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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새 체신소

엄채란씨가 사무치게 그리운 아들에게

방송일 : 2018-11-02  |  진행 : 김정현  |  시간 :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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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새 체신소 >인사말

 

북조선 청취자 여러분안녕하세요?

짧은 가을도 벌써 끝자락에 와 있습니다.

무의 꼬리가 길면 그 해 겨울은 엄청 춥다, 그러시던 어르신들 말씀에 벌써부터 저는 시장에 나오는 김장부우 꼬리부터 살펴보게 됩니다. 더워도 걱정이지만 추워도 걱정이니까요. 난방걱정 전혀 없는 한국에서는 사실 괜한 걱정이지만 추워도 벌서 추워졌을 북녘 내 고향의 혈육들은 그나저나 올 겨울을 어떻게 보내게 될까 벌써부터 걱정이 되네요.

사람 사는 세상에 걱정이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냐만 북한에서는 먹고 사는 가장 초보적인 것부터 일상의 모든 것이 걱정거리였습니다.

더군다나 요즘은 반년 부식물이라고 하는 김장철인데 올 겨울 김장감은 넉넉한지 그리고 올 겨울 땔감은 장만했는지... 풍족하고 행복한 세상에서 살지만 북한의 혈육들을 생각하면 마 가을 낙엽처럼 걱정만 쌓여갑니다.

오늘저녁 우리 파랑새 체신소를 찾으신 엄채란씨는 사랑하는 아드님이 북한에 살고 있고 그래서 아들 생각을 하면 못다 준 엄마의 사랑이 늘 미안하다시면 아드님에게 편지를 쓰셨다고 합니다. 그럼 그 사연을 함께 들어보시겠습니다.

 

<파랑새 체신소 >편지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식가진 부모 마음, 누구의 마음이라고 다르랴만 저는 사랑하는 아들이 더 잘 되길 바라고 그 아들이 누구보다 행복하길 바라는 그저 평범한 엄마입니다.

이제는 한국에 온지도 몇 년이 지나 저는 부러운 것 없이 잘 살고 있지만 두고 온 아들이 늘 걱정이고 엄마의 사랑을 다 주지 못 해 미안한 마음입니다.

한 장 좋은 것만 먹고 입고 자유로워야 할 절은 시절인데 자유는 고사하고 남으로 온 엄마 때문에 오히려 북한의 감시와 핍박을 받고 살고 있을 아들 생각을 하면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하루가 다르게 추워오는데 어떻게 살고 있는지 소식이라도 마음대로 주고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만 그 마저도 마음대로 안 되는 북한입니다.

저는 사랑하는 아들에게 엄마의 이 진심이 꼭 전해지기를 바라면서 편지를 썼습니다. 매일 아들에게로 달려가고 싶은 제 마음이 부디 우리 아들에게 그 대로 전해 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립고 보고 싶은 아들에게

 

사랑하는 내 아들아! 오늘도 건강한 몸으로 잘 지내고 있으리라 믿으면서 이렇게 편지를 쓴다.

찜통 같던 더위도 저 만치 가고 이제 아침저녁으로 아궁이에 불을 때야만 잠을 잘 수 있는 계절이 왔구나. 계절은 이렇게 소리 없이 오고 소리 없이 가면서 그렇게 내가 너와 헤어진 세월도 벌써 수 년 이나 지나갔다.

아들아, 너도 이제는 장가도 가고 자식을 낳아 보았으니 엄마의 심정이 조금은 이해가 될지 모르겠지만 자식에게로 향하는 부모의 마음은 무조건적이고 주고 주어도 모자란단다.

엄마는 너와 헤어져 오늘까지 단 하루도 너를 잊어 본적이 없고 눈을 뜨나 감으나 네 모습만 어른거린다. 혹시 비슷한 또래의 젊은이가 스쳐 지나면 아닌 줄 알면서도 혹여 내 아들이 아닌가싶어 다시 뒤를 한 번 돌아 보군 한단다.

사랑하는 내 아들아! 꿈속에서라도 너를 본 날이면 그냥 깨지 말고 영원한 밤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엄마는 꿈을 꾸어도 늘 아들이 있는 북한 내 고향 꿈을 꾸고 너와 형제들이 함께 울고 웃으며 사는 꿈만 꾼다. 아마 이런 것이 고향과 자식을 영원히 잊지 못하는 부모의 심정이 아닐까.

못 먹고 못 살았어도 고향은 늘 그립고 더군다나 그 곳에 사랑하는 내 아들이 살고 있기에 고향은 내 몸의 한 부분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곳인 것 같구나.

사랑하는 내 아들아! 너도 이제는 30대 중반이고 이제는 당당한 아이 아빠가 되었으니 잘 알겠지만 부모는 낳아 주었기 때문에 부모인 것이 아니란다.

부모가 되었으면 적어도 자기자식 배 불리 먹이고 입히고 남부럽지 않게 잘 키워야 하거든.

그런데 그런 의무를 다 하지 못하면 부모도 제 구실을 다 하고 산다고 볼 수 없어. 그래서 엄마는 이제 남은 생을 다 바쳐서라도 내 아들을 누구보다 훌륭하게 살게 하고 싶어 한국으로 왔단다.

부모로 산 다는 것은 때로는 죽음도 각오해야 하는 헌신과 희생도 각오해야 하는 삶이다, 엄마가 한생의 때 묻은 사람살이를 두고 오라는 이, 반기는 이 없는 타향으로 떠 날 때 한 순간의 충동이나 생각만으로 떠난 것은 절대로 아니란다.

