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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야기

동남아시아편 (8)동남아에도 겨울이 있다

방송일 : 2018-08-01  |  진행 :  |  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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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동남아에도 겨울은 있다
안녕하세요, ‘내 맘대로 떠나는 자유 여행’의 이야기꾼, 장은광입니다.
저번 이야기에서 드디어 베트남으로 들어온 이후, 지금은 드디어 사파로 가는 침대 버스를 탑승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4열 좌석이 아닌 3열 좌석이어서 쾌적한 편이었는데요, 도중에 조금 시끄러운 느낌이 들어 잠에서 깬 저는 정말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3열 침대 좌석 사이사이에 통로가 있는데요, 그 통로 한가득 알록달록한 옷을 입은 소수민족 사람들이 비좁게도 앉아있었던 것이죠.
도중에 휴게소가 있어 잠시 쉬고 난 다음, 다시 제 자리로 찾아갈 때엔 이 인파를 헤치고 좁은 통로를 지나갔었는데요, 조금은 민망했습니다.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대부분이었거든요. 하지만 저는 이 좌석을 구매했고, 밤길은 길고 또 험난하니 양보를 할 수는 없었습니다. 아마 이렇게 도중에 탑승하셔서 통로에 계신 분들은 저보다는 훨씬 싸게 표를 구했을 것이기도 하구요. 그리고 밤을 새워서 가는 버스이긴 하지만, 현지의 대중교통 수단으로도 사용되는 듯 워낙 도중에 타고 내리는 사람들이 많아서 누군가에게 양보하고 그럴 수도 없는 것이었죠.
사파는 해발고도 1650m의 산악지대에 위치한 도시입니다. 다양한 산악 부족들과 사파의 풍경을 즐기러 온 여행자들로 가득한 도시죠. 트레킹으로도 유명한 곳이라 등산 좋아하는 한국 분들이 많이 오는 곳이기도 해요. 게다가 정말 다양한 등산용품을 저렴하게 팔기도 합니다. 베트남에는 수많은 등산용품 제작사들의 공장이 위치해 있어서, 뒷문으로 새어나오는 물량도 엄청나거든요. 진짜와 진짜 같은 가짜가 뒤섞여, 잘만 찾아본다면 한국에서 비싸게 사야하는 전문 의류와 용품들을 매우 저렴한 가격에 구할 수도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추웠어요. 겨울에 떠난 여행이긴 했어도, 기본적으로 동남아는 무더운 곳이구요, 간혹 ‘시원함’을 느껴보기도 했었지만 ‘추위’를 맛본 것은 여기가 처음이었어요. 인도차이나 반도에서도 중국과 접해있는 북쪽이기도 하고, 고도도 높았기에 그렇게 추웠던 것이죠. 한국에서나 입었던 겨울옷을 꺼내 입었습니다.
매우 이른 새벽에 도착했었기에, 싸파 시내를 천천히 걸어갑니다. 프랑스 식민 시대때부터 휴양지로 개발된 곳이라, 싸파 호숫가 부근의 건물들은 유럽풍이더군요. 그런 곳의 숙소는 비싸기에, 중심가를 지나 깊고 깊은 계곡이 있는 사면 지역으로 향합니다. 계곡 맞은 편으로는 해발 3000미터가 넘는, 베트남에서 가장 높은 판시판 산이 널찍하게 자리하고 있죠.
숙소를 잡기에 앞서서, 전망이 좋아보이는 한 호텔로 들어갔습니다. 내부에 식당이 있는데요, 그곳 베란다에서 바라보는 경치가 어마어마하더군요. 판시판 산의 정상 부근은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았는데요, 시야를 내리면 산 중턱이 보이다가 다시 계곡에 이르러서는 그 깊은 계곡을 가득 채우는 구름의 강이 흐르고 있었어요. 저 산 위의 구름과 산 아래의 구름을 동시에 바라보는 그 광경은 필설로 형용하기도 어려울 정도네요. 멀리 서쪽 산자락에서부터 해가 떠오르면서, 산 꼭대기와 계곡을 흐르던 구름들이 점차 사라져갑니다. 그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며 아침을 맞이했습니다. 경이로운 시간이었네요.
숙소는 사파 골목에 위치한 저렴한 곳으로 잡았습니다. 이 곳에서의 전망은 다른 건물들에 가려져 있어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었는데요, 보고 싶다면 다른 곳으로 가면 되니까 싼 값에 머무르기로 했습니다. 그래도 햇살이 잘 드는 편이라, 베란다에 밀린 빨래를 널어둔 뒤에 아침 식사를 하러 시내로 향했습니다. 따사로운 햇살이 스며들면서, 사파에는 온기가 감돌기 시작했습니다.
