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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야기

유럽 편 - (4) 여행지에서의 인연

방송일 : 2018-09-26  |  진행 :  |  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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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내 맘대로 떠나는 자유 여행’의 이야기꾼, 장은광입니다.
지난 방송에서 제가 탑승하게 된 런던 출발 파리 도착 야간 버스에 굉장히 특이한 점이 많다고 말씀드렸었죠. 저도 여기저기 여행을 다니며 꽤나 많은 야간 버스를 타봤습니다만, 이 버스는 정말 특이했어요. 우선 영국 수도 런던을 출발해, 도버 항구로 향합니다. 거기서 이 이층 버스가 바로 거대한 페리 속으로 쏙 들어가더군요. 그렇게 수많은 버스와 배를 태운 거대한 페리가 그대로 프랑스로 넘어가는 셈입니다. 그 사이 승객들은 버스에서 내려 배 내부의 좌석에 앉아 있게 되는 것이죠. 배로 건너가는 시간 자체는 그리 길지 않으나, 배가 프랑스 항구에 도착하게 되면 거기서 여권 심사가 이루어지고, 그 뒤에 국경을 제 발로 넘어가 다시 버스를 타게 되는 방식이었어요. 영국은 좌측통행, 유럽 본토는 우측통행이지만 버스를 바꾸지 않고 그대로 파리까지 가는 것도 신기했죠. 심지어 스페인 바르셀로나까지 이 버스로 가는 것 같았어요.
이렇게 도버 해협을 건너는 배 안에서, 간단한 먹거리를 먹으며 시간을 때우려는데, 우연히 한국 여성 여행객과 자리를 같이 하게 되었어요. 같은 버스를 탔었더군요.
외국인들만 즐비한 이곳에서, 서로 편하게 말이 통하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참 반가운 일이기도 합니다. 혼자 여행을 다니다보면 자유로운 것은 좋지만 말동무가 없어서 심심할 때도 많거든요. 특히 멋진 풍경을 본다거나, 맛있는 것을 먹을 때는 무언가 그런 감정을 표현해야 후련한 법인데, 그냥 속으로 ‘음’, 이러고 말다보니 아쉬운 점이 있는 것이죠.
그래서 그런지, 서로 처음 보았음에도 이런저런 이야기가 술술, 정말 평소에도 이랬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을 정도로 대화가 잘되더군요. 서로의 이름도 과거도, 심지어 현재 직업도 알지 못하는데, 그냥 한 사람과 한 사람이 만나 서로의 여행 이야기와 생각들을 나누는 그 시간이 정말 재밌었어요. 선입견 없이 사람을 대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여행의 만남이겠죠. 배가 도착해서 버스로 가야하는 그 시간까지 정말 쉴새없이 이야기했네요. 즐거웠죠.
하지만 시간은 늦은 시간, 다들 피로했기 때문에 버스를 타고 나서는 정신없이 잠들었어요. 그리고 이른 새벽, 몽롱한 상태로 프랑스 파리에 도착했습니다. 혼곤한 상태로 제 짐을 챙겨서, 버스가 떠나는 것을 보았죠.
버스에서 내린 곳에서 제가 머무를 숙소까지는 꽤나 떨어져 있으므로, 지하철을 타고 이동해야만 했습니다. 네, 그렇게 정신없는 상태였으므로 전날 그렇게 즐겁게 이야기했던 분이 파리에서 내렸는지, 혹은 다른 곳으로 이동했는지는 전혀 알 수 없었어요. 찾아볼 생각은 하지도 않았죠. 유럽 여행은 이제 시작되었고, 나그네는 떠나야하기에 정을 내려둘 수는 없기 때문이죠. 앞으로 가고 싶고 가야할 곳이 더 그립다고나 할까요.
하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때의 시원시원한 태도에 대해서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나 생각해보기도 합니다. 그 때야 나그네의 본분이니, 멋있는 태도니, 미련없이 떠나는 남자의 뒷모습이니 하며 스스로를 미화했지만. 사실 마음가는대로, 대화를 이어나갔어도 괜찮았을 것 같아요. 그렇게 친구를 만들어나가는 것인데, 저는 사교적인 사람이 아니다보니 여행 때 친구를 사귄다거나 하는 그런 점은 많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그런 인연이 파리에서도 있었어요. 이번에는 한국인이 아니라 호주 여행객이었는데요, 문제는 이 파리에서의 숙소도 남녀 혼성 도미토리였다는 것이죠. 4인 1실인데, 무려 저 빼고 3명이 모두 여성. 피끓는 청춘이라면 환영할지도 모르는 상황이겠지만, 저로서는 불편해서 미치는 줄 알았어요. 비좁은데 말은 잘 안통하기도 하구요.
