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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새 체신소

고옥진씨가 그립고 보고싶은 내 며느리 해숙이에게

방송일 : 2018-01-19  |  진행 : 김정현  |  시간 :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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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새 체신소 >인사말

북조선 청취자 여러분안녕하세요?
따스한 남쪽나라 대한민국에서 맞는 겨울도 벌써 여섯 번째가 됩니다.
얼마나 추웠던지 제가 북한 살 때에는 아예 겨울이 없었으면, 하고 바랜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가 정말 좋습니다.
배고픔보다 더한 강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릴 북녘 내 고향, 그 곳에 우리 혈육들이 살고 있기에 이렇게 추우면 자연히 그들이 이 겨울을 잘 보내고 있을까가 먼저 걱정됩니다.
더욱이 요즘은 한국의 평창에서  2월 초에 동계올림픽을 연다고 온 나라, 전 세계가 축제의 분위기입니다. 다행히 북한이 동계 올림픽에 참가하겠다고 대표단을 구성했다니 듣던 중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가뭄에 단 비 같은 남북의 올림픽 참가 소식이 연원한 행복의 단비가 되고 남과 북의 무지개다리가 되었으면 얼마나 좋마나 좋을까요?
북녘네 계신 여러분들의 얼굴에도 저처럼 웃음꽃이 피지 않았을까, 무척 궁금합니다.
오늘저녁 우리 파랑새체신소를 찾으신 고옥진씨는 북한에 두고 온 며느리에게 편지를 쓰셨다고 합니다. 며느리와 시어머니 사이, 사실 요즘 사람들은 별로 반갑지 않아하는 단어이지만 그래도 두 분 사이에는 무언가 남다른 사연이 있었나보죠?. 그럼 그 사연을 함께 들어 보시겠습니다.

<파랑새 체신소 >편지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제가 북한을 떠난 지도 10년 세월이 되어 옵니다.
저는 먼저 한국으로 온 딸을 찾아 중국으로 갔다가 대한민국으로 왔고 지금은 경기도에서 살고 있습니다.
타향도 정이 들면 고향이라고들 하지만 저는 내가 나서자랐고 인생의 거의 전부를 보냈던 북한을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습니다. 그냥 그 나라의 정치가 싫었지 고향이 미운적은 없었습니다.
더구나 저는 손자를 데리고 한국으로 오다보니 며느리가 자식도 없이 홀로 있게 된 것이 늘 미안하고 측은합니다.
그리고 최근에 북한 사는 며느리 소식도 알게 되었는데 며느리에게 한국에서 잘 살고 있는 손자 소식, 내가 사는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어 이렇게 펜을 들게 되었습니다.
이 편지가 우리 며느리에게 전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생각을 하며 편지를 썼습니다.
 
