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후원안내

자유게시판

Home > RADIO >편지와 사연 > 파랑새 체신소

파랑새 체신소

[파랑새 체신소] 이명옥씨가 그립고 보고싶은 동생 명철이에게

방송일 : 2017-02-21  |  진행 : 김정현  |  시간 : 금요일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목록
  • 프린트하기
0:00:00

 

<파랑새 체신소 >인사말
북조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안 밖으로 어수선한 정국이지만 그래도 세월은 유수와 같아 벌써 2월도 중반에 접어들었습니다.
옛 사람들이 세월이 가는 속도가 나이만큼 빨리 느껴진다, 그러시더니 요즘은 그게 정말 몸으로 느껴집니다.
이렇게 세월처럼 우리들이 고향으로 돌아 갈 날도 빨리 왔으면 좋으련만
남과 북의 관계는 점점 더 세월을 거슬러 뒤로만 가는 게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고향에 두고 온 혈육들에게 자유와 행복이 무엇인지 꼭 느끼게 하고 싶고 그 동안 못 다한 미안한 마음까지 더해,
주고 싶은 사랑은 넘쳐 나는데 어쩐지 고향으로 돌아갈 길은 점점 멀 게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철저한 계급사회,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감시와 통제 속에 살아야하는 것이 북한에서 태어난 사람들의 운명이기도 하지만 오늘저녁 우리 파랑새체신소를 찾으신 이명옥씨는 출신성분이 좋지 않아 이루고 싶은 꿈도 희망도 포기하고 살아야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모든 고통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며 죽지 못해 살아갈 남동생을 생각하면 너무 가슴이 아프다며 고향에 두고 온 남동생을 잊지 못해 편지를 쓰셨다고 합니다.

그럼 그 사연을 함께 들어 보시겠습니다.
 
 
<파랑새 체신소 >편지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서울에서 살고 있는 이명옥입니다.
6년 전 고향을 떠나 지금은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지만 제가 누리는 행복이 커 갈수록 고향에 두고 온
혈육들을 생각하면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특히 제 남동생 명철이를 생각하면 누나인 제가 혼자서만 누리는
이 행복이 늘 미안하고 또 미안하고 더군다나 이 행복을 함께 할 수 없다는 이 현실이 너무 화가 납니다.

한날 한 시에 해방이 된 우리나라가 어쩌다 둘이 되어 오늘까지도 서로 안부조차 물을 길 없고,
남보다 더한 사람들이 되었는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독재자가 정치를 하는 북한에서 태어났다는 것도 화가 나지만
그 땅에 아직 제 동생이 살고 있기에 더 안타깝고 가슴이 아픕니다.
저는 북한에 사는 제 동생에게 누나의 그 간 소식도 전하고 동생에게
누나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주고 싶어 이렇게 파랑새체신소를 찾았습니다.
 
 
그립고 보고 싶은 동생 명철이 에게
명철아, 그 동안 잘 있었니?
운성이 엄마랑 모두 다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험악한 세상에서 살고 있을 너희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지고 뭐라 할 말이 없다.
너와 헤어진지도 6년이 넘었구나. 그 세월 이 누나는 어느 하루도 너희들 생각을 잊은 적이 없단다.
인간이 인간으로 온전히 살수 없던 그 세상에서 누나의 머릿속에 남아 있는 생각을 돌이켜 보면
사실 뒤돌아보기도 소름이 끼친다.
우리는 아버지가 남조선출신이라 중학교를 졸업하면 대학은 고사하고 군대도 갈 수 없어
18살 어린나이부터 탄광에서 채탄공으로 일만 해야 했다.