사랑하는 내 아들아! 천 백 밤을 더 생각하고 또 생각해 보았고 이 길이 내 자식을 잘 되게 할 수 있는 길이라면 망설이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집을 떠났다.

어떻게 하던 돈을 벌어 내 자식에게 강냉이 밥이라도 배 부르게 먹여야겠다는 생각, 엄마 된 책임감이 북한이 말 하는 것처럼 조국도 배반하게 만들었고 고향도 버릴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

사랑하는 내 아들아! 그 책임감을 알기에 엄마는 오늘까지 내 어깨를 누르는 무서운 시련과 고통을 웃으며 이겨낼 수 있었고 더군다나 중도에 쓰러지거나 죽을 수 도 없었다. 그 힘이 나를 오늘 여기까지 오게 만들었거든.

아들아, 한국에서 살고 있는 누나나 조카들 걱정은 하지 말아라.

여기 사람들은 굶어 죽는 사람은 없고 너무 잘 먹고 살이 쪄서 오히려 돈을 주고 살을 빼느라 전쟁이란다.

아들아, 우리는 한 하늘아래 사는 한 혈육인데 어쩌다 남과 북은 이렇게 하늘 과 땅처럼 차이가 나는 삶을 살게 되었을까. 남과 북으로 갈아지지만 않았더라면 애초에 우리는 갈라질 일도 없었을 텐데 말이다.

아들아, 불어오는 가을바람 소리 한 자락에도 엄마는 아들의 숨결과 목소리를 느껴본다.

사랑하는 내 아들이 오늘도 무사 했을까, 어디 아픈 데는 없을까, 오늘은 무엇을 먹고 무슨 일을 했을까, 끝없는 걱정과 염려로 엄마의 가슴이 시리지 않는 날이 없다.

가을 김장은 어떻게 했는지 땔 감 마련은 하고 사는지, 손자가 태어났어도 할머니가 되어가지고 볼 수도 없고 얼마나 컸는지도 모른다니 정말 기가 막힐 노릇이다.

그래서 더욱 더 매일 매 순간 바라는 것이 통일이지만 왜서인지 엄마가 바라는 그런 통일은 바람처럼 그렇게 빨리 올 것 같지는 않구나.

여기에 사는 엄마나 네 누나는 통일 되는 그 날에 내 아들에게, 고향에 떳떳하고 자랑스럽게 찾아 가고 싶어 오늘도 열심히 살고 있단다.

사랑하는 내 아들아! 한 번 마음껏 소리쳐 불러보고 싶구나.

내 아들이 건강하게 잘 살아주는 것이 엄마의 살아가는 낙이고 내 모든 힘의 원천이다. 그러니 항상 희망을 가지고 열심히 살기 바란다.

무엇보다 건강을 잃으면 아무 것도 소용이 없고 모든 걸 잃는 거니까 건강, 열심히 챙기기 바란다.

그래야 통일이 되어도 웃으며 다시 만날 수 있으니 엄마의 소원은 앉으나 서나 그 것 뿐이다.

이렇게 깊어가는 서울의 밤거리를 바라보며 아들에게 편지를 쓰고 있노라니 엄마 마음은 벌써 고향에 가 있는 것 같고 내 아들과 함께 있는 것 같구나.

엄마에게 고향은 곧 내 아들이니까.

사랑하는 내 아들아! 손녀들도 삼촌에게 편지를 쓴다니 무척 궁금한지 할머니 얼굴을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다. 네 조카들이 얼마나 이쁘게 잘 자라고 있는지 모른다. 이 이쁜 조카들을 만나보기 위해서라도 부디 아프지 말고 잘 살아 있어줘야 한다. 알았지? 지금 이 순간의 내 마음을 딱 이 노래 가사가 말 해 주는 것 같구나.

가지에 날아와 우는 새 소리

내 아들이 이 어미를 찾는 소리인 듯

꿈에도 잊지 못 할 정다운 그 목소리

아들이 이 어미를 찾는 소리인 듯.....

사랑하는 내 아들아! 이제 통일이 되면 우리 서로 얼싸안고 그 동안 가슴에 사무쳤던 하고 싶은 이야기 실컷 하면서 기쁨의 눈물 마음껏 흘려보자.

아들아! 엄마가 많이많이 사랑한다. 안녕히~

 

~서울에서 엄마가~

 

<파랑새 체신소 >마지막 인사말

 

북조선 청취자 여러분,

부모는 자식이 먹는 모습만 보아도 행복하다고 합니다. 그런 자식에게 강냉이 밥이라도 배불리 먹여주고 싶어 사랑하는 아들과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엄마의 마음, 조금 이해가 되시나요?

태어나서부터 세상 모든 부와 권세를 다 누리면서 복 속에서만 산 북한의 지도자에는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가 안 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수많은 북한의 엄마들은 자식들에게 옥수수밥이라도 먹여야 하겠기에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선 뜻 고향을 떠났습니다.

엄채란씨는 금은보화를 바란 것도 아니고 단지 배불리 먹고 살기위해 택한 운명의 길에서 사랑하는 자식과 생이별을 했고 그 것 때문에 지금 이렇게 가슴을 치며 안타가운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매일 사랑하는 아들을 꿈속에서 그리는 엄마의 마음을 북한 사시는 엄채란씨 아드님께서도 조금이라도 아셔 주셨으면, 그리고 건강하게 잘 살아 계셔주시는 길이 엄마에게 효도하는 길임을 명심하시길 바라면서 그럼 오늘저녁 파랑새 체신소 편지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다음 시간을 또, 기다려 주세요. 지금까지 파랑새 체신소의 김정현 이었습니다.


입력 : 2018-11-02 (조회 : 99)  |  북한개혁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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