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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 여행 (8) 북방의 장미 태국 치앙마이

방송일 : 2018-05-16  |  진행 :  |  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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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내 맘대로 떠나는 자유 여행’의 이야기꾼, 장은광입니다.
지난 이야기에서는 방콕에서의 일정이 마무리되었구요, 이제는 북방으로 향하는 침대 기차를 타기 위해 방콕 중앙역으로 향하는 길입니다. 태국 전역으로 향하는 철도의 기점이니만큼, 태국에서도 가장 큰 규모의 기차역이라 많은 현지인들과 외국인들이 왕래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기차 시간까지는 조금의 여유가 있어, 다음 날 아침 끼니를 해결할 음식을 사기 위해 역 근처 시장으로 향했습니다. 역시, 여행객들이 찾을 만한 간단한 덮밥 종류의 음식들을 포장 판매하고 있더군요. 특히 ‘카우 무’라 불리는 족발 덮밥이 인기도 많습니다. 돼지 족발을 부드럽게 삶아서 자작한 국물과 함께 안남미에 얹어서 먹는 음식이라, 우리네 쌀보다는 식감이 퍼석해도 부드럽게 술술 넘어가는 맛이 정말 최고였어요. 그리고 돼지고기와 닭고기 꼬치 같은 것들도 함께 구매해서, 다음 날 아침 식사로 해결했습니다. 달리는 기차에서 풍경을 바라보면서 먹으니 그것 참 꿀맛이더군요.
그렇게 바리바리 먹을 것들을 싸들고 기차에 탑승했습니다. 저녁 10시에 출발하는 기차편이라, 예약된 좌석은 이미 침대로 변신해 있더군요. 신기했습니다. 남한에는 야간 기차도 ‘거의’ 없고, 침대 기차는 있지도 않죠. 가장 느린 무궁화호가 가장 오래 달려도 6 시간 정도면 종점에 도착하기 때문인데요, 그러다보니 국내에선 굳이 기차를 탈 필요도 없이 더 저렴한 버스를 자주 이용했었어요. 기차 여행에 대한 동경과 낭만이 제게 있었던 거죠. 그래서 비행기로 1시간, 비용 차이도 얼마 나지 않는 치앙마이를 야간 침대 기차를 타고 가기로 했던 것이었습니다. 물론 숙박비도 하루 아낄 수 있어 좋은 점도 있지만요.
기차는 낡은 편이었으나, 침대석엔 깨끗하게 세탁된 보들을 깔아주었고, 제법 푹신해서 너무나도 쾌적했어요. 냉방이 잘되어서 덥지도 않았구요. 앞으로 국경을 넘나들며 탑승하게 될 야간 버스들에 비하면, 정말 호텔급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죠.
마침내 기차가 출발하고, 잠시 어둑한 차창 밖 풍경을 바라보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잠이 들었습니다. 기차는 종종 덜컹거렸지만, 곤히 잠든 저에게는 그 진동마저 달콤했었죠.
얼마나 잠들었을까. 일어나보니 기차는 저도 모를 장소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울창한 숲과 고즈넉한 농촌을 지나치고 있었죠. 제가 깨어있는 것을 본 승무원이 침대 좌석으로 오더니, 뚝딱뚝딱 좌석들을 조작하더니 순식간에 탁자가 있는 일반 좌석으로 만들어주더군요. 덕분에 탁자에 어제 샀던 도시락들을 펼쳐놓고 여유로운 아침 식사를 즐길 수 있었죠.
기차에서 바라본 바로는, 태국 중북부 지방은 아직 대부분의 지역이 농촌인 듯 싶었습니다. 그리고 농경지의 대부분이 논이라, 열대 나무를 빼면 우리네 농촌 풍경과 큰 차이가 없어 보였습니다. 태국이 세계에서 가장 쌀을 많이 생산하는 나라니까요, 논에 물이 고여있는 풍경이 우리랑 꽤나 흡사했던 것이죠.
