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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새 체신소

[파랑새 체신소] 서인영씨가 그리운 친구에게

방송일 : 2017-09-22  |  진행 : 김정현  |  시간 :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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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새 체신소 >인사말

북조선 청취자 여러분안녕하세요?
우리는 흔히 친구는 옛 친구가 조고 옷은 새것이 좋다, 이렇게 말 합니다.
저도 살면서 보니 그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에게도 어린 시절, 낳아준 부모에게도 다 하지 못한 마음 속 이야기까지 서로 공유하며 이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지내던 친구 몇 명쯤은 다 있었을 겁니다.
그런 친구가 나이가 들어 노년이 될 때까지 가까운 곳에서 함께 살게 된다면 그 것도 인생에서는 대단한 복이겠죠?
친구라는 말은 사전적으로 가깝고 오래 사귄 사람, 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서로 더 이상의 거짓도 비밀도 없는 참으로 흉허물 없는 사이가 진짜 친구라고 할 것입니다.
이제는 다 자란 아이들이 내 곁을 떠날 때가 되었지만 아득한 젊은 시절의 친구들이 저도 가금은 그립고 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더군다나 북한 같은 통제되고 집단적인 삶을 사는 특이한 제도에서 살던 저 같은 사람들은 어려움 속에서 맺은 친구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더 절실하게 느낍니다.
오늘저녁 우리 파랑새체신소를 찾으신 서인영씨는 바로 그런 친구에게 그리움을 담아 편지를 쓰셨습니다. 두 분 사이의 잊을 수 없는 추억, 어떤 것이었는지 그럼 그 사연을 함께 들어 보시겠습니다.

<파랑새 체신소 >편지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서울에서 살고 있는 서인영입니다.
제가 북한을 떠난 지도 10여년이 넘었고 어언 제 나이도 중년을 넘어 섰습니다. 저에게도 마냥 이 세상 전부가 제 것인 듯 철없던 그 시절부터 저와 함께 한 마을에서 뛰어놀던 친구들이 있었고 다 자라 시집갈 나이가 되어서도 언제나 함께하던 단짝 친구도 있었습니다.
지금 와서 북한에서 제가 보낸 행복하고 즐거운 추억, 슬프고 가슴 아픈 추억을 돌이켜 보면 늘 제 곁에 함께하던 잊혀 지지 않는 친구가 있습니다.
한국의 아이들에 비하면 그렇게 훌륭한 조건에서 산 것도 아니었지만 그래서 우리 두 사람의 우전은 더 각별하고 가까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가깝던 친구에게조차 제가 중국으로 간다는 인사말도 못하고 북한을 떠났습니다.
함께하던 그 시절을 생각하면 너무나 그 친구가 그립고 오늘 한국에서 저 혼자만 행복한 것이 괜히 미안한 마음까지 듭니다.
그래서 꿈에도 잊지 못 할 제 친구 영희에게 두서없는 편지를 쓰게 되었습니다. 저의 편지가 제 친구에게 꼭 전해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꿈 속 에도 잊지 못 할 친구에게