그 현실이 너무 가슴이 아파 우리 엄마가 널 군대에라도 보내기위해 기능공학교
부 교장에게 집에서도 늘 먹을 수 없는 귀한 콩을 들고 가 뢰물로 주면서 그렇게 애를 섰지만
출신성분이 나빠 안 된다고 하는 바람에 집에 와서 울던 일이 지금도 잊혀 지지 않는다.
명철아, 어려서부터 말이 적고 일을 잘 한다고 너희 장모가 자기 딸을 주겠다고 자처하는 바람에
결혼식도 변변히 못 하고 네가 남의 집 창고에서 첫 살림을 시작하던 것이 어제 일 같이 눈에 삼삼하구나.
그렇게 살림을시작한 네가 아들 운성이를 군대에 내보냈다가 공사장에서 잘 못되었을 때
네 가슴이 얼마나 쓰리고 아팠을지 누나는 짐작이 간다.
누나도 억울하게 자식을 잃어보았으니까.

네가 그리도 이뻐하던 네 조카가 양잿물을 단물인줄 알고 마시고 손써볼 사이도 없이 잘못되지 않았니.
자식 잃은 부모의 심정은 겪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지.
그러니 너의 아픈 마음을 이 누나는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지.
명철아, 그 한 많은 세상에서 네 동생 명일이도 잃었었지.
너희 둘이 우리 집에서 통 강냉이 5킬로에 국수 10킬로를 가지고 250리나 되는 길을 걸어서
집으로 가다가 도적 깡패들을 만나 너희들은 그 걸 빼앗기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애쓰고
그 강도 같은 도적들은 그 걸 빼앗으려고 너희들을 무자비하게 폭행했지.

그렇게 통 강냉이 한줌, 국수 몇 킬로를 놓고 강도와 싸우다 명일이가 타박상을 받고
그 자리에서 숨지는 끔직한 일이 일어났어도 힘없고 맥없고 아무런 빽 도 없는 우리들은
이 억울함을 그 어디에도 하소 할 수 없었지.

더군다나 전화가 있니, 차도 제대로 다니지 않는 무인지경 같은 길가에 강도의 타살로
쓰러진 명일이를 길에 눕혀놓고 집에까지 걸어가 달구지를 얻어다 싣고 집으로 와 장례를 하던 생각을 하면 지금도 기가 막힌다.
명철아, 철저한 계급사회에서 자기 백성들의 주린 배조차 채워주지 못하는
저 무능력하고 폭군 같은 김정은 정권이 우리 명일이를 죽였다.
그렇게 한 많은 세상을 원망하고 하늘을 우러러 애타게 통곡해도 그 세상은
우리 같은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조차 기울이지 않았지.
그 때 일을 생각하면 누나는 지금도 소름이 끼쳐서 잠을 이룰 수 없다.

엎친데 덮친다고 나라를 잘못만나고 시국을 잘못 만나신
우리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우리는 아버지 장례 상에 이밥도 한 그릇 떠 올리지 못하고 저세상으로 보내드렸지.
내 동생 명철아, 생각나니? 우리아버지 장례식 때문에 진 빚 200원을!

쌀도 아니고 돈도 아니고 아버지 관 값 200원 때문에 국수장사하고 석탄을 구루마에 싣고 70리길을 끌고 다니며 팔고,
농장 밭에서 강냉이를 훔쳐다 팔고... 그렇게 피타게 모아 그 빚을 조금씩 물어주지 않았니.

그 것도 모자라 이 누나와 함께 빚진 집의 강냉이 가을까지 해주고 점심 한끼 강냉이밥을 해 주는 것으로 만족해하던
것을 생각하면 우리는 정말 세상을 몰라도 너무 모르고 속고만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북한 밖을 본 적도 없고 우리 말고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도 모르고 짐승처럼 산 생각을 하면 정말 기가 막힌다.

명철아, 이 누나는 늦게나마 북한을 벗어나 중국을 거쳐 한국으로 오면서
우리가 세상을 너무 모르고 살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어.
세상에 북한사람들처럼 마음대로 보지도 말하지도, 움직일 수도 없이 짐승처럼 가쳐서 사는 사람들은 하나도 없고
북한 말고 다른 나라 사람들은 적어도 누구나 자유롭게 말하고 표현하고 어디든 자유롭게 다니며 살고 있단다.

