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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새 체신소

정옥란씨가 고향에 있는 친동생에게

방송일 : 2018-12-21  |  진행 : 김정현  |  시간 :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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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새 체신소 >인사말
북조선 청취자 여러분안녕하세요?
딴딴따 딴따따 딴따라란따따...성탄절을 맞는 거리에 캐럴송이 신나게 울려 퍼지는 한국에 산지도 벌 써 몇 해가 지났지만 이 즈음이 되면 늘 궁금해지는 것이 있습니다.
성탄절은 어쩌다 전 세계인이 즐기는 축제가 되었을까, 사회주의나라인 중국 사람들도 성탄절을 즐기는데 유독 북한 사람들만 성탄이 뭔지도 모르고 산다니... ㅎ... 그리고 성탄절도 모르는 북한이 로마법왕청의 교황님을 초청했다고 하니 더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의 성탄절, 크리스마스는 공휴일입니다. 제게는 북한에 교황님이 정말 가실까, 보다 올 성탄절은 무엇을 하며 어떻데 즐길까, 그게 더 고민입니다. ㅎ...
여러분들은 금년 크리스마스를 어떻게 보내실지 모르지만 저는 가족모두 건강하게 올 해를 보낼 수 있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며 영화관에서 새 드라마나 하나 볼까, 그러고 있습니다.
즐거움이 가득한 이 저녁 우리 파랑새 체신소를 찾으신 정옥란씨는 북한 사시는 사랑하는 동생에게 편지를 쓰셨다고 합니다. 그럼 그 사연을 함께 들어보시겠습니다.
<파랑새 체신소 >편지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서울에 사는 정옥란입니다.
쌀쌀한 초겨울 바람이 불어오는 서울 거리의 밤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꺼질 줄 모르고 반짝이는 수많은 불빛은 초겨울의 추위도 잊게 해 주지만 추운 곳에서 살고 있을 제 동생 생각을 하면 마냥 행복하지만 않습니다.
장독도 얼어 터지는 내 고향 북녘에는 제가 해야 할 몫까지 맡아서 힘들게 살고 있는 사랑하는 제 동생이 있습니다.
저는 제가 누리는 행복이 커 갈수록 두고 온 동생이 더 그립고 보고 싶습니다.
더구나 설이 가까워지니 한 강토이면서 가깝고도 먼 곳 고향으로 달려가는 제 마음이 괜히 슬퍼집니다.
저는 사랑하는 동생에게 보내는 제 편지가 그리운 고향으로 꼭 전달되길 바라면서 이 편지를 썼습니다.
헤어져 10년간 어느 한 순간도 잊어 본 적 없는 사랑하는 동생 연희에게
사랑하는 내 동생 연희야, 그 동안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너무 궁금하구나.
너와 너의 식구 모두 다 아무 일 없이 잘 있겠지?
연희야, 철없이 함께 뛰어놀던 시절이 어제 같은데 이젠 네 나이도 60이 되어 오는구나.
우리가 헤어진지도 어언 10년이다. 그 동안 고향산천도 많이 변했을 것이고 너와 내 모습도 변했지만 이 언니의 마음은 언제나 고향, 그리고 내 동생에게 가 있고 어느 한 순간도 너를 잊은 적이 없어.
좋은 일이 있어도, 계절이 바뀌어도 늘 너를 먼저 떠 올렸고 근심과 걱정을 하지 않은 날이 하루도 없었어.
가끔 고향과 네가 그리울 때면 북한이 바라보이는 곳으로 찾아가는데 손 내밀면 내 손이 금방 닿을 것 같고 소리치면 네가 대답할 것 같아.
그렇지만 내 마음은 걱정으로만 끝나고 만다.
막상 바라보면서도 갈 수 없는 북한이니 무엇 한 가지 내 마음대로 너에게 전해 줄 수도 없고 그 때마다 언니는 분단의 아픔을 느끼곤 한다.
분단된 나라에 산다는 것이 이렇게 큰 고통과 아픔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라는 걸 북한에 살 때는 잘 몰랐어.
형제가 서로 갈라진 아픔과 그리움이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이고 끔직한 상처인지를 내가 직접 겪고 보니 전쟁과 분단으로 갈라진 수많은 이산가족들이 얼마나 고향과 혈육을 그리워하셨을지, 그들이 얼마나 큰 원한을 안고 세상을 떠나셨을까, 가 이해되었어.
연희야, 이 분단의 아픔이 언제쯤이면 영원히 없어질까?
우리가 다시 만날 수 있는 날이 오긴 할까? 이런 생각을 하면 난 너무 무서워져.
이렇게 그리워하며 속상해하다가 저 세상으로 가게 되지 않을까. 두려운 생각으로 밤을 샐 때도 있어.