보고 싶은 내 친구 영희야, 그 동안 잘 있었니?
엊그제 너와 헤어진 것 같은데 무정한 세월은 빨리도 흘러 벌써 10년이 넘었구나.
영희야, 너도 나도 인생의 잘 나가던 황금시대는 저 멀리 가고 이제는 중년도 넘어섰구나. 무서울 것 없는 아줌마시대도 가고 좀 있으면 손자를 보아야 할 때가 되었네.
내가 아들을 따라 중국으로 떠나 올 때 말은 하지 않아도 섭섭해 하며 눈물을 펑펑 흘리던 네 모습을 나는 영원히 잊을 것 같지 않아.
나는 네가 정말로 받아 볼 수 없는 편지인 줄 알면서도 그래도 행여나 하는 마음에 그리운 마음을 담아 이렇게 편지를 쓴다.
자나 깨나 그리운 너에게 오랜만에 이렇게 글로나마 내 소식을 전하려니 눈물부터 앞서고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구나.
보고 싶은 내 친구 영희야,
그 암흑 같은 북한에서 얼마나 고생하며 살고 있니?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이 지났어. 하긴 요즘 같은 세월에는 10년이 아니라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것이 강산이지만 말이야.
그 동안 그 아름답던 내 친구 얼굴이 어떻게 변했을지 궁금하고 보고 싶어 미칠 것 같아. 너도 역시 내 맘하고 꼭 같을 거다.
이제는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기는 불가능 하겠지만 그래도 단 한 번만이라도 그 시절로 돌라 갈 수만 있다면 너와 함께 마음껏 산으로 들로 뛰어놀고 싶어.
너와 나는 봄이면 유난히 붉게 피는 내 고향 뒷산의 진달래로 머리에 꽃단장을 하고 서로에게 펼쳐질 미래의 꿈을 속삭이곤 했지.
그 시절에 나는 남들보다 특별히 이쁘고 못하는 것이 없어 사람들의 사랑을 독차지 하던 너를 친구로 둔 것이 너무 자랑스럽고 좋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너 대문에 내가 값이 떨어지는 것 같아 은근히 질투하고 심술도 부렸었지.
그래도 미워할 수도 없고 서로 떨어져선 한시도 살 수 없던 너와 나였잖아.
보고 싶은 내 친구 영희야, 참, 너 기억나니?
우리가 전문학교 다닐 때 실습을 나간 적이 있잖아. 그 때 식료공장에서 백살구 통조림을 만드는 실습을 하다가 하마터면 내 손이 기계에 달려 들어가 큰 사고로 이어질 번했지.
그런데 네가 “내 친구가 죽는다” 고 야단법석하며 길길이 뛰는 바람에 사람들이 모여들고 소동이 났었지.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그 식료공장이 지금은 어떻게 변했을지도 궁금하다.
우리가 실습 나갔던 그 때에는 거의 수동으로 돌아가는 공장이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실습의 나날이 매일 즐겁고 매일 재미났던 것 같아.
보고 싶은 내 친구 영희야, 떨어져 못살 것 같던 친구들과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한 달간 친척집에 다녀온다고 하고 떠난 걸음이 이렇게 영 이별이 될 줄 나도 그 때에는 미처 몰랐어.
물론 내 마음과 다를 바 없는 너에게만은 공공연한 비밀이었지만...
영희야, 그렇게 중국으로 갔지만 나를 반겨주는 사람은 고사하고 내 이름 석 자 불러줄 친구도 없어 처음 중국에 갔을 때는 얼마나 서럽고 친구들이 보고 싶었는지 말로는 다 표현 할 수가 없구나.
북한이라는 못 사는 거지나라에서 왔다고 가는 곳마다 인간차별을 받고 ...
나는 중국에서 그렇게 모진 고생을 하면서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그런 자유와 행복을 꿈꾸게 되었단다.
보고 싶은 내 친구 영희야, 그렇게 숨어만 살아야 했던 나에게도 운명처럼 그런 날이 왔어.
쥐구멍에 볕이 든 것 같은 그 행운을 나는 자유 대한민국으로 오면서 비로써 찾게 되었어.
아무리 일을 해도 보수가 없고 충성심만 강요하는 나라, 그 나라에서 가장 중시하는 부모의 출신성분마저 나빴던 나는 북한에서였다면 죽을 때까지 바보처럼 살아야 했을 거야.
그렇지만 영희야, 한국은 북한과 전혀 다른 나라다. 누구나 노력 한 만큼 행복해질 수 있고 잘 살 수 있어.
우리 아들과 나는 정말로 열심히 노력하고 열심히 살아 지금은 시 당 책임비서는 저리가라, 할 정도로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어.
영희야, 나는 지금 북한에서 내가 살아온 전 과정을 다 합쳐도 비길 수 없는 한편의 드라마 같은 꿈같은 나날을 살고 있지만 그래도 너랑 함께 했던 먼 그 시절을 돌이켜 보곤 한단다.
그 때에는 너와 함께라면 무조건 행복하고 즐거웠어. 그래서 그 때를 생각하면 네가 너무나 그립고 이 행복을 함께하지 못하는 아쉬움에 가슴이 아파.
보고 싶은 내 친구 영희야, 어린 시절부터 엄마이름보다 더 많이 서로가 찾고 부르며 함께 뛰놀며 배고픔도 즐거움도 함께한 우리었지.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나에게 용기를 주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준 고마운 내 친구 영희야, 이제 다시는 그 이름을 어디에 가서 불러볼까,
이제는 이렇게 편지로밖에 네 이름을 부를 수 없다고 생각하니 내 마음이 한 없이 서글퍼진다.
우리 속담에 친구 따라 강남 간다, 는 말도 있는데 끝까지 너와 함께 하지 못하고 나만 이렇게 잘 살고 있으니 너와의 우정을 저버린 배반자 같은 마음이 들어. 영희야, 이제라도 나를 용서해주렴.
다른 사람은 몰라도 너와 나는 마주 앉으면 할 말이 참 얼마나 많은 사이냐?
정말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다음을 위해 조금 남기련다.
우리가 다시 만날 수 있는 날은 남과 북이 통일이 되는 길 밖에 없어. 그니까 영희야, 그 날가지 넌 꼭 건강해야 돼. 알았지?
통일이 되면 우리 다시 철없던 소녀시절로 다시 돌아가 맘껏 뛰놀며 옛 이야기를 해봐구나.
보고 싶은 내 친구 영희야, 너를 만나는 그 날, 그 때 내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나는 더 열심히 살려고 해. 그 날은 반드시 온다.
우리 다시 만날 날을 간절히 바라면서 사랑하는 친구 영희야, 내가 항상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그리고 정말로 사랑한다.
~자유대한민국 서울에서 너의 둘도 없는 친구 인영이로부터~

<파랑새 체신소 >마지막 인사말

북조선 청취자 여러분,
친구, 라는 말은 부모 다음으로 소중한 존재라고도도 할 수 있습니다.
살다보니 친구를 잘 만나 인생이 확 바뀌고 부자가 된 사람도 있고 친구를 잘 못 만나 인생이 송두리째 시궁창으로 떨어진 사람도 있더라고요.
그 중에 나는 그러면 어느 쪽일까, 여러분들은 과연 어느 쪽입니까? 친구를 잘 두어 왕창 덕을 본 것도 아니라면 인영씨처럼 그리움과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그런 친구사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비록 순간의 선택이 남과 북으로 껌딱지 같은 친구 사이를 갈라놓았지만 그 그리움이 있어 북한사시는 인영씨의 친구마음은 그래도 행복할 것 같습니다.
인영씨가 북한 사시는 친구 분과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하면서 그럼 오늘 저녁 파랑새 체신소 편지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다음 시간을 또, 기다려 주세요. 지금까지 파랑새 체신소의 김정현 이었습니다. 

입력 : 2017-09-22 (조회 : 170)  |  북한개혁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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