마침내 장장 14시간의 여정을 마치고 치앙마이에 도착했습니다. 꽤나 북쪽으로 올라온 것인지 방콕보다는 확실히 덜 덥더군요. ‘썽태우’라고 불리는, 일종의 합승 트럭이 이 지역의 대중적인 교통 수단인데요, 그 트럭을 타고 역에서 시내 중심가로 이동하면서 보니 확실히 수도 방콕과는 달리 고층 건물이 그다지 없고 중간중간 녹지가 제법 있는 고즈넉한 도시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특히 옛 왕국의 수도였던 곳이라 그 성벽이 그대로 남아있는 구시가에는 그런 향기가 더 강한데요, 벽돌로 된 붉은 사각 성벽 주변으로 해자가 둘러싸고 있는 형태입니다. 이 구시가지에 관광객들을 위한 숙소와 식당, 그리고 시장이 몰려 있구요, 치앙마이라는 도시는 그 구시가를 중심으로 해서 외곽으로 멀리까지 뻗어 있습니다.
북방의 장미라는 별칭을 가진 도시이니만큼 매연이 극심한 방콕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깨끗한 풍경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도시 주변에 국립 공원도 많구요, 그리고 북서쪽 산악 지역에서 밤마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푹푹 찌는 방콕에 비하면 참 살기 좋겠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였습니다.
근처를 좀 둘러보면서 점심 식사를 한 뒤, 다시 숙소로 돌아와 잠시 쉬기로 했습니다. 침대 기차에서의 수면으로는 풀리지 않은 여독이 조금 있었나 봅니다. 한 숨 푹 자고 나니 때는 저녁. 때마침 우리가 치앙마이에 도착한 날이 일요일이었는데, 일요일에는 ‘선데이 마켓’이라고 해서 꽤나 큼직한 규모의 야시장이 열리는 날입니다. 아무래도 많은 수의 관광객들이 몰려오는 만큼, 음악가들, 화가들, 인근의 소수 민족들도 예술품들과 공예품들을 팔기 위해 이곳으로 모여드는 지라 몇 킬로미터의 거리와 골목들이 인파로 북적댑니다. 값싸고 맛좋은 길거리 음식들도 잔뜩 맛볼 수 있죠.
사실 동남아 여행을 떠나면, 웬만한 관광지에는 대부분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야시장이 열리곤 합니다. 고만고만한 기념품들, 의류들, 먹거리들이 있죠. 하지만 치앙마이의 야시장은 그 수준이 조금 달랐습니다. 규모도 규모였지만, 무엇보다 시장에 전시된 예술품들의 수준이 동남아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더군요. 동남아에서도 유일하게 식민지가 되지 않았고, 그렇기에 상대적으로 강한 문화력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요. 골목 전부가 모조리 캔버스들과 액자로 전시되어 있는 곳도 있었는데요, 그렇게 미술 작품들이 제작되고 팔린다는 점에서 꽤나 놀랐습니다. 불교적인 작풍에서부터 초현실적인 작품에 이르기까지, 그 주제들도 다양했죠.
거리의 악사들도 훌륭한 솜씨로 흥겹게 음악을 연주하며 구경꾼들의 마음을 들뜨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치앙마이는 또 맛좋은 커피가 나기로 유명한 지역이라 길거리 노점상이 판매하는 커피마저 향기롭더군요. 그렇게 야시장의 골목골목을 둘러보면서, 정말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나 싶을 정도로 밤의 정취에 흠뻑 빠져들었습니다. 환상적인 공간과 시간이었어요.
동남아로 여행 오길 참 잘했다, 라는 생각이 드는 하루하루였습니다. 여행의 중반이 지나면 이 생각도 조금 흐려지긴 하지만, 적어도 태국에서의, 특히 치앙마이에서의 여행은 날마다 새롭고 즐겁고 맛있으면서도 상쾌한 나날이었죠. 태국 북부에서의 이후의 일정들도 기대해주세요~ 다음 번 방송에서 뵙겠습니다.
입력 : 2018-05-16 (조회 : 109)  |  북한개혁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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