연희야, 언니도 벌써 60대 중반이다. 우리 부모님들 생은 길어 봤자 7~80이었으니까 만약에라도 이제 남은 세월에도 통일이 안 된다면 우린 어떻게 될까.
연희야, 올 추석은 어떻게 보냈어? 맏이가 되어가지고 부모님 산소를 동생에게 다 맡겨놓고 와서 너무 미안해.
언니도 없이 너 혼자 부모님 산소를 찾아갔을 네 생각을 하면 너무 미안하고 뭐라고 표현할 수 없이 아프고 힘들다.
나는 올 추석에도 부모님 산소를 찾아뵙지 못한 죄스러운 마음에 북한이 바라보이는 통일전망대를 찾아가 고향을 그리며 소리 내어 펑펑 울고 왔단다.
사랑하는 내 동생 연희야, 비록 언니는 고향 그리운 생각, 동생 보고 싶은 생각으로 마음은 힘들지만 먹고 입고 쓰고 사는 걱정은 없잖아.
한국은 우리가 북한에서 교육받은 것처럼 썩고 병든 사회가 아니야. 자본주의 사회이다 보니 각자 자기가 일 한 것만큼 보수를 받고 열심히 살면 부자도 될 수 있단다. 
특히 노인복지는 세상에 자랑 할 만 한 나라란다. 그리고 쌀독에서 인심이 난다는 말처럼 어디가나 쌀이 흔하고 먹는 문제 때문에 걱정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어.
지금 우리고향은 몹시 추울 텐데 나는 추운 걱정, 더운 걱정을 전혀 안 하고 살고 있어. 북한의 웬만한 간부들도 이렇게 살기는 어려 울 거야.
그런데 이렇게 추운 날에도 시장에서 떨면서 장사를 해야만 먹고 살던 북한 생각을 하면 몸서리가 쳐 지고 마음까지 오그라드는 것 같다. 아마 지금 너도 그러면서 살고 있겠지.
사랑하는 내 동생 연희야, 너는 다리도 많이 아픈데 그 아픈 다리를 가지고 어떻게 생계를 유지 하고 있는지 늘 그게 걱정이다.
내 귀여운 조카 은실이도 시집을 가서 잘 살고 있는지, 너도 이제는 할머니가 되었겠는데 손자, 손녀도 있을 것 이고...
내가 고향을 떠난 세월만큼 고향에 대한 그리운 마음, 그리고 네네 식구 살아가는 이야기 등 정말 알고 싶고 궁금한 이야기만 쌓여가고 있어.
그래도 가끔 고향에서 오는 사람들을 통해 고향소식, 너 네 사연도 간간히 얻어 듣고 있어. 그럴 때마다 아, 다행히 내 동생이 죽지 않고 살아 있구나, 하는 안도감에 눈물을 흘린다.
그런 날에는 내 마음마저 고향으로 돌아 간 것 같고 괜히 즐거워진다.
그러나 그 때 잠시 뿐이고 너와 이야기를 실제 나눌 수가 없고 만나 볼 수 없다는 생각에 다시 걱정과 그리움만 남는단다.
연희야, 언니는 네가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살아 있어주었으면 하는 바람 뿐 이다. 그래야 이제 통일이 되는 날 우리 다시 만날 수 있으니까.
나도 물론 그러려고 매일 열심히 운동도 하고 즐겁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언니보다 너는 항상 어려운 생활을 하니까 늘 불안하고 걱정스러워.
연희야, 나는 여기서 하나밖에 없는 내 동생을 꼭 다시 만날 수 있게 해 달라고 매일 두 손 모아 기도하고 있어.
언니는 우리의 소원이 반드시 이루어지리라고 굳게 믿고 있어. 우리는 꼭 다시 만나게 될 거야.
그러니까 연희야, 우리 신심을 가지고 만나는 날까지 굳세게 살아가자.
이 언니가 너에게 너무 미안하다. 그리고 너무너무 사랑한다는 거 알지?
오늘 편지는 여기서 마칠게. 안녕히.
가깝고도 먼 곳 서울에서 언니가 보낸다.
<파랑새 체신소 >마지막 인사말
북조선 청취자 여러분,
누구보다 남다른 자매사이의 따듯한 정을 느낄 수 있는 정옥란씨의 편지 사연입니다.
저도 한 피줄을 안고 한 부모에게서 태어난 형제들의 의리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듣지만 분단의 장벽 때문에 생겨난 혈육의 아픔과 우정에 대한 이야기는 한 반도에서만 들을 수 있는 특수한 이야기입니다. 더군다나 정옥란씨는 북한에 동생을 두고 왔기에 눈 감을 때까지 잊을 수 없는 곳이기도 합니다.
북쪽에서 불어오는 찬바람 한 자락에도 혹여 동생의 소식이 실려 오지 않을까, 귀 기울이는 언니의 마음은 이 밤도 북한으로, 고향으로만 달려갑니다.
북한 사시는 동생 분께서도 언니의 이런 마음을 알아주셨으면 좋겠고 언니의 바람대로 언니를 만나는 그 날까지 건강하게 잘 살아 계시기를 저도 간절히 바랍니다. 그럼 오늘저녁 파랑새 체신소 편지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다음 시간을 또, 기다려 주세요. 지금까지 파랑새 체신소의 김정현 이었습니다. 
 
입력 : 2018-12-21 (조회 : 193)  |  북한개혁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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