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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자전거 여행 (2) 시모노세키 바닷가에서 히로시마까지

방송일 : 2018-02-07  |  진행 :  |  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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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청취자 여러분들과 여행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돌아오게 되었네요. 반갑습니다. ‘내 맘대로 떠나는 자유 여행’의 이야기꾼, 장은광입니다.
지난 시간에는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마침내 일본에 첫 발을 딛는 그 순간까지를 전해드렸는데요, 오늘은 일본편의 두 번째 이야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우선 지난번에 말씀드렸던 것처럼 일본에는 큰 네 개의 섬이 있다는 것, 기억나시죠? 제가 도착한 후쿠오카라는 도시는 큰 섬 네 개 중 가장 남쪽에 있는 섬인데요, 가장 큼직하고 길쭉한 일본 본섬, 일본어로는 ‘혼슈’라고 부르는 그 섬으로 건너가기 위해서는 시모노세키와 마주한 기타큐슈까지 열심히 달려가야 합니다. 70 킬로미터 정도의 거리, 자동차로는 얼마 걸리지 않지만 자전거로는 5시간은 꼬박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거리죠. 무더운 여름에 햇빛을 마주하며 달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첫날이라 아직 체력은 쌩쌩했었어요.
혼슈 섬의 끝자락 시모노세키와 큐슈 섬의 북단 기타큐슈 사이에는 간격이 1km 정도 되는 칸몬 해협이 있는데요, 지도를 보니 다리가 놓여져 있는 것 같더군요. 그 다리를 통해 바다를 건너가기로 했습니다. 넓은 바다를 자전거로 건넌다니, 정말 멋진 일이라고 생각했죠.
옛 시대의 건물이 즐비한 모지 항구를 둘러본 뒤, 칸몬대교로 향했습니다. 바다를 사이에 두고 마치 손에 잡힐 듯 마주보고 있는 두 도시. 그리고 거대한 다리는 양 섬의 언덕배기 위에서 두 도시를 연결하고 있었죠. 저는 그보다 한참 아래, 바다 바로 옆 공원에서 그 다리를 올려보고 있었구요.
난감했습니다. 저 위에 있는 다리로 어떻게 올라가야하나? 다리로 가는 진입로는 자동차 전용 도로였기 때문에 자전거가 갈 수 없었고, 그래서 따로 다리 밑에 승강기가 있어 저 다리 위로 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거든요. 바다를 내려다보며 달리겠다는 소박한 꿈이 깨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러던 저에게 보이는 하나의 건물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두 섬을 잇는 바다 밑 터널로 내려가는 승강기가 있는 건물이었죠. 보행자와 자전거 탑승자를 위한 별개의 도로였던 겁니다.
와, 한 마디로 대단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었어요. 거의 1km에 달하는 바다 밑 터널을, 그것도 보행자 전용으로 설치하다니. 그러니까 제 머리 위에는 바다가 있고, 다리가 있는 것이었죠. 저는 바다 밑으로 자전거를 끌고 지나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도시의 주민들은 물론 기념으로 건너가는 관광객들도 있었어요. 물론 콘크리트 터널이니 바다는 보이지 않아서...그냥 터널을 쭉 걷다가 다시 승강기 타고 올라가면 바다 건너편에 도착해 있는 느낌인 것이죠. 네, 바다를 건너는 방법은 바다 밑으로 걸어가면 됩니다. 간단하죠? 하핫.
그렇게 자전거 여행의 첫 날은 시모노세키의 바닷가 공원에서 마무리되었습니다. 바닷바람 솔솔 불어오는 곳이라 무덥지도 않았고, 모기도 없었어요. 사실 모기 때문에 잠을 설치던 노숙의 기억이  많았지만, 이곳은 정말 좋았어요. 식수대도 있어 물 걱정도 없었죠. 꽤나 쾌적했던 첫 노숙의 경험이 우리에게 자신감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그 다음 날의 여행은, 자신감과는 별개로 매우 힘든 하루가 되었습니다. 참, 여기서 여러분들께 드리는 문제 하나. 자전거 여행에서, 오르막길이 길까요? 아니면 내리막길이 길까요? 간단하게 생각하면, 어차피 올라가는 만큼 다시 내려오게 되니까 똑같다고 느껴질 수 있는데요. 실제로 열심히 페달을 밟아야하는 저의 입장에서는 오르막길이 너무 많고 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힘도 더 들고, 속도도 나질 않으니까요. 반면 내리막길은 신나고 즐겁지만 순식간에 끝나버리게 되죠.
