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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새 체신소

[파랑새 체신소] 장인숙씨가 보고싶은 아들 혁이에게

방송일 : 2018-01-05  |  진행 : 김정현  |  시간 :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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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새 체신소 >인사말

북조선 청취자 여러분안녕하세요?
해마다 새해가 시작되면 나중에는 용두사미, 가 될지언정 사람들은 새로운 꿈과 희망을 설계합니다.
저 역시 어김없이 새해가 되면 그런 결심을 하지만 매번 계획을 다 실천해본적은 별로 없었습니다. 올 해 저는 인생의 반려자도 찾고 싶고 제 아들도 일을 잘 하고 어머니를 비롯한 가족 모두 건강하기를 바래봅니다.
제 꿈이 별로 크지 않다고요? 다른 사람들이 듣기에는 별로 크지 않은 소박한 소원이지만 저는 이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
우리 탈북민들 중에는 가족이 헤어져 생사조차 모르고 사는 분들도 많고 어려운 생활과정에 얻은 뜻하지 않은 질병으로 몸이 아픈 분들도 많거든요.
올 해는 이 모든 분들이 사랑하는 가족을 꼭 만나고 건강하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2018년 새 해 파랑새체신소의 문을 열어 보겠습니다.
오늘저녁 우리 파랑새체신소를 찾으신 장인숙씨는 북한에 두고 오신 사랑하는 아드님에게 편지를 쓰셨다고 합니다.
어머니와 아들 사이에 어떤 가슴 아픈 사연이 있었는지 그럼 그 사연을 함께 들어 보시겠습니다.

<파랑새 체신소 >편지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서울에 사는 장인숙입니다.
제가 대한민국으로 온지도 많은 세월이 흘렀고 이제는 한국의 모든 생활이 제 몸에 배인지도 오래 되었습니다. 하지만 제 아들이 아직 북한에 남아 있기에 날이 가고 세월이 갈수록 더욱 더 그립고 보고 싶어 견딜 수가 없습니다.
흔히 가슴 아픈 일을 당하면 사람들은 세월이 약이다, 이렇게 말하지만 세월이 갈수록 그립고 두고 온 자식에게 미안하고 죄스럽습니다.
이제 제 나이도 인생의 황혼기가 되었고 통일을 기다리는 제 마음은 점점 타들어가다 못해 재가 되었습니다.
비록 어쩔 수 없이 헤어진 자식이지만 가족이 모두 떠난 북한에서 그가 겪었을 수모와 학대를 생각하면 어미로써 가슴이 갈가리 찢어지는 것만 같습니다.
그리움과 기다림 속에 또 한해가 시작되는 밤, 저는 우리 아들에게 엄마의 마음을 담아 편지를 썼습니다. 그리고 부디 이 편지가 우리아들에게 꼭 가 닿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꿈결에도 그리운 내 아들 혁이에게