여하튼 이 세 명 중에 두 명은 미국 사람들이고, 한 명은 호주 출신이었는데, 시끄러운 두 미국 친구들과는 달리 조용하기도 하고 혼자 오기도 해서 조금 대화가 통하더군요.
놀라운 것은 그 다음 날 베르사유 궁전을 구경하는 길에, 바로 그 호주 친구를 딱 마주했다는 것이었어요. 신기했죠. 대도시 파리 외곽에 위치한 베르사유 궁전도 엄청나게 넓은 곳인데, 거기서 마주치다니. 물론 여행객들이 가는 곳이야 뻔하고 뻔하지만, 그래도 이층 침대 제 아래 칸을 쓰는 사람을 마주친다는 것은 쉬운게 아니거든요.
서로 신기하고 반가웠던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영어가 능숙한 것도 아닙니다만 저도 꽤나 노력했어요. 이제야 하는 말이지만, 꽤 귀여웠었거든요, 그 친구. 방금 막 베르사유에 왔다고 합니다. 저녁에 축제 비스무리한 것이 있어서, 궁전 구경을 끝마치고는 그 축제를 보러 갈 생각이라고 합니다.
문제는 이미 제가 한나절 동안 베르사유 궁전을 둘러보고 난 다음에 지칠대로 지쳐있었던 것이죠. 이 친구 따라다니며 다시 이 드넓은 곳을 둘러본다는 것, 그렇게 멋져보이진 않았습니다. 구질구질해보였죠. 그래서 나는 먼저 돌아가 보겠다고, 즐거운 시간 되라고 말하며 안녕을 고했습니다.
이외에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야간 버스를 기다릴 때, 또 몇 시간 즐겁게 대화를 나눴던 사람과 그냥 또 미련없이 헤어지기도 했어요. 꼭 여성과의 인연만 아쉬워한다고 느끼실 수 있는데, 사실 그뿐만이 아니라 한국인 아저씨, 또래의 외국인 등등. 스쳐지나간 많은 사람들이 있었어요. 여행이 끝나고 몇 년이 지나니, 인상 깊게 느껴지는 것이 또래 여성들이어서 그렇습니다. 이해해주시길..
 저는 사람을 대하는 것이 그렇게 어렵게 느껴지지는 않는데요, 이런데서 의외로 낯가림이 있다는 것을 여행을 통해 발견했습니다. 그러니까 짧은 인연으로는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으려고 하지 않는 제 모습을요. 오래 지켜보고, 또 같이 이런저런 일들을 겪어야만 정을 주는 그런 사람이라는 것을 그제서야 깨달았어요. 여행하지 않고, 학교 안에만 있었다면 알기 어려운 것이었겠죠.
그래서 이 여행이 끝난 뒤에는, 사람에 대해서 조금 더 노력을 하기는 했어요. 또 동시에, 그럼에도 지나가는 인연들에 대해서는 굳이 미련을 갖지 않기로도 했죠. 그리고 혼자 떠나는 여행 이외에도 같이 즐겁게 여행하기 위해 제 주변의 사람들을 설득도 하고, 그들을 위해 제가 여행 준비도 더 많이 하는 등의 노력도 기울이게 되었죠. 여행 계획을 짤 때에도 제게 문의하는 많은 사람들을 최대한 도와주고 있기도 합니다.
여행에서 만나는 것은 낯선 자연 환경과 음식, 역사 유물과 문화재들뿐만이 아닙니다. 바로 사람들이 있죠. 여행을 통해 사람을 배우고 자신을 알아가는 것. 여행의 큰 재미입니다.
그러고보니 프랑스 파리의 여행지들을 설명드리지 못했네요. 다음 이야기에서 이어서 전해드리도록 할게요. 감사합니다.
입력 : 2018-09-19 (조회 : 133)  |  북한개혁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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