역시 베트남의 대표적 음식, 하면 쌀국수죠. 면으로 된 형태 말고도 쌀반죽을 넓게 펴서 마치 만두처럼 해먹는 요리들도 많았습니다. 국내에는 ‘월남쌈’으로 알려져 있는 요리인데요, 국수처럼 국물에 넣어먹기도 하는 등 다양하게 즐기는 방식이 있더군요. 따뜻한 쌀국수를 한 그릇 먹고 나니 속도 훈훈해지고 날씨도 훈훈해지더군요.
그날 하루는 이틀 간의 고된 이동 여정에서의 피로를 회복하는 것에 초점을 두었기에 따로 일정을 잡지는 않았구요, 본격적인 여행은 다음 날부터 시작했습니다. 먼저는 산 아래쪽 국경 도시인 ‘라오까이’로 당일치기 여행을 떠났어요. 어차피 하노이로 가는 길에 기차를 타기 위해 들르는 도시라서 보통은 사파 이후에 일정을 잡게 되는데요, 때마침 주말이라 라오까이에서 큰 시장이 열린다는 말을 듣고는 하루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와, 정말 사람들로 바글바글하더군요. 튀기고 굽는 냄새가 코끝을 자극하고 있었구요, 상품을 걸고 손화살을 던지는 간이 매점까지 있어 남녀노소 동양인서양인 모두 흥겹게 시간을 보내는 곳이었어요. 마치 우리네 시장 순대 국밥같은 음식도 있더군요. 물론 밥 대신 쌀국수가 들어가 있었는데요, 기본적인 돼지 국물 맛에 매콤한 고추 양념을 다데기처럼 넣을 수 있어 정말 얼큰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었어요. 베트남 음식들이 확실히 우리 입맛에 맞더군요. 그리고 베트남ㄱ 커피도 유명한 만큼 향긋했었죠. 정말 음식 가지고 베트남에서 불만 가질 일은 없을 것 같아요. ‘고수’ 향기에만 적응된다면 태국이나 라오스보다 더 친숙하게 느껴질 맛입니다. 가격 저렴한 것은 말할 것도 없죠.
그리고 근처 농촌 마을을 둘러보는 일정도 있었는데요, 정말 우리 농촌과 큰 차이가 없었어요. 특히 닭이나 돼지 같은 가축들을 자유롭게 풀어놓고 기른다는 점에서 놀랐는데요, 도망가지 않고 알아서 집으로 잘 돌아오니까 그렇게 해둔 것이겠죠? 새끼 돼지들이 마치 강아지 마냥 동네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모습이 귀엽기도 했네요.
다음 날 일정도 비슷하게, 싸파에서 가장 가까운 소수민족 마을인 ‘깻깻’ 마을로 향했습니다. 다락논들로 가득한 풍경을 만끽했죠. 그런데, 고작 마을로 가는데 입장료 및 관람료를 받더군요. 이렇게 베트남에서는 외국 여행자들에게 이런저런 명목으로 추가 비용을 요구하는 때가 많긴 합니다. 심지어 버스 티켓 가격도 다를 정도죠. 다들 얼마 하지 않고, 그리고 현지 경제 발전을 위해 선뜻 내곤 하지만 저는 조금 불만스럽긴 했어요.
어차피 소수 민족의 삶은 여행 내내 많이 봐왔고, 그리고 중국-베트남 접경 지역에 이르고 나니 우리나라와 그렇게 많은 차이를 보이지도 않는 듯 해서 굳이 입장료를 내면서까지 구경할 생각이 사라졌어요. 서구 유럽 사람들이야 계단식 논이 신기하고 몽족, 즉 묘족들이 신비해보이고 그렇겠지만, 같은 동양인 입장에서야 그렇ㅍ게까지 신비로울 것은 없거든요. 저도 농촌 출신이기도 하구요.
그래서 고즈넉한 언덕에 위치한 카페에 자리 잡은 후 베트남 커피를 마시며 책을 보는 느긋한 오후를 즐겼습니다. 햇살이 비치는 창가는 따뜻했어요. 여행의 즐거움엔 ‘여유’라는 것도 있다는 것을 이번 여행을 통해서 비로소 제대로 알게 되었네요. 찾아온 여행의 기회가 아깝다고, 꽤나 빡빡한 일정을 계획하곤 했었는데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여행도 특유의 매력이 있다는 점.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다음 이야기는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서의 사건이 펼쳐지게 됩니다. 정말 여행 마지막에 그런 일을 당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었는데요. 궁금하시죠? 다음 이야기를 기대해주세요!
입력 : 2018-08-01 (조회 : 74)  |  북한개혁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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