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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새 체신소

이향옥씨가 그리운 어머니에게

방송일 : 2018-07-13  |  진행 : 김정현  |  시간 :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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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새 체신소 >인사말
북조선 청취자 여러분안녕하세요?
남과 북의 분단으로 시작된 우리민족의 아픈 역사를 끝장낼 수 있는 역사적인 북미 정상 회담이 열린지도 한 달이 되었습니다.
누가, 왜, 언제부터, 우리는 왜 분단국이고, 정전협정 상태의 국가로 늘 전쟁의 위험을 안고 불안 속에 살고 있는 것일까? 분단의 슬픔은 이제 기성세대를 넘어 분단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행복만 아는 요즘 어린이들에게까지 최대의 관심사가 되었습니다. 아니, 남북한 문제는 우리민족은 물론 주변국들, 전 세계의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고 우리는 그 중심에 서게 되었습니다.
북미 정상 회담을 이끈 남과 북, 미국의 정상들이 후세에 영웅으로 남을지, 아니면 북미 정상 회담이라는 위대한 사변을 저들의 정치적 야욕을 위해 써 먹은 정말 나쁜 사람들이 될지는 이제 그들의 선택과 행동에 달렸습니다.
제 생각에는 역사적으로 우리민족만큼 전쟁과 이별로 많은 상처를 받은 나라는 별로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제 그 고통이 우리 세대에 제발 끝장나기를, 그래서 한 반도에 전쟁과 이별 때문에 아파하는 사람들이 더는 없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오늘저녁 우리 파랑새 체신소를 찾으신 이향옥씨는 자식들을 위해 고생만 하시다 떠나가신 어머니가 못 견디게 그립다시며 어머니에게 편지를 쓰셨다고 합니다. 어머니와 딸 사이에 어떤 사연이 있었는지 그럼 그 사연을 함께 들어 보시겠습니다.
<파랑새 체신소 >편지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늘 푸를 것 같던 저의 인생도 이제는 서산으로 기우는 저녁노을처럼 아름다운 인생 황혼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제가 북한을 떠나 한국에 온지도 벌서 13년이나 되었으니 참 세월이 바람같이 흐르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저 역시 다 자란 아이들을 거느린 한 가정의 어머니가 되었지만 제가 이 나이가 되고 보니 그 어려운 북한에서 우리형제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신 우리 어머니 생각이 또 오릅니다.
모든 조건이 다 갖추어진 한국 같은 나라에서도 아이들을 키우며 혼자서 살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닌데 하물며 어려워도 너무 어려운 북한 같은 환경에서 우리 형제를 이렇게 구김살 없이 반듯하게 키우시려고 우리 어머니가 얼마나 많은 눈물과 혼신의 노력을 들이셨겠습니까.
저는 그리운 것 없이 사는 이 좋은 복지사회에 어머니와 함께 살아보지 못한 것이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그리고 지금도 고향의 뒷산에 누워 사랑하는 딸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실 어머니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우리 어머니에게 둘째 딸의 소식이 꼭 가 닿기를 간절히 기도 합니다.
그리운 어머니에게
그리운 어머니, 잘 계시는지요?
가깝고도 먼 곳, 이 곳 한국에서 불효한 둘째 딸 어머니에게 인사를 드립니다.
사는 데만 정신을 팔다보니 봄이 와도 언제 꽃이 피고 지는지 관심도 없던 우리 가정이었죠. 그런데 어머니, 여기 한국 사람들은 봄에 산수유가 필 때부터 사계절 피고 지는 꽃을 찾아 전국으로 놀러 다니고 꽃 축제를 즐기며 삽니다.
요즘은 한창이던 꽃 소식이 조금 뜸해지고 멀리 제주를 시작으로 장마 소식이 들리고 있지만 저는 꽃이 피어도 비가와도 늘 즐겁고 행복합니다.
오늘도 추적추적한 비가 서울거리를 적시고 있어요.
이런 날이면 늘 고생만 하시다 하늘나라로 가신 어머니가 더욱 그립습니다.
그리운 어머니,  제가 고향을 떠난 지 올 해로 벌서 13번째 가 되었어요. 이렇게 긴 세월이 흐르는 동안 한 번도 어머니를 찾아뵙지 못한 이 불효한 딸을 용서해 주세요.
어머니~ 어머니, 그리운 어머니, 한 생 고생만 하시다 떠나신 나의 어머니.
이제야 어머니께 문안드립니다.
그리운 어머니, 어머니의 둘째 딸은 고향을 떠나 지금 대한민국 서울에서 살고 있고 고향에서 감히 상상도 못하던 행복을 누리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나는 이렇게 매일 호강스럽게 살고 있지만 어머니 생각만 하면 가슴이 아프고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북한이 고난의 행군을 하던 시절, 매일, 매끼 식량걱정으로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어려움과 고난을 겪던 우리 가정이었지요. 딸만 넷인 우리 형제를 아버지 없이 어머니 혼자 힘으로 키우시느라 젊어서부터 고생을 낙으로 여기며 사시던 우리 어머니, 여자의 몸으로 남자들도 어렵다고 하는 그 힘든 탄광 일을 하시면서 고생만 하시던 어머니 생각을 하면 가슴이 아려서 속으로 눈물만 삼킵니다.
이 좋은 한국에 와서 제가 직접 살아보니 북한에 비할 바 없는 복지사회 한국에 어머니를 모셔와 하루라도 맛 나는 것 마음대로 드시며 호강시켜드리지 못한 것이 너무 죄송해요. 이제 이 세상에서 다시 한 번만 만날 수 있다면 제가 무슨 원이  있겠냐만 그럴 수도 없다는 생각을 하면 너무나 아쉽습니다.
