
예나지금이나 엄마 마음은 고향에 가 있고 고향 생각을 하면 사랑하는 내 딸 생각에  잠 못 이루는 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늘 피해를 보아도 세상에 공개하는 것조차 꺼리는 북한이어서 그래서 엄마는 모든 것이 더 궁금하고 알고 싶어.
사랑하는 내 딸아, 그래도 다행인 것은 얼마 전, 북한에서 온 분을 통해 너의 소식을 전해들은 것이다.
그 분에게서 자식에게 별로 해 준 것도 없고 늘 죄지은 마음으로 사는 이 못난 엄마를 네가 몹시 보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도 전해 들었어.
사랑하는 내 딸아, 여기 대한민국에 북한 사람들이 많이 와서 살고 있지만 한국, 그러니까 남조선이지, 남조선은 북한에서 우리가 듣던 그런 나라는 절대로 아니란다. 
이 나라도  사람이 사는 곳이라 잘 살고 못 사는 차이는 있지만 돈 밖에 모르고 인정사정도 없고 거지들만 득실거리는 거지 나라가 절대로 아니야.
엄마가 직접 살아보니 현실은 절대 그렇지 않단다.
사랑하는 내 딸아, 여기 사람들도 고향 사람들과 꼭 같이 인정 많은 사람들, 베푸는 사람들, 정이 있고 마음씨 고운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안 그러면 엄마가 고향도 아닌 이 낯선 땅에서 어떻게 행복하게 살 수 있겠니?
대한민국은 나처럼 빈 몸, 빈 손으로 온  사람들에게 임대주택도 주고 기초생활자금을 주고 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일자리도 주고 있단다.
이렇게 정부의 관심도 있고 정다운 사람들이 곁에 있어 엄마도 행복하게 잘 살고 있고 언니 오빠도 열심히 일을 하면서 잘 살고 있어.
사랑하는 내 딸아, 오로지 엄마에게 걱정거리가 있다면 그 곳에 홀로 두고 온 내 딸 걱정뿐이다. 엄마는 내 딸 혜선이 생각만 하면 가슴을 도려내는 듯이 아프고 네 생각이 나는 날이면 온 밤 잠조차 잘 수 없다.
사랑하는 내 딸아, 너무나도 가난하고 살길이 막막해 어렵던 북한 생각을 하면 지금도 왜 그렇게 밖에 살 수 없었는지 기가 막히는구나.
도대체 무엇을 하면 식구가 먹고 살 수 있을까, 남들이 하는 장사 다 따라 다녀보고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건 다 먹어 보았지.
엄마는 그 시절, 내 딸 생각을 하면 불쌍하고 또 불쌍한 생각 밖에 없다.
엄마하고 고난의 행군시기에 장사를 다닌다고 어린 게 배낭을 지고 따라 다니던 생각이 눈에 선 하다.
잘 먹지 못해 야윈 몸으로 무거운 옥수수 배낭을 지고 걷다가 잠시 쉴 때면 너무 배가 고파 생 옥수수를 씹어 먹곤 했지.
그러면서 중국에 가면 그렇게 소원이던 쌀밥도 배불리 먹을 수 있다던데... 우리도 중국으로 갔으면 얼마나 좋을까, 친구들과 소곤거리던 생각도 난다.
사랑하는 내 딸아, 그렇게 가난하게 살며 고작 소원이 쌀밥을 실컷 먹어 보는 것이 소원이라던 고향의 엄마 친구들도 모두 모두 몹시 보고 싶어진다.
사랑하는 내 딸아, 너도 이제는 성인이니 세상 물정을 분간 할 줄 알겠지.
우리가 누구 때문에 사랑하는 자식들과 이별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누구 때문에 그렇게 가난하고 배고프고 헐벗고 고생만 해야 했는지를 너는 알아야 한다.
엄마는 고향이 싫어서,  혈육들, 친구들이 싫어 고향을 떠난 것이 아니란다.
엄마는 북한에서 가난하고 헐벗고 굶주리는 것이 모두 미국 놈들 때문이라고 배웠고 또, 그런 줄만 알고 있었어.