그 자유가 무엇이고, 그 인권이 무엇인지를 누나는 처음으로 알았고 사람들에게
그 자유와 인권이 얼마나 목숨처럼 소중한 것인지를 세상을 바라보면서 깨달았다.

내 동생 명철아, 그래서 북한은 그렇게도 북한 사람들이 탈북 하는 것을 필사적으로 막으려고 하고 있고
북한 밖의 세상을 조금이라도 경험해 본 사람은 다시는 그 나라에 살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한 생 배를 곯아가면서 개처럼 고생했고 그 나라를 위해 헛된 인생을 바치고 있다는 것을 너도 이제는 알아야 한다.
이 대한민국도 북한이 선전하던 그런 나라가 아니고 진정으로 자유와 인권이 보장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라는 것을 누나는 직접 살아보고서야 알게 되었다.

명철아, 누나는 지금 북한 고위 간부들 같은 집에서 생활을 하고 있고 이 행복을 나만 누리는 것이 너무 미안하다. 그래서 누나가 사람을 보내서 너를 데려다 너와 함께 살고 싶었는데 네가 데리러 간 사람에게 그런 누나가 없다, 고 대답 했다지. 누나는 그게 더 마음이 아프다.  그렇지만 누나는 네 심정을 이해한다.

그 세상에서 살려면 그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누나는 조금도 너를 탓하지 않는다.
내가 사는 이 한국은 사람들이 일한 만큼의 대가를 받고 북한처럼 죽도록 일만 하는 사람도, 굶어죽고 얼어 죽는 사람도 없다.
북한은 오직수령, 당, 조직생활체제에 얽매어 놓고 백성을 노예처럼 짐승처럼 여기지만 여기 한국은 사람의 운명, 존엄에 관한 일에는 조금도 타협이 없고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에 맞는 대접을 받는다. 심지어 이 땅에 사는 짐승도 천대하면 법에 따라 처벌을 받는단다.

누나가 아무리 말을 해도 너는 상상이 잘 안 갈 것이다.
아무쪼록 누나의 편지가 반드시 너에게 가 닿았으면 좋겠다. 이제라도 너의 두 눈이 번쩍 뜨이게 말이다.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고생 속에 사는 너에게 짧은 시간에 이 모든 것을 이해시키기엔 시간이 부족하니
부디 통일이 되어 남북이 하나 되고 너와 내가 만나서 이 현실을 눈으로 보아야 할 텐데 말이다.

명철아, 남북의 통일을 위해 우리서로 적은 힘이나마 함께하자. 그 날 까지 꼭 건강해라.
꼭 살아서 다시 만날 날을 고대하며 서울에서 누나 보냄.
 
 
<파랑새 체신소 >마지막 인사말
북조선 청취자 여러분,
한줌의 강냉이와 국수를 지키려고 소중한 목숨까지 잃어야 하는 것이 바로 북한의 현실입니다.
그리고 그 곳에서 빼앗기면 죽어야하는 국민과 빼앗아만 살 수 있는 자들의 살아남으려는 피어린 삶은 지금도 진행형입니다.
인간의 가장 초보적인 먹고 입고 살 권리조차 보장되지 않는 나라에서 그 자그마한 권리를 찾기 위해 북한을 탈출한 사람들은 그래도 광명의 땅 대한민국에서 사람답게 살고 있지만 아직도 저 북한에서는 희세의 독재자와 오직 그에게 순종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어진 백성들이 오늘도 왜 죽어야하는지도 모르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처절한 생존의 전쟁터인 북한에서 죽음의 문턱을 오가다가 자유대한민국에서 인간의 행복을 경험한 이명옥씨의 진심어린 이야기가 동생인 이명철씨에게 반드시 전해지기를 간절히 바라며 그럼 오늘 저녁 파랑새 체신소 편지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다음 시간을 또, 기다려 주세요. 지금까지 파랑새 체신소의 김정현 이었습니다. 
입력 : 2017-02-21 (조회 : 229)  |  북한개혁방송
Copyright ⓒ 북한개혁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TOP