고기가 흔치않은 북한이어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어머니가 두부를 남달리 좋아하셨던 생각을 하면 흔한 두부 한 조각에도 목이 멥니다.
그리고 어쩌다 생긴 고깃국도 그렇게 맛나게 드시곤 하셨는데 한국에 흔해서 넘치는 고기도 실컷 대접하고 싶어요.
딸 넷 중에도 내가 제일 약하다고 늘 걱정하시고 챙겨주시던 사랑하는 우리 엄마! 자애로운 미소가 어린 환한 그 얼굴이 이 밤 따라 눈에 삼삼하고 너무나 보고 싶어요.
엄마가 그렇게도 걱정하던 둘째 딸은 지금 한국에 와서 부러운 것 없이 잘 살고 있답니다. 그리고 엄마, 우리 애들도 다 잘 있어요.
어머니가 아빠를 닮았다고 하시던 혜선이는 대학을 마치고 대학원도 마치고 지금은 박사논문을 준비하고 있어요.
북한에서라면 감히 상상도 못할 일이 아닌가요? 박사라니요, 참, 꿈같죠? 그리고 우리 철민이도 건강한 몸으로 회사에 다니고 있는데 돈도 잘 벌고 있어요.
어머니, 나도 한국에 와서 힘이 닿는 대로 식당일도 하고 이런저런 일들을 하면서 열심히 모은 돈을 언니와 동생들에게 조금씩이라도 보내주었어요.
만족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내 힘으로 번 돈으로 형제들을 도와주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사랑하는 어머니, 이제 저도 나이도 있고 해서 어려운 일은 그만두었고요, 나라의 혜택을 받으면서 편하게 살고 있어요.
이 나라에 조금도 보태준 것 없는 나 같은 사람들에게 한국에서는 생활연금, 노인연금도 주고 있어 그저 고마운 마음 뿐 이랍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보답할 기회가 생기면 봉사도 하고 노래도 부르고 그렇게 살고 있어요.
그리운 울 엄마, 내 걱정은 조금도 하지 마세요. 지금 보니 어머니 딸 넷 중에 내가 제일 잘 사는 것 같아요. 
어머니, 자식들 거정은 조금도 하지 마시고 편히 계세요. 아, 참, 올 겨울에 강원도 평창에서 올림픽경기가 있었는데 북한에서 응원단이랑, 공연단이랑 선수단, 많은 사람들이 왔다 갔어요.
고향 떠날 때는 배고프고 북한이 싫었는데 타향에서 고향 사람들을 보니 꼭 내 형제를 만난 것처럼 너무너무 반가웠어요. 왜, 이런 말이 있잖아요. 고향을 떠난 사람들은 타향에서 고향의 까마귀만 보아도 반갑다고~ ㅎ~
반가우면서도 더욱 가슴이 아픈 건 그 땅에 내 형제들이 살고 아직도 고생하고 있다는 것, 어머니 산소에 한 번 도 갈 수 없다는 가슴 아픈 현실이었어요. 그런 생각을 하면 마음이 너무 아팠지만 그래도 남과 북이 한 민족임을 자각하고 통일을 이루어보려고 애쓰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이제라도 다행이다, 싶기도 하더라고요.
엄마, 매일 엄마 생각이 간절하지만 이렇게 엄마를 생각하면서 편지를 쓰기는 처음이라 그저 떠오르는 대로 두서없이 적어보았어요.
사랑하는 엄마, 늦었지만 저를 낳아주셔서 너무 감사하고요, 그리고 저를 건강하고 이쁘게 키워주신 것에 너무 너무 고마워요.
어머니가 살아 계실 때 우리에게 늘 기죽지 말고 당당하고 단정하게 예절 있고 여자답게 검소하고 그리고 겸손해야 한다고 가르치셨죠. 그 가르치심이 있어 오늘 날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은 겁니다. 그래서 어머니에게 더 감사하고 고맙거든요.
사랑하는 어머니, 제가 이제 고향에 꼭 돌아가 어머니 앞에 큰 절을 올릴 테니 그 때까지 기다려 주세요. 그 날까지 나도 아프지 않고 꿋꿋이 건강하게 살게요. 어머니! 훌륭한 어머니의 자애로움을 생각해보면서 어머니의 둘째딸 향옥이가 서울에서 올립니다. 안녕히 계세요.
<파랑새 체신소 >마지막 인사말
북조선 청취자 여러분,
고향이 미워서 고향을 떠난 사람들은 아무도 없습니다. 인간이 살아갈 수 있는 초보적인 생존권이라도 보장 되었더라면, 강냉이 밥이라도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더라면 오히려 부모 형제와 고향에서 사는 것이 더 좋았을 걸~ 하고 후회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고향은 나를 낳아주고 키워준 곳이기도 하지만 그 곳에서 아직도 살아가는 부모, 형제, 자식들이 있기에 더 잊을 수 없고 언젠가는 반드시 찾아가야 할 곳인지도 모릅니다.
이향옥씨 역시 평생 고생만 하다 가신 어머니가 고향에 계시고 한 핏줄로이어진 형제자매들이 있어 늘 고향은 언젠가 반드시 돌아가야 할 곳이 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반드시 가야 할 곳 , 북녘 내 고향이 있어 우리는 아프지 말고 좀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고향에 계신 이향옥씨의 어머니께서 따님의 이 편지를 들으신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럼 오늘저녁 파랑새 체신소 편지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다음 시간을 또, 기다려 주세요. 지금까지 파랑새 체신소의 김정현 이었습니다. 
입력 : 2018-07-13 (조회 : 187)  |  북한개혁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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