아들아,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는데 이제 너와 헤어진지도 10년도 훌쩍 넘었구나.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던 내 손녀 연희는 자란 모습조차 상상도 안 된다. 이제는 제법 처녀티가 나겠지?
홍수로 불어나 죽을 각오를 하기 전에는 누구도 감히 강에 발을 넣기도 두려웠지만 단 한 발짝도 뒤로 물러설 수 없는 형편이라 우리는 두만강에 떠밀려 내려가며 구사일생으로 중국에 닿았다.
뒤 돌아보니 내 부모묘소가 있고 내가나서 자란 정든 산천이 눈에 안겨왔다. 그러면서 과연 내가 다시 살아서 저 땅을 밟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그 후 대한민국 서울에서 엄마의 두 번째 삶이 시작되었다.
북한에서 자본주의 사회는 사람 못살 지옥이라고 비방했던 남조선에 적응하는데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지금은 이 보다 더 좋은 천국이 없는 것 같구나.
한국은 노인들의 천국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복지가 정말 잘 되어 있다.
나는 이 좋은 제도에서 온갖 혜택을 받으며 행복한 노년을 보내고 있단다.
아들아, 나는 엄마보다 후에 한국으로 온 북한 사람들을 통해 너와 네 처, 그리고 남겨진 가족들이 우리 때문에 얼마나 고초를 당하고 힘겹게 살고 있는지를 알게 되었다.
네가 이 엄마와 동생들을 얼마나 원망했을지 엄마는 보지 않아도 알고 그래서 너무 미안하고 가슴이 아프다.
내가 떠나던 날, 차마 너를 두고 발걸음을 떼지 못하는 우리 등을 떠밀면서 반드시 살아서 다시 만나자고 약속하고 헤어지지 않았니?
그런데 너와 헤어진지도 이렇게 오랜 세월이 지나갔다. 아들아, 부디 아프지 말고 살아만 있어 다오.
우린 반드시 만나야 하고 그 날은 꼭 온다.
서울의 겨울 날씨는 춥다고 해도 영하10도 좌우인데 여기 사람들은 춥다고 난리지만 추운 곳에서 살던 우리에게는 너무너무 따듯한 겨울이다.
막상 탄광마을이라지만 석탄도 마음껏 때지 못하고 떨며 지낼 네 생각을 하면 밥을 먹어도 모래알을 씹는 것 같고 따스한 난방 집에 앉아있는 것마저 죄스러운 마음이 든다.
사시절, 더운물, 찬물 요구대로 쓰고 입고 싶은 옷 걱정이 없지만 오직 엄마는 자나 깨나 통일이 되어 너와 다시 만날 그 걱정 뿐이다.
아들아, 나와 네 동생들이 네 부부와 연희 이름으로 저축통장을 만들었다. 통장의 잔액은 나날이 불어 가는데 그 걸 들여 보면 너에 대한 그리움도 날마다 더 커진다.
북한에서 고생하다 왔다고 한국정부에서 우리들에게 많은 혜택과 친절을 베풀고 있고 여기는 비단옷에 이밥에 기와집은 이미 옛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아들아, 수백 개의 채널을 가진 TV가 전국,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은 시시각각으로 전해주는데다 나는 전국의 유명한 명소들은 다 돌아보았고 북한에서였다면 상상도 못할 외국 여행도 10여개 이상 나라를 다녀 왔다.
우리 철이는 중소기업의 임원이 되었고 현이는 결혼을 해서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주선이는 얼마 전에 서울대를 졸업하고 미국에 3년 유학을 갔고 재선이는 준 박사인데 지금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준비하고 있단다.
모든 것이 꿈에도 상상할 수 없었던 것들이지만 우리가정은 지금 이 모든 것을 여기 한국에서 실제로 누리고 있다.
내 아들 혁이야,
북방의 겨울 날씨가 얼마나 혹독하고 어려운지 엄마가 잘 알고 있다.
금년 겨울에 식량은 어떻게 장만 했는지, 땔감은 넉넉한지, 보지 않아도 그 곳에서 어떻게 살고 있을지를 너무 잘 알기에 네 생각을 하면 내 가슴이 너무 아프다.
특히 엄마로써 너와 함께 오지 못한 죄책감이 날마다 나를 아프게 하고 그래서 더 죄스럽구나.
살을 어이는 찬바람 속에서 어디 갔는지 모르는 연희를 찾다가 끝내 우리와 함께 오지 못했지.
엄마나 네 동생들은 그 동안 우리 땜에 네가 당했을 모진 고통에 보상을 해 주고 싶어 준비를 하고 있다만 어찌 이것으로 네가 당한 고통, 네게 진 빚을 다 갚을 수 있겠니?
이 엄마의 마지막 소원은 통일된 한 강토에서 온 가족이 함께 모여앉아 울고 웃으며 지난날을 회고 할 수 있는 그 날 이다. 엄마의 나이도 이제는 적지 않아 늙은이 소리를 듣고 살지만 너를 만날 날을 위해서라도 이제 더 늙지 않으련다.
나는 건강을 잘 챙기면서 네 동생들이 효도하고 있어 하 루 하루를 너무 행복하게 보내고 있다.
미물 같은 새나 짐승들도 마음대로 넘나드는 저 원한의 분계선 너머로 혁이야~ 하고 천백번을 불러보아도 대답이 없는 내 아들 혁아.
엄마가 진심을 다해 너에게 스는 이 편지가 부디 내 아들에게 꼭 가 닿기를 엄마는 간절히 기도한다.
그리고 너도 나를 만나는 날까지 부디 잘 살아있어야 한다. 엄마의 부탁이다.
네 숨결을 느껴보며 아쉬운 펜을 여기서 놓으련다.
부디 꼭 살아만 있어다오.
서울에서 너를 정말 사랑하는 엄마가.
 
<파랑새 체신소 >마지막 인사말

북조선 청취자 여러분,
사람들은 흔히 자식은 엄마의 분신이라고들 그럽니다.
내 몸의 일부를 떼어놓아 본 사람들은 아마 이 뼈아픈 고통을 조금은 아실 겁니다. 아무리 잘 살다가도 100년도 못 사는 우리 인생인데 나라를 잘 못 만난 탓에 지지리 배곯고 지지리 추위에 떨어야 했고 내 몸의 분신 같은 부모 자식, 형제자매들이 서로 헤어져 한 강토에서 살면서 생사조차 모르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가슴 아픈 고통이 이제 더는 지속되지 않기를 그래서 장인숙씨처럼 헤어진 아들을 그리워하는 어머니들이 더는 없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 길은 우리 민족이 하나 되는 통일 뿐 입니다.
남북통일의 그 날 까지 어머니의 부탁대로 북한사시는 장인숙씨의 아드님께서 부디 건강하시고 잘 살아주시기를 저도 간절히 바라면서 그럼 오늘저녁 파랑새 체신소 편지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다음 시간을 또, 기다려 주세요. 지금까지 파랑새 체신소의 김정현 이었습니다. 

입력 : 2018-01-05 (조회 : 122)  |  북한개혁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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