그런데 사랑하는 내 딸아, 그 모든 것이 과연 미국 놈들 때문만이 아니었다는 것을 엄마는 대한민국에 와서 세상을 바라보면서 비로써 알게 되었단다.
딸아, 엄마가 되어가지고 사랑하는 자식에게 나쁜 선전을 할 이유는 전혀 없다는 걸 너도 잘 알겠지.
혜선아, 내 딸아, 미국 놈들 때문에 북한이 못 살고 인민들이 자유롭게 살지 못한다는 말은 절대로 믿지 마라. 아니다, 그 건 절대로 아니다.
오히려 대한민국은 미국 덕분에 정말로 자유가 보장되고 잘 사는 나라가 되었단다.
혜선아, 사랑하는 내 막내딸아, 너는 4형제 중에서도 제일 이쁘고 성격도 밝고 노래면 노래, 춤이면 춤 다 잘 하던 내 자식들 중에서도 내가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소중한 자식이다.
보고 싶은 내 딸아, 북한은 지금도 미국 놈들 때문에 북한이 못 살고 미국 놈들을 때려 부셔야 북한이 잘 살수 있다고 늘 그렇게 교육하고 있겠지.
미국 놈들이나 남조선 괴뢰들 때문에 못산다는 말은 절대로 믿지 말아라.
보고 싶다, 우리 딸, 여기 한국에 온 우리는 다 잘 지내고 있다. 네 언니 혜영이 는 대학원을 나오고 지금은 박사가 되었다.
오빠는 큰 화물차를 운전하면서 돈도 잘 벌고 있고...
그리고 엄마도 잘 있어.
거기 소식을 들어보니 아직 나 같은 노인들은 석탄 주우려 다니고 있다면서...송금이 엄마는 살아계신다고 들었고 아들과 송금이 아버지는 돌아가셨다고 들었어, 그리고 내 단짝이던 철민이 엄마와 아빠도 돌아가셨다면서....
보고 싶은 내 딸아, 혜선아, 엄마도 네가 너무너무 보고 싶다.
창밖에 커가는 저 추석 달, 내 딸도 나도 함께 보고 있을 텐데,,,우리는 분명 한 하늘아래 사는데  왜 우리는 이렇게 만날 수 없는 신세가 되었을까?
그리운 딸아, 올 추석 엄마랑 식구들이 없다고 그냥 넘기지 말고 즐겁게 보내기 바란다.
우리 둥근 보름달을 함께 보며 꼭 다시 만나게 해 달라고 달님에게 빌어보자.
알았지. 통일이 될 그날을 그리며 내 딸 부디 건강하게 살아 있어줘. 안녕히
엄마가 많이많이 사랑 한다
<파랑새 체신소 >마지막 인사말
북조선 청취자 여러분,
부모는 자식을 가슴에 묻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가슴에 묻혀도 아프게 묻히는 자식이 되지는 말아야 하겠는데 엄마의 마음에 가시로 묻힌 이선녀씨의 딸, 혜선씨를 그리는 엄마의 절절한 그리움이 느껴지는 편지었습니다.
어렵게 살면서도 네 자식이 자라는 모습에 늘 힘을 얻곤 했던 이 선녀씨었습니다. 정치도 사람아래에 있고 법도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요.
천륜으로 맺어진 부모형제 자식들이 이렇게  서로가 어디에 사는지도 모르고 생사조차 모르고 살아간다는 말은 우리 한 반도에만 있는 특별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아무쪼록 어머니가 안 계셔도 북에 사시는 이선녀씨의 따님 분께서 즐거운 추석 명절 보내시기 바라면 어머니를 만날 그 날까지 열심히 사시길 저도 응원할게요.
그럼, 오늘저녁 파랑새 체신소 편지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다음 시간을 또, 기다려 주세요. 지금까지 파랑새 체신소의 김정현 이었습니다. 
입력 : 2019-09-06 (조회 : 127)  |  북한개혁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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