히로시마까지의 여정은 그렇게 힘든 산악 지형을 통과해야했어요. 야마구치라는 지역 이름에는 한자로 뫼 산자가 들어가는데, 괜히 그런 게 아니더군요. 꼬박 이틀을 걸린 일정에, 밤에는 모기에 시달렸던지라 히로시마 부근 미야지마에 도착할 즈음에는 매우 지쳤어요.
그래도 미야지마는 일본의 3대 절경이라 불릴 정도로 풍광이 아름다운 작은 섬인데요, 특히 바다 위에 떠 있듯이 세워진 이쓰쿠시마 신사의 도리이가 멋진 곳입니다. 신사는 일본 전역에 널리 세워진 일종의 종교 시설로, 일본의 신도 신앙에 근거하여 신들을 제사지내기 위해 세운 시설입니다. 그리고 도리이는 일본 신사를 상징하는 전통적인 문입니다. 보통 두 개의 기둥이 서 있고, 기둥 꼭대기를 서로 연결하는 가로대가 놓여있는 형태죠.
그리고 미야지마에는 신기하게도 야생 사슴들이 사람을 전혀 무서워하지 않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어요. 이 섬은 사슴이 주인이죠.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달라고 조르기도 하고, 가방을 뒤지는 행패를 부리기도 하지만 그 눈망울이 너무 귀여워서 한참을 같이 놀았습니다. 미야지마는 신사 뿐만 아니라 오래된 절도 많고 고전적인 건물들로 고풍스럽게 조성된 상점가도 있어 정말 매력적인 관광지더라구요. 섬에 도착한지 얼마 되지 않아 해가 지고 있었습니다. 석양 속 섬의 풍경은 너무나도 아름다워 더 많은 곳을 둘러보고 싶었지만, 마지막 배를 타야하기에 아쉬움을 가득 남긴 채 미야지마를 떠나게 되었어요.
히로시마에 도착하게 된 것은 거의 자정이 다 된 시각. 오늘 밤에 머무르기로 한 곳은 히로시마 시내 한가운데 있는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입니다.
이 공원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바로 ‘원폭 돔’입니다. 돔이란, 지붕이나 천장이 둥근 반원 모양인 건물 형태를 말합니다. 2차 세계대전의 종지부를 찍은, 원자폭탄이 떨어진 두 도시 중 하나가 바로 히로시마인데요. 원폭으로 인해 콘크리트 건물이 반파되고, 골조만 남은 돔 지붕 건물이 그 때의 참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상징적 건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강 건너 원폭 돔을 마주본 곳에 세계의 평화를 기원하자는 의미에서 ‘평화’ 공원이라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잿더미가 되었던 도시, 수많은 희생자들을 기억하며 전쟁의 끔찍함을 이해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하지만 다음날 이른 아침, 저는 이 공원을 거닐며 한국인으로서 매우 기묘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특히 공원의 구석진 곳에 위치한 조선인 위령비, 그러니까 전쟁으로 숨진 사람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건립된 기념비를 보면서 더더욱 그 느낌은 강해졌죠.
과연 일본은, 자신들이 피해자인 마냥 ‘평화’를 말해도 되는 것일까요. 그 곳에서 부각되는 전쟁의 참화는 가슴 아픈 것이지만, 동시에 전쟁을 유발한 행위에 대한 반성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전쟁으로 인해 많은 피해를 받았다는 것만 부각되고 있을 뿐, 일본이 다른 나라를 침략했다거나 미국을 선제공격했다는 이야기 등은 전혀 나와있지 않거든요. 오히려 과거사를 부정하고 망언을 일삼으며 헌법을 개정해서 전쟁 가능한 국가가 되고자 하는 일본 정치의 흐름을 보면, 그들이 말하는 ‘평화’는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개를 데리고 산책을 하던, 한 일본 아주머니랑 나눴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확실히 실제로 전쟁의 피해가 심했던 도시의 사람들은, 우경화되어가는 일본의 정세를 걱정하고 있더군요. 무기와 악의로는 평화를 이룰 수 없음을 생각하며, 조금은 더 평화로운 세계가 찾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다시 자전거 페달을 밟았습니다.
무거운 주제로 이번 이야기가 마무리되었는데요, 다음 번에는 조금 더 유쾌한 여행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아요. 처음 겪게 된 위기 순간, 그리고 일본 문화의 중심지인 간사이 지방이야기가 있을 예정이니 기대해주세요.
감사합니다.
입력 : 2018-02-07 (조회 : 221)  |  북한개혁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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