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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새 체신소

이영철씨가 사랑하는 누님에게

방송일 : 2018-08-31  |  진행 : 김정현  |  시간 :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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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새 체신소 >인사말
북조선 청취자 여러분안녕하세요?
요즘은 대한민국 뿐 만 아니라 전 세계의 관심이 남북 이산가족들이 상봉하는 금강산으로, 금강산으로, 집중되었습니다.
손녀에게 주신다고 서른 켤레의 신발을 사셨다는 101살 되신 어르신의 이야기며 고향을 떠날 때 아내가 임신인 것도 모르고 떠나셨는데 그 딸이 아빠 없이 자라 환갑이 훌쩍 넘었다는 이야기, 이제 당신들은 얼마나 살겠냐 시며 북한에 있는 조카들 얼굴을 보아 두었다가 꼭 다시 만나라시며 아들을 데리고 상봉장으로 향하시던 할아버지의 이야기까지 너무나 가슴 뭉클한 사연들에 저도 그만 울어버렸습니다.
그러면서 저 이야기가 우리들의 이야기까지로 이어지지는 말아야 할 텐데... 하는 간절한 기도와 함께 두 손을 꼭 잡았습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그 나마 그 분들은 행운을 타고 나신 거라네요. 저렇게 북에 계신 부모 형제들을 간절히 그리워하다 세상을 떠나신 분들이 훨씬 더 많다고 하니까요. 지구 반대편에 사는 사람과도 매일 영상 통화를 하고 마음만 먹으면 오늘이라도 가고 싶은 나라로 여행을 갈 수 있는 세월에 남과 북 모두합해 삼천리밖에 안 되는 이 작은 나라에서 서로 편지조차 할 수 없다니 이게 말이나 되는 이야깁니까?
답이 뻔 한 이 문제를 반드시 풀어야하는 것은 우리나라를 둘로 갈라놓은 위정자들의 몫이자 우리 모두의 숙제입니다. 오는 저녁 우리 파랑새 체신소를 찾으신 이영철씨는 북한에 계시는 존경하는 누님에게 편지를 쓰셨다고 합니다.
그럼 그 사연을 함께 들어 보시겠습니다.
<파랑새 체신소 >편지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인천에서 사는 이 영철입니다.
지금 저는 천국 같은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하여도 저는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어두운 세상, 북한에서 매일 끼니걱정을 하며 살았습니다.
체제에 길들여지고 그 체제에서 벗어나면 죽음이라는 생각으로 당과지도자를 칭송 했지만 가족이 모두 사망하고 당장 끼니를 어떻게 해결할 방도조차 없어  눈물을 흘리면서 저는 이 것은 내가 바라는 바가 아님을 어렴풋이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저는 누구 때문에 왜 이렇게 어렵게 사는 지는 그 때까지 전혀 몰랐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한국으로 오게 되었고 북한사람들이 왜 이렇게 가난하고 참혹한 인권유린을 당하고 살면서도 아무 말도 못하고 사는지를 잘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늦게나마 북한을 떠나 대한민국으로 온 것에 매일 감사하며 잘 살게 되었지만 저의 누님과 제 딸은 아직도 그 암담한 세상에서 아무것도 모르면서 불행하게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존경하는 누님을 그리면서 이렇게 펜을 들었습니다.
 