    그립고 보고 싶은 며느리 해숙이에게
며늘아, 무정한 세월은 어느덧 덧없이 흘러 너와 헤어진지도 1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구나.
마음이 너무 착하고 연약한 네가 32살 젊은 나이에 사랑하던 남편을 잃고 이제는 아이들마저 네 곁을 떠났으니 그 긴 세월, 네가 모진 외로움을 어떻게 이겨냈을지 짐작이 간다.
권력이나 권세가 없으면 살 수 없는 북한이 아니냐?
남편도 없이 연약한 네가 숨이나 붙어있을지, 얼마나 걱정되는지 모른다.
운명이 우리를 그렇게 만들었는지 몰라도 내가 네 아들을 데리고 한국으로 오게 되었고 그 덕에 너는 자식마저 없이 홀로 살게 되었지.
이런 저런 걱정을 하다가 내가 철이야, 네 어머니 살아있을까, 서로 묻기도 하고 그런 밤에는 마음이 아파 자지 못하고 지샐 때도 있었다. 그런 밤이 하루 이틀이었겠니?
그런데 지난 해 너의 소식을 우연히 전해 듣게 되어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네가 아직 살던 곳에 그냥 살아있고 재가도 했다는 말을 듣고 우선 살아있다는 소식에 너무 기뻤고 재가를 했다는 소식에 또 기뻤다.
부부가 함께 노력해도 살기 어려운 북한이고 그 동안 너 혼자 사는 것이 늘 마음이 아팠는데 네가 재가를 했다니 그렇게 할 수밖에 없음을 잘 아는 나로서는 찬성하였고 진심으로 기뻤다.
며느리 해숙아, 지나간 세월은 지나간 것이고 이제라도 누구든 의지하고 뒤는 절대 돌아보지 말고 앞만 보며 살길을 찾아라. 그리고 부디 잘 살기를 바란다.
해숙아, 나는 너의 아들 철이와 함께 자유의 땅, 대한민국에 와서 지금은 정말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
그저 너희들을 두고 와서 나만 이렇게 행복하게 살고 있으니 너무 죄송하고 미안하구나.
네 아들 철이는 여기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 서강대학교를 다녔어. 지금은 대학을 마치고 지난 4월에 독일로 유학을 갔는데 너무 열심히 살고 있다.
그러니까 아들 걱정은 절대 하지 말고 근심하지도 말아라.
너무 어린나이에 제 아버지를 잃고 방황은 했었지만 점차 나이가 들면서 철도 들고 엄마와 고생하며 살던 이야기, 그리고 엄마를 이해하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철이가 어려서 엄마와 어렵게 고생하던 이야기며 그 시절을 다시 회고하며 쓴 편지를 내게 카톡으로 보내주곤 하는데 나는 가끔 내 전화기에 저장된 그 것을 보면서 얼마나 우는지 모른다.
손자가 철없던 시절에 엄마가 하던 말들을 다시 떠올려 쓴 글이라 보기만 해도 눈물이 주 루 루 흐른다.
며느리 해숙아, 자유의 땅 한국에서 철이는 정말 복 받은 삶을 살고 있다. 아마 너는 이 애가 누리는 행복을 상상도 못 할 것이다.
나는 가끔 우리가족에게 이런 복 받은 삶을 누리도록 해준 대한민국정부가 한없이 고맙고 머리가 숙여진다.
철이는 아버지 몫까지 다 하겠다는 결심을 품고 내년에는 반드시 대학원에 합격해 할머니 팔순잔치에 당당하게 찾아뵙겠다고 한다.
그니까 너는 철이 걱정은 절대로 하지 말고 그저 네 몸 건강이나 잘 챙기고 새롭게 이룬 가족이 행복하기만 바란다.
나는 고령의 나이지만 국가에서 도와주고 연금도 받고 있고 먹고 입고 쓰고 살 걱정 없이 잘 살고 있다. 노인들이라고 병원치료도 거의 무료로 받고 있고 지하철도 무료로 이용하면서 어디든 가고 싶은 대로 다니고 있거든.
나는 늦었지만 북한에서 느껴보지 못한 자유와 행복을 누리면서 사람이 사는 참 가치를 느끼고 있어.
그리고 이게 정말 하나님이 살아계시고 오늘도 역사하신다는 증거가 아니겠는가 생각해 본다.
지금도 나는 북한의 백성들이 지금도 굶주리고 인권을 유린당하며 살고 있을 생각을 하면 한 숨이 절로 나고 먼저 세상을 뜬 자식, 두고 온 가족들이걱정  이 된다.
가족이 갈라져 언제까지 이렇게 서로 보지도 못하고 도움도 줄 수 없이 고통 속에 살아야 한단 말이냐? 통일이 되어 우리서로 얼싸안을 그 순간을 눈앞에 그려보면 벌써부터 행복의 눈물이 흘러 이 글을 쓰는 이 순간 글자조차 보이지 않는구나.
내 며느리 해숙아, 우리 서로 통일의 그 날만 바라보면서 좀 더 힘내서 버티고 살자. 나도 네 아들 철이도 그렇게 살기로 했다.
나는 비록 나이가 많지만 내 아들을 대신해 주는 손자 철이가 있어 마음이 늘 든든하단다. 든든한 내 손자 철이는 정말 아들처럼 자랑스럽고 사랑스럽다.
내 며느리 해숙아, 언제나 건강하게 행복하게 살아다오.
그래야 통일이 되는 날, 의젓한 네 아들 철이를 다시 만날 수 있지.
요즘은 100세 시대라고 노래를 부르는 한국이어서 나도 굳세게 버티면서 통일을 기다릴 것이다.
그렇지만 만에 하나 혹시 그 날을 못 보고 내가 간다고 해도 나는 네가 네 아들을 꼭 만나 행복하게 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여기소식은 여기서 이만 전하기로 하고 또 기회가 되면 그 다음이야기를 전해 줄게. 그럼 부디 건강하게 잘 살기를 바라며 안녕히~
대한민국 경기도에서 시 엄마로부터

<파랑새 체신소 >마지막 인사말

북조선 청취자 여러분,
구구절절 며느리에 대한 사랑이 넘치는 고옥진씨의 애틋한 편지 사연 잘 들으셨나요? 엄마와 아들,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서로 갈라져 이제는 다시는 만날 수 없게 된 이 기막힌 이야기는 해방 전에 있은 일도 아니고 전쟁 시기에 일어난 일은 더구나 아닙니다.
북한에서 살 때에 저는 몇 십 년 전에 헤어진 이산가족들이 눈물 속에 상봉하는 모습을 보면서 참, 가슴이 아프구나,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 어느 순간 이 비극이 제 일이 되었고 고향을 떠난 탈북 민들 모두의 일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할머니 손에 이끌려 대한민국에 온 손자 분이 공부도 잘 하고 훌륭하게 성장해 할머니를 잘 모셔드리고 있다고 하니 정말 다행이다 싶기도 합니다.
아무쪼록 북한사시는 며느님이 시어머님의 부탁대로 새 가정을 잘 꾸리시고  훌륭하게 성장한 아드님을 만날 때까지 부디 건강하시길 간절히 바라면서 그럼 오늘저녁 파랑새 체신소 편지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다음 시간을 또, 기다려 주세요. 지금까지 파랑새 체신소의 김정현 이었습니다. 

입력 : 2018-01-19 (조회 : 174)  |  북한개혁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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