존경하는 누님에게
누님, 그 동안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요?
저는 누님의 하나밖에 없는 동생 영철입니다.
그 험악한 북한 땅에 살고 계신 누님을 생각하면 너무 가슴이 아프고 지금 살아나 계신지 걱정이 앞섭니다.
이제는 연세도 많으신 데다 어려운 살림을 꾸려 가시느라 늘 고생만 하시니 건강은 어떠하신지요?
공산주의 체제에 속아 살면서 인간이면 누구나 당연히 누려야 할 자유와 행복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북한입니다. 그렇게 인권유린을 당 하면서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아도 오히려 그 것이 당연한 것 인줄 알았고 세상 모든 사람들은 다 우리처럼 사는 줄 알았습니다.
눈을 뜬소경 이었죠.
존경하는 누님, 저는 중국 친척집으로 갔다가 삼국을 거쳐 대한민국으로 오게 되었고 지금은 정말 사람답게 잘 살고 있습니다.
이렇게 인간의 초보적인 권리인 자유마저 빼앗기고 온갖 감시와 강제노동을 강요 당 하면서도 신기하게도 저는 그 것이 억울하다거나 부당하다는 생각을 전혀 해본 적이 없습니다.
누님도 아시다시피 일반 백성들은 보위부요 안전부요, 당이요 하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거미줄 같은 감시를 받고 삽니까?
그 속에서 노예처럼 살면서도 옥수수 밥 이라도 먹게 해주면 그 게 너무 고마워 만세를 부르고 박수를 치던 저입니다.
누님은 지금도 장마당으로 출근을 하시겠지요? 세 살 난 애들부터 북한에서는 장마당을 모르면 살 수 없으니 당연히 그러고 계시겠지요.
누님, 앞집 정환이 네는 가족이 다 잘 계시는지요?
존경하는 누님, 군에 간 제 아들이 영양실조에 걸려 제가 아들이 군 복무를 하는 곳에 세 번이나 갔다 오지 않았나요.
나라를 지키려고 군에 갔으면 당연히 나라가 밥 정도는 먹여 주어야 하고 10년이 넘는 청춘시절을 나라에 공짜로 바치는 것도 가슴이 아픈데 금쪽같은 자식들이 먹지 못해 영양실조가 온다는 것이 말이나 됩니까.
어느 나라 군대도 굶어서 영양실조로 죽는 군대가 있다는 말은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아들을 살리겠다고 제가 강원도 철 령 고개를 내 돈을 들여가며 넘나들었고 그렇게 겨우 살려낸 아들이 제대해서 집에 와서는 군에서 가혹행위로 매 맞은 것 때문에 머리가 아파 앓다가 끝내 사망하자 저는 제 정신이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혈압이 높아 고생하면서 온전한 치료 한 번 받을 수 없던 제 아내가 고혈압으로 저 세상으로 먼저 가고 나니 저는 허허 벌판에 남겨진 고독한 사람이 되어버렸지요.
존경하는 누님, 하나 남은 딸자식이 자기도 먹고 살기 어렵지만 잡화장사로 번 돈에서 조금씩 떼어내 아버지를 먹여 살린다고 애쓰는 모습은 더 애처롭고 딸 사위, 손자에게도 늘 죄지은 마음이었습니다.
그나마 매일 단속하고 툭하면 이 구실, 저 구실을 붙여 빼앗아가고 안전원, 보위원, 당 일군들만 부정으로 배가 터지도록 잘 사는 것이 북한이 아닙니까. 북한이 이름은 사회주의라고 하지만 속사정은 자본주의 사회인 남조선보다 더 한심한 부익부, 빈익빈의 사회이고 자본주의 사회보다 더 부 정의한 사횝니다.
군에 간 아들이 그렇게 허무하게 아비보다 먼저 가고 아내마저 가 버리니 안 그래도 살기가 싫은 세상이었는데 조그마한 미련도 남지 않았습니다.
누님, 그래서 더군다나 제가 중국으로 들어가게 되었지요.
존경하는 누님, 저는 중국에 가서 있는 동안 제가 살던 북한도 중국도 둘 다 사회주의국가인데 왜 중국과 북한이 하늘땅 사이처럼 살고 있는지를 알게 되었어요.
사람이 짐승처럼 오직 먹을 것에만 신경을 집중하다보니 다른데 신경 쓸 겨를이 전혀 없게 되잖아요. 그러니 썩은 강냉이라도 조금 준다고 하면 고맙다고 열 백번 절을 하고 나라에서 하라는 강제 동원, 내라고 하는 세 부담을 아무 군말 없이 잘 했던 겁니다.
더 중요한 것은 북한 사람들이 북한 밖으로 한 번 나가 보면 북한이 무엇을 잘 못하는지를 금방 알게 되고 그러면 자기들의 정권을 유지하기 어려우니 어떻게 하던지 그 나라에서 살면서 평생 자기들을 위해 순종하게 만들었습니다.
존경하는 누님, 저는 이제라도 지옥에서 밝은 세상으로 나왔지만 아직도 누님은 그러고 살고 계실 것을 생각하니 너무 가슴이 아프고 도와 드릴길이 전혀 없어 안타깝습니다.
누님, 여기서는 제가 이 나이에도 매일 즐길 거리가 있고 매일 사는 것이 너무 즐겁습니다. 일주일에 세 번은 노인정에 가서 춤을 추고 노래도 하고 밥도 주니 일 주일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왜 벌써 이렇게 좋은 나라에 하루라도 더 빨리 오지 못했을까, 그 것이 후회 됩니다. 더불어 우리 누님도 함께 왔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 마음이 아픕니다.
존경하는 누님, 올 해처럼 더운 여름 우리 누님은 온전한 냉방시설도 없이 얼마나 어렵게 지내셨는지요? 더워도 시장에는 매일 가셨겠죠? 그러니 사람이 사는 게 말이 아니었겠지요.
추워도 추운 걱정 모르고 더워도 더운 걱정 없이 호강하는 제가 너무 송구스럽습니다. 그렇지만 이제 머지않아 통일이 되면 우리 다시 만날 수 있으니 그 때까지 건강하게 살아만 계셔 주십시오. 누님, 정말 보고 싶고 또 보고 싶습니다. 우리 꼭 다시 만납시다. 그 날까지 부디 안녕히 계십시오.
대한민국 인천에서 동생 올림
<파랑새 체신소 >마지막 인사말
북조선 청취자 여러분,
이영철씨가 북한 사시는 존경하는 누님에게 보낸 편지는 북한의 평범한 노동자가정이 살고 있는 이야기이고 그 한 예에 불과 합니다.
죽도록 충성을 다해 살았지만 그 정권에 철저하게 배신당한 기분이 아마 이런 걸 겁니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위해 혼신을 다 했건만 그 아들이 먼저 하늘나라로 가고 아내마저 가버리자 텅 빈 가슴을 안고 찾아갔던 중국에서 마침내 인생의 한줄기 빛을 보시게 된 거죠.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고들 하지만 정말 답이 없는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 거기에 아직 존경하는 누님이 계신다니 이영철씨의 마음이 얼마나 아프시겠습니까? 하지만 굳이 바라지 않아도 기다리지 않아도 계절은 바뀌고 세월은 흘러가듯 이 또한 지나 갈 겁니다. 북한 사시는 이영철씨의 누님이 하나밖에 없는 동생분과 다시 만날 그 날까지 건강하게 잘 계시기를 저도 간절히 바라면서 그럼 오늘저녁 파랑새 체신소 편지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다음 시간을 또, 기다려 주세요. 지금까지 파랑새 체신소의 김정현 이었습니다. 
입력 : 2018-08-31 (조회 : 244)  |  북한개혁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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